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X 톺아보기]③ 급격한 몸집불리기에 취약해진 재무건전성

NPX그룹이 약 3년에 걸쳐 급격히 몸집을 불린 가운데 자회사 및 관계사들 간에 차입 혹은 대여한 자금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를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한 탓에 각 기업의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NPX그룹은 지주사 개념인 NPX홀딩스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NPX 프라이빗에쿼티(PE), 테라핀(옛 코핀커뮤니케이션즈), 투믹스, NPX(옛 바이옵트로), 수성웹툰 등을 보유한 구조다. 확장은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됐다. 테라핀의 지분을 늘렸고 2022년에는 투믹스를 인수했다. 2023년 NPX, 2024년에는 수성웹툰을 차례로 사들였다. 지금은 투믹스 지분을 자회사인 수성웹툰에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NPX그룹 편입 후 바닥난 현금보유액

단기간에  지배구조가 만들어지면서 각 기업의 재정상태에는 변화가 생겼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각 회사가 가진 현금이 큰 폭 감소하는 와중에도 유동자산은 표면적으로 과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동자산을 구성하는 항목을 자세히 살펴보면 관계사들 간 채권 거래로 인한 미수수익과 단기대여금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회사의 NPX그룹 편입 전과 후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NPX홀딩스 재무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대표적으로 지주사 역할을 하는 NPX홀딩스는 몸집을 불리기 직전인 2021년 유동자산이 240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31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현금이 50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런데도 유동자산은 210억원으로 2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표면적으로 현상유지가 가능했던 것은 현금이 줄어든 대신 유동자산을 구성하는 또 다른 항목인 ‘미수수익’과 ‘단기대여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미수수익과 단기대여금은 이른 시일 내에 받을 수 있는 돈이라 유동자산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NPX홀딩스의 경우 대여금과 회사가 가진 특수관계회사 채권 이자에서 잡히는 미수수익이 집중적으로 불어났다. 만약 해당 회사가 대여금과 채권 이자를 갚을 능력이 없을 경우 NPX홀딩스의 유동자산이 부실해질 가능성도 있다.

대여금과 미수수익이 대부분 NPX PE, 테라코믹스, NPX Teraark Pte Ltd (한국지점), 엘엔비피 등 특수관계자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또 2022년까지는 없었던 선급금 항목이 2023년 154억원 이상으로 갑자기 생겨났는데, 이는 NPX PE와 테라아크 등 NPX홀딩스가 2년 사이에 사들인 자회사의 지분가치다. 현금과 달리 이 지분의 시장성이 없거나 가치가 손상될 경우 장부금액이 줄어 유동자산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같은 양상은 또 다른 계열사인 투믹스에서도 발견된다. 투믹스는 테라핀스튜디오에 인수되기 전인 2021년 유동자산 44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 31억원을 보유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에는 유동자산이 136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난 반면 현금성자산은 1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처럼 현금이 바닥났음에도 유동자산이 불어난 것은 NPX홀딩스와 마찬가지로 단기대여금, 미수수익, 미수금, 선급금 등이 전반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투믹스의 단기대여금 역시 특수관계자인 투믹스홀딩스, 테라핀, 투믹스글로벌 등에서 발생했으며 액수는 105억원을 넘어섰다. 주로 테라핀 채권에서 발생한 미수수익은 3억8000만원이었다.

테라핀, 투믹스 재무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또 다른 계열사인 테라핀 역시 유동자산이 2021년 113억원에서 2023년 252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현금은 같은 기간 67억원에서 8억원으로 줄었다. 100만원에 불과했던 단기대여금이 2년 만에 134억원으로 늘어난 데다 10억원은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해 대손충당금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특수관계자 간 얽히고설킨 자금 거래…차입금과 부채 급증

NPX그룹에 속한 기업의 재무상태를 살펴보면 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곳도 발견된다. 대부분은 특수관계인 회사로부터 빌린 돈이다. 만약 한 회사가 다른 회사에서 차입한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빌려준 기업들까지 도미노처럼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는 구조다.

2023년 말 기준 테라핀의 단기차입금은 총 397억원에 달한다. 이 중 96억원은 투믹스에서, 48억원은 투믹스글로벌에서 빌린 돈이다. 금리는 4.6%지만 연체할 경우 20%로 늘어난다는 조건이다. 투믹스와 투믹스글로벌 외에 국민은행, 중소기업은행, 상상인저축은행 등에서도 이자가 최저 5.36%에서 최고 15%에 달하는 자금을 빌렸다. 이처럼 높은 이자를 부담하면서까지 급하게 차입한 이유는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투믹스홀딩스, 테라핀스튜디오 등 특수관계인에 190억원의 자금을 대여하거나 122억원 규모의 채권을 이용해 자금을 융통해주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단기차입금이 늘자 그만큼 부채도 증가했다. 2021년 117억원이었던 부채는 2023년 556억원으로 급증했다. 테라핀은 2021년부터 3년 동안 매년 90억~1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높은 이자를 감당해야 하지만 회사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크다.

이러한 상황은 돈을 빌려준 투믹스 역시 다르지 않다. 투믹스의 단기차입금은 2021년 12억원이었지만 2022년 200억원으로 갑자기 늘었다. 신한캐피탈,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6.78%~9.47%의 높은 이자율로 돈을 빌렸다. 같은 기간 투믹스는 테라핀에 96억원, 투믹스글로벌에 43억원, 투믹스홀딩스에 9억원을 각각 빌려줬다.

다만 투믹스는 테라핀과 달리 연간 20억~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회사다. 현금창출력이 좋은 만큼 1년 만에 차입금 대부분을 상환해 2023년에는 52억원으로 줄였다. 남은 차입금 중 43억원은 특수관계자인 투믹스글로벌에서 무이자로 빌렸다. 돈을 버는 즉시 차입금을 갚는 데 쓰다 보니 우수한 실적을 내는 가운데서도 2023년 기준 회사의 보유현금은 1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NPX, 수성웹툰 재무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가장 최근 인수한 수성웹툰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투믹스홀딩스가 투믹스를 인수하기 전인 2023년 6월 기준 경영진 외 특수관계자에게 대여하거나 차입한 돈은 없었지만 올해 투믹스홀딩스가 최대주주가 된 직후에는 36억원을 빌려줬다.

또 수성웹툰이 지난해 네 차례 발행한 전환사채(CB) 액수가 총 352억원에 이른다. 이 중 일부는 투믹스홀딩스가 가진 투믹스의 지분을 사들이는 데 쓰였다. 이에 따라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을 합친 전체 차입금 규모는 2023년 6월 240억원에서 같은 해 12월에 473억원으로 불과 반 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일부 상환해 올 3분기 말에는 368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김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