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지난 100년간 전 세계 각국의 평균 키 성장률을 나타내는 자료인데, 대한민국 여성은 20.16cm나 성장해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남성의 경우에도 15.17cm가 성장해 최상위권이다. 유튜브 댓글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키가 가장 많이 큰 나라라던데 진짜인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세계 보건 과학자 네트워크에서 1896년부터 1996년까지 조사한 연구에서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연구팀에서 1914년부터 2014년까지 조사한 연구에서도 전 세계 평균 키 성장률 1위가 대한민국이다.

유독 우리나라 평균 키가 이렇게 눈에 띄게 성장한 이유가 뭘까? 우리나라 국민의 신체 사이즈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국가기술표준원 산하 기관 사이즈 코리아에 물어봤다.
국가기술표준원 사이즈코리아사업단 담당자
“키 성장은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영양상태, 운동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게 되는데, 1차 사이즈코리아 측정 이후 지난 수십 년간 비약적인 키 성장은 한국의 경제적 발전과 함께 영양상태 개선, 좌식에서 입식으로 생활환경의 변화, 스포츠·레저산업의 발달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2022년 네이처지의 발표에 따르면 키 차이를 결정짓는 건 유전적 요인이 80% 그 외 환경이 20%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간 환경에 해당하는 이 20%가 최악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역설적으로 한국인의 키가 급속도로 커진 건 다시말해 100년전 여러 환경적 요인에 의해 키가 충분히 자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된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아무래도 그 100년 사이가 우리나라가 못 살던 시기이기도 하고요. 일제나 조선 시대 말이 그렇게 편안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전쟁 뒤에 근대화가 빠르게 된 거 그러면서 경제적인 것도 좋아지고, 영양 쪽으로도 아무래도 조금 더 열량이 높은 식품 쪽으로 바뀌고. 못 먹고 병 걸리는 것 때문에 또 앓고 못 자라는 이런 게 좀 많이 크게 변했겠죠.”

다른 나라에 비해 척박한 스타팅 포인트에서 시작해서 농산물 등 음식이 풍부하지 않았고, 거기에 전쟁까지 겪으며 기아에 가까운 영양 결핍 상태로 키가 크기 힘들었는데 지난 50년간 기적에 가까운 경제 성장으로 영양 공급이 안정적으로 변했고 특히 육류 등의 소비가 늘었다

또한, 성장기에 병에 걸려 앓는 것도 성장에 치명적인 방해 요소인데 의료가 발전하고 보건 환경이 개선되며 감염병 등이 크게 준 것도 폭풍 성장의 원인이라고 한다.

영양 공급이 키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남북한 평균 키 차이만 봐도 극명하게 알 수 있는데, 북한 남성의 평균 키는 166.5cm로 우리나라 남성보다 8cm가량 작고 북한 여성 평균 키는 154.9cm로 우리나라 여성보다 6cm 정도 작다. 인종적 차이가 없는 남북한에서도 영양 공급에 따라 이렇게 큰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최경철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북한의 청소년 평균 키와 우리나라 남한의 평균 키가 많이 차이 나거든요. 그런데 유전적으로 보면 100년밖에 안 됐어요. 똑같은 유전자를 받아도 신체의 크기가 다르죠. 이거는 영양학적, 그 다음에 생활 조건, 그 다음에 질병이라든가...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작은 키는 아니에요. 전 세계 평균으로 봐도."

원래 한국인은 아시아인 중에서도 북방계형 유전자가 많아 키가 상대적으로 작지 않았다는 거다. 설명을 듣고 나니 좀 씁쓸한 사실은 클 수 있었음에도 조건이 어려워 크지 못한 우리 윗 세대다. 굴곡진 역사를 살았던 윗세대의 작은 키는 그들이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가 그만큼 무거웠단 반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