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포괄적전략동반자’ 관계 격상…“남중국해 항행 자유”

尹대통령, 아세안 정상회의서 공동성명 채택…안보·경제 협력 강화
35년 만에 한-아세안 관계 최상위급…‘8·15 통일독트린’ 지지 확보

(시사저널=신현의 객원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손싸이 시판돈 라오스 총리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윤 대통령, 손싸이 시판돈 라오스 총리,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연합뉴스

우리나라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10일(현지 시각) '포괄적전략동반자관계(CSP·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라오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립컨벤션센터에서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이번 채택은 지난 1989년 한-아세안 대화 관계를 수립한 후 한-아세안 협력의 확대와 발전 성과를 반영한 것으로, 35주년 만에 최상위급 파트너십을 수립한 것이라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취임 후 3년 연속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아세안 중시 외교를 이어가는 가운데 공동 번영의 파트너로서 전방위적이고 포괄적인 협력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최고 단계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국과 아세안은 새로운 미래의 역사를 함께 써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이 같은 관계 강화에 따라 3개(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정치·안보 분야에서는 오는 11월 한-아세안 첫 국방장관 대면 회의를 개최하고, 아세안의 사이버안보 역량 강화 지원을 비롯한 전략적 공조와 안보 협력 수준도 높이기로 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한-아세안 싱크탱크 다이얼로그 출범 ▲한-아세안 디지털 혁신 플래그십 착수(2024년) ▲스마트 시티 협력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사회·문화 분야에서는 향후 5년간 아세안 출신 학생 4만 명에 대한 연수 사업을 추진하고, 내년에는 이공계 첨단분야(STEM) 장학생 사업을 발족한다.

공동성명에는 역내 평화와 안보 증진 방안도 담았다. 특히 '남중국해에서 평화·안정·안보·안전 그리고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포함한 국제법에 따른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유지하고 증진하는 것의 중요성을 지속 확인한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보편적으로 인정된 국제법 원칙에 따른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국제법에 대한 존중을 증진한다'라고도 규정했다. 이는 역내 주요 해상 교통로인 남중국해에서 활발한 군사 활동을 벌이는 중국을 견제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에 공개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아세안의 지지도 확보했다. 양측은 '평화적인 대화 재개와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 실현을 위한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노력을 지지하고,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민국이 부여하는 중요성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한-아세안은 ▲1989년 대화 관계 수립 ▲1991년 '전면대화관계' ▲2004년 '포괄적협력동반자관계' ▲2010년 '전략적동반자관계' 등을 수립하며 협력 수준을 강화해 왔다.

같은 기간 교역액은 82억 달러에서 1872억 달러로 23배, 투자는 9200만 달러에서 74억 달러로 80배, 인적교류는 28만 명에서 1018만 명으로 37배가 각각 증가했다.

지금까지 아세안은 11개 대화 상대국 가운데 미국·중국·일본·인도·호주 등 5개 국가와만 수립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