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선거 끝나면 바꿔야 할 유통 규제

김문관 생활경제부장 2026. 5. 1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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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 후 1년 만에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인 6·3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유권자 눈치를 보느라 처리를 미뤄둔 법안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통산업발전법이다. 이 법은 2012년 개정을 통해 소상공인 보호를 명분으로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영업 규제를 도입한 것이 핵심이다. 현재는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유통업체 간 규제 비대칭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작년 11월 29일 불거진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후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확대 논란 속에서 오프라인 유통만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여론이 달아오르자 지난 2월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추진에 합의했다. 이날 현장에는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있었다.

이날 합의의 핵심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의 영업을 금지한 현행법에 예외를 두는 것이었다. 이에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대형마트도 새벽배송이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불과 3개월이 지난 현재 정치권의 관심은 빠르게 식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만 의무휴업과 심야 영업 제한을 적용한다. 반면 쿠팡·네이버 같은 온라인 플랫폼은 규제받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 소상공인 보호를 명분으로 삼아 2012년 이후 이 법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강화를 중심으로 논의가 흘렀다. 그러나 모바일 소비 확대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 증가 흐름 속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은 빠르게 확대됐다. 특히 새벽배송 경쟁 과정에서 대형마트가 상대적으로 불리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 지난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매출 합계는 40조원 내외로 쿠팡보다 적었다.

사태 해결이 여전히 난망한 대형마트 홈플러스 기업회생도 이 같은 규제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홈플러스 측 추산에 따르면 재무 악화 요인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따른 매출 감소(약 1조원), 영업시간 외 배송 금지로 인한 고객 이탈, 코로나19 기간 매출 감소 등이 꼽혔다. 이 회사가 위기에 빠진 이유는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경영 실패도 물론 있지만, 규제 여파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였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코로나19 후 소비자의 구매 행위는 모바일·새벽배송·당일배송 중심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유통산업발전법은 2012년 오프라인 중심 시장 구조를 전제로 만들어졌다. 소비자는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데 대형마트만 영업 시간제한을 받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한 유통업계 임원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형마트 규제는 곧 소상공인의 성장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 안타깝다. 대형마트 규제에 따른 유통업태와 소비자 후생의 변화상을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정치 현실은 무시하기 어렵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소상공인 표심과 직접 연결돼 있다.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지만, 선거 전에는 정치권이 개정 논의를 이어가기 어려웠을 것으로 일견 이해된다. 그러나 선거 후에는 달라져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초 반복적으로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내며 경제·산업 정책에서도 친기업·성장 정책과 복지 정책을 함께 추진하는 소위 ‘실용주의’를 강조해 왔다. 실용주의의 핵심은 특정 업태를 일방적으로 보호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 시장 현실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유통산업에 정통한 한 사립대 교수는 “10여 년 전엔 대형마트가 가장 강력했고 쏠림이 심했는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현재 소상공인에게 가장 영향을 주는 유통업계의 메인은 대형마트가 아니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라고 잘라 말했다. 공정한 경쟁에 대한 법적 보장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토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형마트를 위한 특혜가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공정한 규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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