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내 황금기 6년 남아... 마음 속 3권 쓰는 데 몰두할 것”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서 소감 발표
“저의 일상이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믿고 바랍니다. 저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54)이 수상 발표 이후 일주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17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열린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노벨상 발표 이후 두문불출하던 그의 첫 외부 행사다. 지난달 19일 포니정재단(이사장 정몽규)은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를 선정했다. 이미 잡혀 있던 시상식 행사인 만큼 예정대로 참석하기로 한 것이다.
한강 작가는 이날 포니정 혁신상 수상 소감을 밝히기에 앞서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을 간략히 밝혔다. 그는 “원래 이틀 전으로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는데 진행했다면 이렇게 많은 분들이 걸음 하지 않으셨어도 되고, 이 자리 준비하신 분들께도 이만큼 폐가 되지 않았을 것 같다”며 “허락해주신다면 궁금하셨을 말씀들 간략하게나마 드리겠다”고 했다.
한강은 “(노벨위원회의) 전화를 끊고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현실감이 들었다”며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따듯한 축하를 해주셨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올봄부터 써온 소설 한 편을 완성하려고 애써보고 있다. 바라건대 내년 상반기에 신작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소설을 완성하는 시점을 스스로 예측하면 늘 틀리곤 한다”고 했다.
이어 오늘 자리를 위해 준비한 수상 소감에서 한강은 “저는 술을 못 마십니다”라며 입을 뗐다. “최근엔 건강을 생각해서 카페인도 끊었습니다.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 사람입니다. 대신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무리 읽어도 다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오는 좋은 책들을 놓치지 않고 읽으려고 시도하지만 읽은 책들만큼이나 아직 못 읽은 책들이 함께 꽂혀 있는 저의 책장을 좋아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다정한 친구들과 웃음과 농담을 나누는 하루하루를 좋아합니다….”
한강은 “1994년 1월에 첫 소설을 발표했으니 글을 써온 지 꼭 30년이 되는 해”라며 “지난 30년 동안 제가 나름대로 성실히 살려고 애썼던 현실의 삶을 돌아보니, 마치 한 줌의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 짧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약 한 달 뒤에 저는 만 54세가 된다”며 “작가의 황금기가 50~60세라고 한다면 6년이 남았다. 6년 동안 마음 안에 있는 책 세 권을 쓰는 데 몰두하고 싶다”고 했다.
행사는 취재진 출입을 제한한 비공개 행사로 진행됐다. 사진 기자단만 사진 촬영을 위해 시상식장에 입장했다. 수상 소감은 스피커를 통해 행사장 밖의 취재진에게 전달됐다.
앞서 수상 발표 당시 정몽규 이사장은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조망하는 주제 의식과 감정에 울림을 선사하는 표현력으로 국내외 독자 모두를 사로잡으며 한국 작가 최초로 영국 부커상과 프랑스 메디치상을 받는 등 세계 문학계의 주목을 받으며 한국문학의 위상을 높여왔다”는 선정 이유를 밝혔다.
포니정 혁신상은 현대자동차 설립자인 고(故) 정세영 HDC그룹(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애칭인 ‘포니 정’에서 이름을 땄다. 2006년 제정된 상으로, 혁신적인 사고를 통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상금 2억원과 상패를 수여한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1회), 경제학자 장하준(5회), 전 피겨 선수 김연아(8회), 피아니스트 조성진(10회),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17회) 등이 역대 혁신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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