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척제, 물약에서 알약으로... 그래도 2L 물 마신다고?

천옥현 2025. 6. 1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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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팡 성공 이후 대웅·중외·비보존 등 진입…복약 편의성 경쟁
[사진=AI 이용해 생성]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마다 물약 마시는 게 고역이에요."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얘기다. 검사 전날과 당일 새벽에 걸쳐 최대 4리터의 물약을 억지로 마셔야만 했던 경험. 시간에 맞춰 먹어야 한다는 묘한 압박감. 속을 비우는 과정보다 오히려 물약으로 채우는 과정이 더 고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구토나 복부 팽만감으로 밤잠을 설치는가 하면 특유의 향이 나는 약을 끝내 다 마시지 못해 장 세척이 완전히 되지 않는 경우도 적잖았다.

하지만 이제 달라지고 있다. 고역을 감내할 필요가 없는 장세척제(장정결제)가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기존에 액상형 제제만 있었다면, 액체양이 점점 줄어들다가 이제는 알약형 제제가 주요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복약 편의성을 개선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환자들의 경험도 달라지고 있다.

시장 흐름을 이끄는 국내 대표 주자는 한국팜비오의 개량 신약 '오라팡정'이다. 섭취 방법은 간단하다. 검사 전날 물 한 컵을 마시고 알약 14정을 물 425ml와 함께 천천히 삼킨다. 이후 물 850ml를 1시간 동안 천천히 마신다. 검사 당일에도 같은 방법으로 14정을 복용하면 된다. 형태만 놓고 본다면 기존 액상형 제제를 알약으로 바꾼 것이지만 복약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줄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시장 반응도 빠르게 나타났다. 오라팡정은 2019년 출시 이후 3년 만에 기존 액상형 장세척제들을 제치고 시장 1위에 올라섰다. 매출은 계속 성장해 지난해 연매출 200억원을 돌파했다. 전체 국내 시장 규모가 5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도 알약형 장세척제 시장에 잇따라 진입하고 있다. 올해 허가받은 5개 품목 모두 알약 제제다. 특히 약의 크기를 줄이거나 복용해야 할 갯수를 줄이는 식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존에 선두주자였던 태준제약은 올해 정제 크기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수프렙미니에스정(6포×2회)'을 출시했다.

올해는 대웅제약과 JW중외제약이 각각 '클린콜정'과 '제이클정'의 허가를 받았다. 두 제품은 오라팡과 비슷한 크기이지만, 총 20정(10정×2회)만 복용하면 된다. 여기에 장을 자극하는 성분 '피코설페이트'를 더해 상대적으로 빠른 효과를 유도하도록 설계됐다. 비보존제약은 최근 크기를 오라팡 대비 10% 가량 줄이고 복용량도 20정(10정×2회)인 '비보락사정'의 임상3상 시험을 종료하고 8월 중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송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교수는 "알약 장정결제의 장정결 효과는 매우 우수하며 물약 장정결제보다 더 나은 경우도 있어 다량의 물약을 복용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알약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라팡은 하루 28정을 복용해야 하고, 여전히 1.5~2리터의 물을 함께 마셔야 한다. 2020년 출시된 '원프렙 1.38산'과 같이 1.5리터 정도의 물 섭취가 가능한 액상형 제품도 있어 물 섭취량 측면에서 무조건 알약이 유리하다고 보긴 어렵다.

또한 많은 알약을 연속적으로 삼키는 데 따른 구토 반사나 목넘김 부담도 있다. 장내 삼투압을 높여 수분을 끌어들이는 작용 방식으로 인해 복부 팽만감이나 경련성 복통 등 불편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송 교수는 "알약 장정결제도 2리터 이상의 물을 같이 마셔야 하며 물을 적게 마시면 위장 점막에 자극을 줘 출혈성 위염, 급성 위점막 병변 등을 동반할 수 있고, 장정결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알약이 물약을 완전히 대체한다기 보다는 서로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방향이 좋을 것 같다"며 "물약 복용이 힘든 경우에는 알약 장정결제가 대안이 되겠고, 알약 장정결제 복용 후 구역, 구토가 있는 경우는 물약 장정결제 복용을 권할 수 있다"고 했다.

천옥현 기자 (okh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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