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재탄생] 옛 학창시절 추억 선물하는 ‘쌈밥식당’…맛 교실 열렸다
넓은 터에 된장공장·음식점 자리잡아
음식재료 대부분 지역 농산물로 충당
직접 키운 신선한 쌈채소로 한상 푸짐
카페·특산품 매점 운영 복합공간으로
“대 이어 오래도록 사랑받는 명소되길”
폐교는 넓은 부지 탓에 어떤 용도로 공간을 활용할지가 큰 숙제다. 적지 않은 폐교가 카페·캠핑장·미술관으로 활용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래서 폐교를 된장 공장과 식당으로 활용하는 전북 군산 옹고집쌈밥(대표 김동원)의 성공은 주목할 만하다.
옹고집쌈밥은 1997년 폐교한 군산 서왕초등학교 부지와 건물을 2002년 매입해 만든 곳으로, 지금은 연매출 10억원을 거두며 지역민의 사랑을 톡톡히 받는 식당이다.
옹고집쌈밥은 군산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이곳에 가면 운동장을 정비해 만든 주차장과 학교 지붕 위 태양광발전 시설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학교 건물은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김동원 대표가 구입 당시 약 1만㎡(3200평)였던 부지는 약 20년 동안 1만5000㎡(4500평)까지 늘어났다.
김 대표는 그의 말을 빌리면 ‘도둑질 빼고 다 해본 사람’이다. 초등학교만 졸업해 어릴적부터 남의 집 머슴살이, 공장일, 막일, 구두닦이, 세신사, 노점상까지 했다. 고생 끝에 사업 밑천을 만든 그는 지인의 권유로 장독 5000개를 구매해 된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가 군산의 폐교를 구입한 것도 장독을 놓을 장소를 찾기 위해서다. 넓은 학교 터는 된장 공장을 짓고 장독을 보관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왔을 때 물이 찬 운동장만 있던 썰렁한 폐교는 그의 노력으로 금세 된장 공장과 향토적인 식당으로 탈바꿈했다.
김 대표는 “폐교를 사서 식당을 만든다니 주변에선 ‘괴짜’라며 만류했지만 여러 일을 해본 경험을 발판 삼아 뜻을 밀어붙였다”며 “폐교를 보자마자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은 곳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밝혔다.
옹고집쌈밥의 대표 메뉴는 매콤제육쌈밥과 소불고기쌈밥이다. 식당에서 쓰는 식재료는 대부분 지역에서 생산한 것이다. 또 김 대표의 아들 김형모씨가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쌈채소 10여가지도 전부 이곳에서 소진되는데, 식사하면서 원하는 쌈채소를 맘껏 먹을 수 있는 것도 인기 비결이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 점심때도 식당에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붐빈다.
김 대표의 목표는 ‘말할 거리’가 있는 식당을 만드는 것이다. 폐교를 활용한 식당은 드물기에 생각한 전략이다. 식당엔 나무 바닥으로 된 학교 복도가 있는데 공중전화, 카세트플레이어, 7080시대 앨범 등 추억의 물건을 이곳에 전시했다. 교실은 식당으로 활용한다. 옛 감성을 살리려고 학년 팻말, 교탁, 칠판 등은 그대로 남겨뒀다. 한편에선 추억의 교복을 대여해줘 식당에 마련된 포토존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덕분에 아이들에게 옛날 학교 풍경을 보여주고 싶은 가족 손님이나 동창회 모임 장소로도 인기다. 한번 손님이 오면 450명까지 앉을 수 있다고 한다. 공깃밥도 일반적인 밥그릇이 아니라 옛날 도시락통에 제공한다.
식당 외에도 카페, 특산품 매점 등도 함께 운영한다. 식당뿐만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한 것이다. 군산 주변 관광지와 지리적 거리가 가까운 것도 장점이다. 덕분에 군산은 물론 주변 지역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곳 식당을 찾아 지역경제에 이바지한다.
손님 김정민씨(45·전주)는 “폐교를 식당으로 활용했다는 점이 이색적이어서 자주 찾는다”며 “옛 학교의 모습을 간직해 아이들도 맘껏 뛰어놀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옹고집쌈밥의 다음 목표는 밥만 먹는 식당이 아니라 대를 이어 오래 사랑받는 지역 명소가 되는 것이다. 지역주민에게 식사를제공하는 만큼 믿음직한 재료를 쓰며 재방문하고 싶은 장소를 만든다는 뜻이다. 매일같이 폐업이 늘어가는 시국에 우리나라도 ‘장인 정신’을 살려 한자리를 오래 지키는 식당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담았다.
김 대표는 “처음 시작할 땐 남들로부터 무모하다며 손가락질 받았지만 지금은 군산시민이라면 모두 아는 대표 식당이 됐다”며 “폐교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공간 활용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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