
[영화 알려줌] <트라페지움> (Trapezium, 2024)

일본의 인기 걸그룹 노기자카46 1기 출신 타카야마 카즈미가 현역 아이돌로 활동하던 2016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트라페지움>이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고등학교 생활이 왜 이렇게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 쓴 글"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트라페지움>은 반짝이는 청춘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해 낸다.
'시로슈히가시 고등학교' 1학년생 '아즈마 유우'(유이카와 아사키)는 아이돌이라는 꿈을 위해 세 가지 엄격한 규칙을 세운다.
SNS를 하지 않고, 남자친구를 만들지 않으며, 학교에서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
"무대에 서고 싶어도 서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무대에 설 수 있는데도 엄격하게 살지 않는다면 그 친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다"라는 타카야마 카즈미의 말은, 주인공의 이러한 태도에 깊은 설득력을 더한다.
'아즈마'는 '동서남북'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구성원을 모으기 시작한다.
로봇 연구회의 '타이가 쿠루미'(요우미야 히나 목소리), 테니스부 에이스 '카토리 란코'(우에다 레이나 목소리), 그리고 자원봉사자 '카메이 미카'(아이카와 하루카 목소리)까지.
관광객 가이드 활동을 계기로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아즈마'의 데뷔 꿈은 현실이 되어간다.

타카야마 카즈미는 "보컬 트레이닝이나 스튜디오 분위기는 실제에 가깝게 표현하려 노력했다"라고 말한다.
이는 작품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데, 립싱크 무대 장면이나 연습실에서의 긴장감 등은 실제 아이돌의 경험이 없다면 포착하기 힘든 디테일을 살려낸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주인공 '아즈마'가 자신에게 부과한 세 가지 규칙이다.
SNS 금지, 연애 금지, 튀는 행동 금지.
이는 현재 K팝 아이돌들이 암묵적으로 따르는 규범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부족한 정신건강 케어, 과도한 일정, 사생활 침해, SNS 마케팅의 부작용 등 오늘날 아이돌 산업이 직면한 여러 이슈들을 생각할 때, 이 작품은 동아시아 아이돌 산업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고민을 예리하게 포착해 낸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아이돌 산업의 이면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다.
"주변에 성공한 멤버들은 모두 성격이 좋았다"라는 타카야마 카즈미의 경험은,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아즈마'가 성장을 통해 변화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는 단순한 성공 서사를 넘어, 아이돌 산업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작품 속 네 명의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개성으로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아즈마'는 냉철한 기획력과 강한 추진력으로 무장했지만, '아즈마'의 엄격함 속에는 꿈을 향한 진정성과 책임감이 깃들어 있다.
'아즈마'는 성공을 위해 자신의 성격마저 변화시켜야 한다는 현실적 깨달음을 통해 진정한 성장을 이뤄낸다.

귀여운 외모 속에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닌 '타이가 쿠루미'는 "왜 다들 유명해지고 싶어 하는데?"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세련된 매력의 '카토리 란코'는 그룹의 실질적 중심축이 되어주고, 내성적이지만 따뜻한 '카메이 미카'는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그룹에 첫 기회를 선사해 줬다.
노래의 내용도 인상적인데, 작품에서 '동서남북'의 후속곡이 될 예정이었던 곡 '방위자신'은 타카야마 카즈미가 작사하고 후렴구 멜로디의 틀도 직접 잡아 의미를 더했다.
제목인 '방위자신'은, 나침반을 뜻하는 '방위자침'과 일본어 발음이 같은 점을 활용한 키워드다.
삶의 나침반은 결국 나 자신이었다는 가사가 '동서남북'의 진솔한 목소리와 어우러져 영화의 여운을 더한다.
여기에 클로버웍스의 뛰어난 제작 기술은 작품을 한 차원 높은 예술로 승화시킨다.
캐릭터들의 미세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한 표정 연기, 실제 아이돌 공연을 방불케 하는 역동적인 무대 장면에서의 2D와 3D 애니메이션의 자연스러운 조화가 돋보인다.
타카야마 카즈미의 고향인 지바현 다테야마시의 실제 풍경을 재현한 배경 작화는 작품에 현실감을 더하는 동시에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사한다.
그렇게 26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국제경쟁 장편 우수상을 받은 <트라페지움>은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세 가지 메시지를 아름답게 구현해낸다.
"아이돌은 반짝이는 별과 같은 존재라는 것, 학창 시절의 아름다움과 청춘의 풋풋함, 그리고 주변 사람을 소중히 여길 때 비로소 성공의 길이 열린다는 것."

"솔직하고, 서툴고, 귀여웠던 그 시절은 지금 돌이켜봐도 눈부시게 아름답다"라는 타카야마 카즈미의 말처럼, <트라페지움>은 청춘의 반짝임을 영원히 간직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전직 아이돌의 경험이 빚어낸 진정성과,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이들을 향한 따뜻한 응원이 담겨있다.
한편, 노기자카 1기 출신인 타카야마 카즈미와 현재 배우로 활약 중인 니시노 나나세는 작품의 영화화를 기념해 목소리 특별출연을 하게 됐다.
팬들 사이에서 '타케세마루'라는 애칭이 있는 만큼 동료애가 좋은 콤비였다고.
타카야마 카즈미는 니시노 나나세에게 목소리 출연 제의를 했고, 두 사람은 '동서남북'이 오류성에서 봉사 활동을 하며 만나는 할아버지 3인방 중 2인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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