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컬리가 기업공개(IPO) 재도전을 위한 성장동력으로 삼은 미국 시장에서 예기치 못한 정책 리스크에 직면했다. 첫 글로벌 시장 진출인 ‘컬리USA’ 사업이 출범 초기부터 미국의 소액면세 제도 폐지와 통관절차 강화에 맞닥뜨리면서다. 관세 부담 주체와 무관하게 컬리로서는 추가 지출이 불가피해 수익성 확보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컬리에 따르면 회사는 25일 국내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미국 소비자에게 48시간 내 배송하는 역직구 서비스인 컬리USA 를 프리오픈 형식으로 선보였다. 평택 물류센터에서 포장된 상품을 DHL로 현지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방식이다. 6월 미국에 설립된 첫 해외법인 ‘컬리글로벌’은 컬리USA의 결제 및 정산을 담당한다.
컬리는 국내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K푸드와 K뷰티 수요가 큰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식품과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빠른 배송과 프리미엄 큐레이션 전략을 통해 현지 소비자의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코트라 애틀랜타무역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온라인 식료품 시장 규모는 약 1832억6000만달러(256조원)에 달했고 같은 기간 한국 화장품의 대미 수출 또한 전년 대비 54.3% 증가한 17억100만달러(약 2조3883억원)를 기록하는 등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소액면세 폐지 정책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은 기존에 800달러(약 111만원) 이하 물품에 관세를 면제하는 ‘소액소포면세제도’를 운영했으나 29일부터 서류를 제외한 모든 국제우편물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한국 우체국은 통관 시스템 부재를 이유로 25일부터 미국행 국제우편 접수를 중단하기도 했다.
컬리는 DHL 등 민간특송사를 이용한 배송이 가능해 당장 서비스 운영에는 차질이 없다. 다만 관세 부담 주체는 발송인과 수취인 중 선택할 수 있지만 어느 쪽이 부담하더라도 결국 컬리가 비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발송인인 컬리가 관세를 납부할 경우 선결제 수수료까지 더해져 비용이 늘어난다. 소비자가 부담할 경우에는 관세가 상품 가격에 일부 포함돼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K뷰티·K푸드는 가격민감도가 높은 품목인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추가 프로모션이나 마케팅 비용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컬리 측은 “현재 관세 관련 비용이 상품 가격에 반영돼 있으며 추후 정책변화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통관절차가 까다로워진 점도 추가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기존에는 소액상품의 경우 리스트만으로 통관이 가능했지만 목록통관제도가 폐지되면서 개별 확인절차가 추가돼 통관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컬리가 내세운 ‘48시간 이내 배송’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장기적으로 컬리의 IPO 재도전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회사는 2022년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기업가치 때문에 상장을 한 차례 포기했지만 이후 꾸준히 재추진 의사를 밝혀왔다. 상반기 첫 흑자를 기록한 올해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도 글로벌 외형성장을 이뤄 상장에 재도전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됐다. 그러나 최근 관세 및 통관정책 변화로 예상보다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면서 수익성과 시장 안착을 입증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컬리USA는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서비스 안착과 홍보를 위한 초기 비용 지출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만 미국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면 유럽, 일본 등 다른 국가로 확장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IPO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컬리 관계자는 "초기 수요를 예측하고 통관, 관세 등 대외 이슈에 단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전 오픈' 방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현재 미국의 관세정책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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