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없어"… 주파수 수요 줄자 ICT 투자도 `빨간불`
방발기금 1년새 15.4% 감소세
정부 '스펙트럼 플랜' 발표예정
전문가 "수요 촉진 정책 필요"


'5G 포화에 제4 이동통신사 무산, 커지는 인공지능(AI) 투자까지'.
5G가 성숙기에 접어들고 이동통신사의 신규 주파수 수요가 저조해지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주파수는 국가 ICT 및 전략 산업의 '밑거름'으로 꼽히는 만큼, 균형 잡힌 안배 및 활용이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풀어가야 할 중대 과제로 꼽힌다.
25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이르면 이달 중 '대한민국 디지털 스펙트럼 플랜'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2019년 이후 약 5년 만에 발표하는 이동통신, 디지털 신사업, 공공 등 전 분야 주파수 공급·활용 전략으로, 디지털 산업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는 주파수 중장기 전략이 담길 예정이다. 이번 발표는 제4 이동통신사 출범이 차질을 빚으면서 지연됐다.
◇AI 급한 통신업계, 매력 떨어진 주파수
최근 들어 주파수 자원을 바라보는 사업자들의 셈법에 변화가 관찰된다. SK텔레콤은 지난 2022년부터 정부에 추가 할당을 요청해 '뜨거운 감자'였던 5G 주파수 3.7~3.72㎓ 대역 20㎒ 폭에 대한 관심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AI 혁신 서비스 중심의 투자 전략을 검토하는 상황"이라며 "5G 추가 주파수도 재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성이 없다며 통신사들이 포기한 5G 28㎓ 대역도 4이통 선정이 무산되면서 다시 도돌이표로 돌아갔다.
주파수 수요가 시들해진 것은 5G 시장 포화와 연관이 있다. 과기정통부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5G 가입자는 3408만0281명을 기록했다. 지난 2월 3300여만명에서 4개월 만에 3400만명을 돌파했다. 월 무선 데이터트래픽 사용량은 정체 상황이다.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 현황'에 따르면, 6월 총 휴대폰 데이터 트래픽은 105만7061TB를 기록했다. 111만5705TB를 기록한 전월보다 줄었다. 5G 상위 10% 이용자 트래픽도 32만6943TB로, 지난 3월(33만3063TB)보다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LTE에서 5G로 넘어올 수요는 거의 다 넘어왔다"는 말이 나온다. 과기정통부가 제시하는 5G 통계가 단말 기준이고, 사실상 LTE망을 함께 사용하는 비단독모드(NSA)인 만큼, 5G 트래픽 수요는 통계보다 더 적다는 분석도 있다.
◇5G 28㎓ 주파수까지 회수…정부 기금 직격탄
성장일로인 산업에서 주파수만 확보하면 돈으로 연결되는 시대는 지나다 보니 기업들의 네트워크 투자도 소극적인 상황이다. 통신3사의 설비투자(CAPEX) 규모는 감소 추세다. 3사의 올 상반기 CAPEX는 약 2조60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9% 감소했다. 3사는 당장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네트워크 투자보다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AI, 클라우드, IDC 등 신사업 투자에 초점을 맞춘 상황이다.
그 영향으로 정부 투자재원에 '빨간불'이 켜졌다. 통신사들이 내는 주파수 할당대가는 정보통신진흥기금(정진기금)에 55%,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에 45%씩 분배된다. 그런데 주파수 신규 공급이 없다 보니 기금이 줄어들고 있다.
통신3사에 할당했던 5G 28㎓ 주파수를 회수한 데 이어 제4이통도 무산되면서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 할당 대가로 1차 납부한 430억원도 사업자에 반환됐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방발기금과 정진기금은 올해 각각 1조2527억원, 1조3797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5.4%, 11.7% 줄어든 수치다. AI를 비롯한 미래인재 양성과 혁신기술 R&D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네트워크장비 등 연관산업 육성책 필요"
정부는 연구반을 가동해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1월 공개토론회를 갖고 도심항공교통(UAM), 위성통신, 무선 정밀측위(UWB), 의료용 등 산업, 생활과 밀접한 주파수 이용방안을 마련해 신산업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연구반을 통해 5G 28㎓ 대역 특성을 고려해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하고 있다"며 "사업자들이 특정 주파수 대역을 요청해 신청이 들어오면 이용자 보호 등을 들여다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5G 28㎓ 대역의 재검토도 예상된다. 유상임 장관은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 "28㎓는 외국에선 이미 쓰고 있는 영역인데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상업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도 동의한다"며 "주파수 대역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파수 수요를 촉진하는 유인책이 정책 방향에 담겨야 한다고 제언한다. 미국, 유럽 등에서 AI를 키워드로 네트워크장비 시장 재편이 이뤄지는 가운데 주파수 수요 위축은 우리나라 네트워크장비 시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동구 연세대 교수(전기전자공학과)는 "미국 등 글로벌에서는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네트워크장비 시장을 자국 산업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주파수 중장기 전략에 6G와 AI 시대에 대비한 오픈랜(개방형 무선접속망) 활성화 등 국내 기업 지원방안이 담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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