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채소·생과일보다 착즙주스가 흡수율 더 높다 [건강한겨레]

한겨레 2024. 10. 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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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착즙주스는 베타카로틴 흡수율 2.1배↑
게티이미지뱅크

채소와 과일에 포함한 주요 기능성분인 베타카로틴이나 비타민C를 착즙주스 형태로 섭취할 때 체내 흡수율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베타카로틴은 2.1배, 비타민C는 1.7배 더 높았다.

박은주 경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지난 24일 ‘한국식품영양과학회 국제심포지엄(KFN 2024)’에서 2건의 연구를 통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9개월간 건강한 20대 성인 32명을 대상으로 당근 섭취 방식에 따른 혈중 베타카로틴 농도와 흡수율 차이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16명씩으로 나눠 베타카로틴 25㎎이 포함한 생당근과 당근을 착즙한 주스를 각각 섭취했다. 엄격한 연구를 위해 사전 영양교육과 측정 당일 식단 통제 등을 시행했으며 3주의 간격을 두고 생당근과 착즙주스를 번갈아 섭취하고 각각 혈중 농도를 측정했다.

생당근과 당근 착즙주스를 섭취하고 1시간30분 뒤 혈액 내 베타카로틴 농도는 최고치를 나타냈는데, 착즙주스로 섭취했을 때 혈중 베타카로틴 최대 농도는 8.72㎍/㎖로 2.3배, 흡수율은 32.56㎍/㎖·h로 2.1배 높았다.

비타민C의 체내 흡수율을 비교한 유사한 방식의 연구도 진행했다. 건강한 20대 성인 36명을 12명씩 나눠 각각 비타민C 파우더(가루 형태의 영양제)와 생과일·채소, 착즙주스를 섭취하고 체내 비타민C 흡수율을 측정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비타민C 101.7㎎ 섭취를 목표로 동일한 양의 비타민C 파우더와 약 187g의 생과채(각 74.7g의 귤과 주황색 파프리카, 37.4g의 방울토마토), 귤과 주황색 파프리카, 방울토마토를 함께 착즙한 주스 200㎖를 섭취했다.

섭취 방식에 따른 베타카로틴의 혈중농도 변화와 흡수율 비교(위)와 섭취방식에 따른 비타민C 의 혈중농도 변화와 흡수율 비교 (아래) . 자료=박은주 교수 제공

이때 혈중 비타민C 농도는 섭취 2시간 뒤 최고치를 나타냈고 체내 흡수율은 착즙주스(26.4㎍/㎖·h), 생과채(15.1㎍/㎖·h), 파우더(14.2㎍/㎖·h)를 섭취한 순으로 높았다. 생과채와 파우더 섭취자의 혈중 비타민C 농도(각 5.34g/㎗, 5.11g/㎗)는 거의 유사했던 반면, 착즙주스로 섭취했을 때 혈중 농도는 6.30g/㎗로 약 1.7배 더 높았다.

연구팀은 혈당 수치도 함께 측정했는데 생과채와 착즙주스 섭취자 모두 섭취 15분 뒤 130㎎/㎗·h 내외까지 유사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다만, ‘섭취 후 2시간까지 혈당이 상승한 면적’(AUC)은 생과채 섭취자(17.67㎎/㎗·h)에 비해 착즙주스 섭취자(13.51㎎/㎗·h)에서 더 낮은 경향성을 보였다.

베타카로틴과 비타민C는 채소와 과일에 많이 함유한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이다. 당근, 시금치, 케일 등에 많은 베타카로틴은 체내 노폐물인 활성산소를 중화하고 염증작용을 완화한다. 간에서 비타민A로 전환하며 눈과 피부 건강 등에도 도움을 준다. 대표적인 비타민 성분인 비타민C는 귤과 오렌지뿐 아니라 파프리카, 고추 등 다양한 채소․과일에 다량 함유한다. 체내 대사를 조절하고 혈액세포와 호르몬, 유전물질을 만드는 기본 성분이기에 항산화 작용과 면역 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결과는 착즙 방식의 조리법이 체내 영양분 흡수를 방해하는 일부 요인을 완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식물의 세포벽을 이루는 식이섬유를 소화가 잘되도록 작게 만들거나 일부 분해한다. 질긴 성질의 식이섬유는 소화가 오래 걸려 위장에 오래 머물면서 장건강과 포만감 유지 등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선 소화 기능이 약하다면 영양분 흡수율을 낮추거나 다량 섭취하면 소화불량을 유발하기도 한다.

박 교수는 충분한 양의 채소와 과일을 생으로 섭취하기 어렵다면 생과채만을 착즙한 음료 형태로도 기능성분을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하루 500g 이상의 채소·과일 섭취 권장량을 섭취하지 못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생채소와 과일을 쉽게 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를 보충하기 위해 영양제나 음료 형태로도 섭취하지만, 실제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으로 기능성분을 섭취할 수 있는지 과학적으로 입증할 만한 연구 결과나 자료는 많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음료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과채를 그대로 착즙하지 않고 맛을 위해 당분 등을 첨가할 수 있기에 건강을 더 챙기기 위해선 가공성분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연령대별 하루 채소·과일 권장량 섭취자 비율. 자료=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황지윤 교수 제공

한편, 해당 발표가 진행했던 ‘KFN 2024 채소·과일 섭취를 통한 균형 잡힌 식사 세션’에선 더욱 많은 사람들이 양질 채소·과일을 하루 권장량인 500g 이상 섭취할 수 있도록 영양교육과 채소·과일 공급망 확보 등의 정책적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는 제언도 잇달았다.

이와 관련해 황지윤 상명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와 한국갤럽·한국영양학회·휴롬엘에스가 공동 진행한 ‘우리나라 성인의 채소·과일 섭취현황 조사’ 결과를 분석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조사자의 85% 이상이 채소·과일 섭취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했으나 실제 하루 권장량 이상을 충분히 섭취하는 비율은 30%대 수준에 그쳤다. 반면, 30~40% 가량은 채소·과일을 적게 섭취했는데 △30대 이하(특히 10대와 20대) △남성 △미혼 △가족 수가 적거나 △자녀가 없을수록 △월평균 소득이 적을수록 취약했다. 채소·과일 섭취가 어려운 이유로는 가격 부담과 함께 섭취 방법이 불편하거나 평소 간편하게 구매하기 어려운 점 등이 지적됐다. 따라서 황 교수는 “어릴 때 채소·과일 섭취에 습관을 들이는 영양교육도 중요하지만, 채소와 과일을 쉽게 먹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경호 제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황산화능’ 지표를 이용해 양질의 채소와 과일 종류를 분류하고 이들을 섭취할 때 만성질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줘 사망 위험률을 12% 낮춘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사브리나 트루도 미국 아칸소대 교수는 동물실험에서 당근, 셀러리, 파슬리 등의 미나리과 채소가 서구화된 식단으로 발생한 장내 미생물 불균형 개선과 염증성 장질환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점을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최지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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