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머무는 곳, 연천 옥녀봉 ‘그리팅맨’
평화를 향해 15도 고개 숙인 푸른 거인

가을빛이 깊어지는 저녁, 연천의 하늘 아래에서 가장 눈부신 순간은 옥녀봉 정상에서 찾아옵니다. 임진강을 따라 붉게 물드는 석양 속, 해발 205m 정상 위에 우뚝 선 한 거인이 북녘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두 손을 곧게 내리고, 15도 각도로 인사하는 그의 이름은 바로 ‘그리팅맨(Greeting Man)’. 묵묵히 서 있는 그 모습에는 분단의 아픔을 넘어, 서로를 향한 존중과 화해의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평화를 담은 인사, 그리팅맨의 의미

그리팅맨은 조각가 유영호 작가가 만든 대형 조형물로, 높이 6m, 무게 약 3톤의 스테인리스 거인입니다. 2016년 4월, 군남면 옥녀봉 정상에 세워진 이후 지금까지 연천의 상징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북녘을 향해 고개 숙인 15도의 각도는, 상대를 존중하되 자신을 잃지 않는 절제된 인사를 뜻합니다.
연천의 그리팅맨은 세계 여러 나라의 ‘그리팅맨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서는 연천 외에도 강원 양구와 제주에, 해외에서는 베트남·에콰도르·우루과이·브라질·미국 등지에 설치되어 있으며, 2025년에는 멕시코 메리다 ‘대한민국로’에도 새롭게 세워졌습니다.
서로 다른 땅에서 같은 자세로 인사하는 파란 조각상들. 그 모습은, 언젠가 남과 북이 마주 보고 서로 인사하는 날을 기다리는 듯합니다.
옥녀봉, 연천의 석양을 품다

옥녀봉 정상은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리팅맨이 서 있는 이곳에 오르면, 임진강과 군남댐, 그리고 평화로운 들녘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가을이면 들판에는 붉은 댑싸리 정원이 피어나고, 그 사이를 흐르는 임진강 물결이 석양빛을 머금어 반짝입니다. 이 장면은 마치 한 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다워, 사진작가와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요. 노을이 질 무렵, 붉은빛이 거인의 어깨에 내려앉으면
그리팅맨은 더없이 따뜻하고 인간적인 표정으로 변합니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나 마음속으로‘평화’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지요.
걷기 좋은 산책 코스

옥녀봉은 초보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책형 코스입니다. 군남면 댑싸리정원 주차장이나 평화누리길 입구에서 출발해 작은 숲길과 데크길을 따라 15~25분이면 정상에 도착합니다. 길은 완만하지만, 군사 지역이 인접해 있어 안내 표지판을 꼭 따라 이동해야 합니다. 정상에는 헬기장과 그리팅맨 조형물이 있고, 날씨가 맑은 날엔 파주와 개성 방향까지 조망이 열립니다. 노을을 보려면 일몰 30분 전쯤 도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늘이 오렌지색에서 보랏빛으로 물드는 ‘매직 아워’에 그리팅맨의 실루엣이 임진강 위로 드리워지면, 그 자체로 한 장의 완벽한 사진이 됩니다.
주변에서 함께 즐기기
그리팅맨을 찾았다면, 인근의 명소들도 함께 둘러보세요.

임진강 댑싸리정원 : 가을이면 붉은빛으로 물드는 댑싸리 군락지. 포토존이 다양해요.
두루미그린빌리지 :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 있는 생태 체험 공간.
평화누리길 12코스 : 옥녀봉과 임진강변을 잇는 평화의 길. 완만하고 걷기 편한 코스입니다.
재인폭포와 임진강 주상절리 : 현무암 절리와 폭포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비경.
전곡선사유적지 : 구석기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대표 유적지.
이 모든 곳을 잇는 길이 바로 연천 평화여행 루트입니다. DMZ 접경지대이지만, 그 안엔 놀라울 만큼의 자연과 생명력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방문 정보

위치 :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옥계리 832 (옥녀봉 정상)
이용시간 : 상시 개방 (단, 해 질 무렵 이후 야간 산행은 자제)
입장료 : 무료
문의 : 연천군청 관광과 031-839-2061
주차 : 군남면 공영주차장 및 댑싸리정원 인근 주차장 이용 가능
코스 : 댑싸리정원 → 숲길 데크 → 헬기장 → 옥녀봉 정상 (왕복 약 1시간)
포토 타임 : 일몰 30~40분 전 도착, 매직 아워 감상 추천
주의 사항 : 드론 비행 및 출입 통제선 이탈 금지 / 군사시설물 촬영 제한

고개를 숙인 그리팅맨은 말없이 인사하지만, 그 인사는 말보다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상대에 대한 예의, 다름을 향한 존중, 그리고 언젠가의 화해 그 모든 마음이 15도 안에 담겨 있지요. 가을의 끝자락, 붉은 노을 아래 서 있는 푸른 거인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춰보세요. 그리팅맨의 인사처럼, 당신의 하루에도 따뜻한 평화의 빛이 스며들 거예요.

Copyright © 여행 숙소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