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방산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일이 프랑스와 함께 추진해온 야심찬 차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에서 손을 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수십억 유로가 투입되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둘러싼 양국 간의 갈등이 임계점에 다다른 것이죠.
독일은 과연 프랑스 없이도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런 결정이 유럽 전체의 방산 지형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요?
프랑스가 너무 많이 가져가려 한다
범유럽 미래 전투 항공 체계(FCAS) 프로그램의 핵심은 차세대 전투기(NGF) 개발입니다.
그런데 독일 국방부 관계자들이 프랑스의 '탐욕'에 분노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독일 국방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가 유인 NGF 전투기 작업의 80%를 차지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독일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죠.
프로그램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독일로서는 단순한 하청업체 역할에 만족할 수 없는 것입니다.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독일 국방부는 지난주 에어버스와 FCAS의 미래에 대해 긴급 논의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독일 공군 관계자들은 이번 주 초 연방의회 의원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브리핑까지 했습니다.
사회민주당의 안드레아스 슈바르츠 의원은 "어느 시점에서 의회는 '우리에게 이 항공기가 필요하냐, 필요하지 않느냐'라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독일 정치권에서도 이 프로젝트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독일의 새로운 파트너 찾기
독일이 검토하고 있는 옵션 중 하나는 프랑스 없이 FCAS를 계속 진행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선택이죠.
독일과 스페인이 힘을 합쳐서 진행할 수도 있지만, 두 나라 모두 단독으로 유인 전투기를 개발한 경험이 부족합니다.

더 흥미로운 옵션은 독일이 영국이나 스웨덴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특히 영국과 스웨덴이 주도하는 미래 공중전 계획(FCAS)에 참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혼란스럽게도 이 프로젝트도 같은 이름인 FCAS를 사용하고 있어서, 현재 유럽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FCAS가 경쟁하고 있는 셈입니다.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최근 마드리드를 방문해 스페인 총리 페드로 산체스와 FCAS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메르츠 총리는 "현재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데에는 우리 모두 동의합니다"라고 말하며, 가능한 한 빨리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과의 협력 가능성
독일이 영국 주도의 FCAS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 이탈리아와 일본에 합류하게 됩니다.
영국의 템페스트 전투기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전투 항공 프로그램(GCAP)은 이미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죠.

흥미롭게도 잉고 게르하르츠 전 독일 공군 사령관은 이미 2021년에 영국과 범유럽 FCAS 프로그램의 통합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는 "서로 다른 길을 갈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통합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었죠. 이는 독일 군부 내에서도 이미 이런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영국과의 협력은 독일에게 여러 장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BAE 시스템즈는 세계적인 방산업체로서 독일의 에어버스와도 협력 경험이 풍부하고, 영국은 독일과의 합작 프로젝트에서 프랑스와 같이 이견을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시간과의 경쟁
독일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시간입니다.
2040년경 기존 유로파이터를 대체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는 것이죠.
독일 관계자들은 연말까지 이 프로그램에서 독일의 역할에 대한 확답을 원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중기적으로는 F-35A 도입이 독일의 첨단 전투기 수요를 어느 정도 충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35대가 주문된 상태이고, 올여름에는 15대를 추가로 구매해 총 50대를 도입한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독일 관계자들은 당분간 추가 구매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죠. 스웨덴의 사브(Saab)와의 협력도 가능한 옵션 중 하나입니다.
사브는 차세대 유인 전투기와 함께 운용될 드론 시스템에 특히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미래 전투 체계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영역이죠.
프랑스의 단독 행보 전례
프랑스가 파트너들과의 협력에서 독주하려는 경향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프랑스는 원래 유로파이터 개발에 참여했지만, 중도에 탈퇴해서 다쏘에서 라팔 전투기를 단독 개발했던 전례가 있죠.

이런 역사를 고려하면, 현재 FCAS에서 프랑스가 보이는 행태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프랑스의 입장에서는 프로그램의 속도를 높이고 의사결정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특히 NGF(유인 전투기) 전투기 개발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접근 방식이 오히려 파트너들의 이탈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럽 방산업계의 미래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유럽에서는 네 개의 서로 다른 FCAS 프로그램이 동시에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 주도의 범유럽 FCAS, 영국 주도의 FCAS/GCAP, 그리고 스웨덴의 독립적인 프로그램까지 말이죠.
하지만 이는 자원의 분산을 의미하며, 각각의 프로그램이 성공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의 국방 장관들이 다음 달 회의를 열어 프로그램의 미래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이 회의 결과에 따라 2단계 프로그램 진입 여부가 결정되며, 이는 올해 말 이전에 확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러시아의 위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은 군사력 증강이 시급한 상태입니다.
또한 프랑스의 정치 상황도 불안정해서 정책 변화 가능성이 있죠.
결국 이번 갈등이 단순한 협상 전술인지, 아니면 정말로 유럽 방산업계의 지형을 바꿀 근본적인 변화의 신호인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미 매우 야심차고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이 프로젝트가 더욱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