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먹여살리는 스파오, 관행 깨자 불황 사라졌다
올해 연간 매출, 지난해보다 늘어날 전망
이랜드월드 패션사업 매출 30% 비중은 스파오서 나와
스파오, 해마다 두자릿수 성장세 유지하며 흥행

경기 둔화 및 소비 위축으로 패션업계가 고전하는 가운데, 이랜드패션은 5년 연속 성장세다. 국내 대표 SPA(제조·유통 일괄형) '스파오'가 효자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결과다.
스파오는 성인뿐만 아니라 키즈로 라인업을 확대해 고객층을 넓히고, 한국인 체형을 고려한 제품을 내면서 '디테일한 브랜드'가 됐다. 여기에 캐릭터, 스포츠, 팝 아티스트 등 영역에 한계 두지 않는 협업 선보이면서 '힙하다'는 이미지도 확보했다.
◆ 이랜드 패션, 스파오 덕분에 웃는다
이랜드월드 패션부문이 올 상반기 8689억원(별도 기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5% 성장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1조6839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연간 매출은 이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스파오, 후아유, 뉴발란스키즈, 미쏘, 로엠, 에블린 등 직접 론칭한 브랜드를 대표 브랜드로 포지셔닝 시킨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스파오(SPAO)의 성과가 뚜렷하다. 스파오는 탑텐과 에잇세컨즈보다 3년 앞서, 2009년 이랜드가 국내 최초로 론칭한 토종 SPA 브랜드다.
이랜드월드에 따르면 스파오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성장했다. 스파오는 매년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2022년 4000억원에서 이듬해 4800억원으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랜드월드의 매출 가운데 30~35% 비중이 스파오의 매출이며, 올해 연간 매출 목표는 전년 대비 15% 이상 늘어난 7000억원이다.

◆ 관행 깨는 이색 행보가 성공요인
스파오의 핵심 경쟁력은 ‘콜라보셀’이라는 독립된 조직에서 나온다. 2030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팀은 자체적인 사업 진행 권한을 갖고 있어, 트렌드 발굴부터 상품 기획, 출시까지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이들은 SNS 채널을 중심으로 최신 트렌드와 고객 요청이 쇄도하는 IP를 발굴하고, 매월 신규 IP 협업 상품을 선보이며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
젊은 직원들은 상품을 만들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고객들에게 직접, 바로 물어본다. 협업상품 출시 전 ‘대국민 설문조사’를 업로드하고 준비 중인 디자인을 모두 공개해 의견을 묻는다. 출시 전까지 상품의 디자인을 숨기는 기존 산업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설문을 통해 티셔츠가 좋을지, 후드 티셔츠가 좋을지 결정하고 협업 캐릭터의 심볼을 왼쪽 가슴에 넣을지 오른쪽 가슴에 넣을지, 크기는 어느 정도가 좋을지 선택하게 한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큰 의사결정을 진행한 뒤 소위 ‘덕후’들을 모아 심층 인터뷰도 진행한다. 빅데이터 설문 결과를 통해 검증하고, ‘덕후’ 고객을 한 번 더 거쳐 상품의 디테일이 완성되는 시스템이다.

◆ '맞춤형 제품·이색 협업·패밀리 상품'이 해냈다
스파오의 인기 요인은 △한국인 맞춤형 제품 △다양한 IP를 활용한 협업 상품 △키즈라인 확대 등이 주효했다.
우선, 스파오는 기본핏 티셔츠, 청바지, 속옷 등 한국인 체형에 잘 맞는 베이직한 상품을 해마다 개선하고 있다. 상품혁신 역량은 체계적인 연구개발 시스템에서 나온다. 디자이너, 생산 담당자, 상품 기획자로 구성된 상품별 '원팀'이 매일 상품 스터디를 진행하며, 연 4회 이상 수백명의 실제 고객 의견을 수렴하는 품평회를 통해 컬러톤과 실루엣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이는 단순한 제품 개발을 넘어 한국인 체형과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상품을 만들어낸다.
스파오는 3000여 개의 청바지를 분해하고 체촌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인 체형에 특화된 국내 최대 청바지 라인업을 구축했다.
2020년에는 10부, 9부, 8부 기장에 더해 키가 작은 사람을 위한 '안줄진(안 줄여도 돼 Jean)'을 선보이기도 했다. '안줄진'은 2019년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당시 고객 반응이 좋아 2020년 발주량을 2배 늘리기도 했다. 평소 S(스몰) 사이즈 청바지를 구매해도 기장을 줄여야 했던 고객들이 수선 없이 바로 착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안줄진은 체형 보완이 필요한 140~150cm대의 중장년층 여성 고객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인 패션 키운 노하우 그대로 ‘스파오키즈’에 적용한 것도 중요하다. 스파오키즈는 1세대 SPA 브랜드의 노하우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된 사례다. 성인 패션 디자인을 키즈용으로 적용한 '미니미 패션' 콘셉트로 2020년 첫 단독 매장 론칭 이후 매년 2배 성장을 기록하며 2024년 70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스파오키즈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스파오키즈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스파오키즈 상품의 약 30% 비중이 스파오 성인의 디자인을 내려받은 상품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표 상품으로는 베이직 푸퍼, 파스텔 푸퍼, 라이트 윈드브레이커, 라이트 배색 윈드브레이커, 데님 와이드 진, 스트레이트 진 등이 있다.
캐릭터, 스포츠, 팝 아티스트 등 영역에 한계두지 않는 협업 상품은 스파오를 '힙한 브랜드'로 만들었다. 협업 상품군 중에서도 파자마 영역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스파오 파자마는 2019년 연간 10만장 판매를 시작으로 2024년에는 140만장 판매를 달성했다.
5년새 판매량이 14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는 국내 패션 브랜드 중에서는 최대 수준이다. 스파오는 2024년 한 해 동안 50여 종의 파자마 상품을 출시하며 홈웨어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올해 3월에는 ‘피크민(Pikmin)’ 협업도 관심을 끌었다. 오프라인(홍대점AK점)에서는 피크민 협업 상품을 구매하고 인게임 아이템을 받기 위해 방문객이 평소 대비 3배 이상 몰리며 오픈런이 발생했고, 온라인(스파오닷컴)에서는 일부 상품이 하루도 안돼 완판되기도 했다.
스파오는 ‘콜라보 선호도 조사’를 통해 스포츠 분야가 애니메이션·캐릭터를 제외한 협업 희망 카테고리 중 1위를 파악하고, 이 가운데 1020 여성 팬층이 두터운 두산베어스를 협업 파트너로 선정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스파오는 지난 5월 16일 프로야구 구단 두산베어스와의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출시 직후부터 높은 반응을 얻었으며, 출시 당일 하루만에 스파오 강남2호점에서 1천 건 이상의 구매건수를 달성하기도 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고객도 다수 방문해 실제 입점객 수는 이보다 훨씬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현장에는 10~20대 젊은 남녀부터 임산부, 가족 고객까지 전 연령대의 소비자들이 몰려들었다.
협업 제품은 하루 만에 초도 물량 대부분이 소진됐다. 출시 당일 스파오 강남2호점 매출은 직전주 동요일보다 10배 가량 높았다.
이랜드 스파오 관계자는 “스파오는 콜라보를 통해 다양한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자 한다”고 말하며, “캐릭터뿐만 아니라, 아티스트 스포츠, 영화 등 콘텐츠에 구애받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협업이라면 적극적으로 기획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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