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노조 동등한 대화 상대로 안 봐...470억 손배소 취하해야"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에서 간판을 바꿔 단 이후 노사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화그룹은 노조를 대등한 파트너라기보다는 하위 파트너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470억 원 손배소 등 노동자들을 향한 각종 고소·고발을 취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허성무(더불어민주당·창원 성산) 국회의원과 윤종오(진보당·울산 북구) 국회의원,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3일 '한화그룹 사업재편의 문제와 노사관계 전망 국회토론회'를 열고 한화그룹 노사관계 문제를 진단했다.

발제에 나선 황현일 국립창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지 1년이 지난 시점 인수 초기 기대감은 불만과 불신으로 증폭되고 있다고 짚었다.

허성무·윤종오 국회의원,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지난 23일 국회에서 '한화그룹 사업재편의 문제와 노사관계 전망 국회토론회'를 열고 있다. /허성무 의원실

황 교수는 "대우조선해양 시절 노조 상대 470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한화오션이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며 "올해 초부터 중대재해가 반복되면서 조선소 안전관리 체계 부실함도 지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한화오션 노사관계 해결 방안을 한화그룹에서 나타나는 노사관계 특징과 연결지어 살폈다. 앞서 한화그룹은 2014년 삼성그룹 방위산업 계열사 인수 때도 심각한 노사 갈등을 겪었던 만큼 그룹이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문제 해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화그룹 노사관계에서 보이는 특징 세 가지를 꼽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노조를 대등한 파트너가 아닌 하위 파트너라 인식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노사 문제를 그룹과 분리 △재벌그룹 기업의 복잡한 구조 탓에 교섭 난항이다.

황 교수는 "노조를 하위 파트너로 삼는 것은 생산직 노동자, 노동조합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다"며 "한화 계열사 일부 임원은 노조를 고졸 생산직으로 바라보고 대졸 사무직과 구분하는 구시대적인 인식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한화그룹은 계열사에서 벌어지는 대다수 노사 문제를 계열사 내부 문제로 한정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노사 관계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한화오션 노사관계가 회복되려면 무엇보다 사용자 측 태도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화그룹 차원에서 한화오션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각종 고소 고발을 취하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노조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화그룹 계열사 노조 관계자들도 참석해 현장 목소리를 전했다.

김명기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화창원지회장은 "방위산업 노동자들은 현행 노조법상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회사는 이를 악용해 교섭을 지연하거나 노조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현우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 정책기획실장은 "한화 자본이 대우조선을 인수할 때 지역 사회와 동반 성장을 약속했는데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부족한 인력을 직접 육성하기보다는 미숙련 이주 노동자를 대규모로 채용해 현장에서는 중대재해 위험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은 "노사관계 법규를 준수하고 노조와 상생하고자 대화 등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에서 언급된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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