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자 채용 '한파'
AI 인재는 '품귀'
정치권도 AI 육성
"스타트업 1명 공고에 200명 지원, 앞길이 막막하다." (문과 출신 개발자 A 씨)
한때 비전공자도 단기간 교육만 받으면 억대 연봉이 가능하다는 홍보로 주목받았던 IT 개발자 직군. 하지만 최근에는 이 분야에 채용 한파가 불고 있다. 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단순 코딩 업무를 대체하면서 개발자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 통계포털에 따르면, IT 직군의 온라인 노동지수는 59를 기록하며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는 2020년 7월 174, 2023년 7월 167과 비교해 많이 감소한 수치다. 온라인 노동지수는 2020년 4월의 채용공고 수를 100으로 기준 삼아 지수로 환산한 지표다.

코딩 실력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도래했다. 최근에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처럼 사람의 언어로 AI와 대화하며 원하는 코드를 생성하는 방식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AI 시스템이 신규 코드의 4분의 1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오픈AI와 메타도 전체 코드 중 20~30%를 AI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기술 변화는 채용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람인이 발표한 지난해 상반기 통계에 따르면 IT·웹·통신 분야 채용공고는 전년 대비 15.5% 줄었지만, 해당 분야 이력서 지원은 11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 코딩 교육만으로 취업이 가능하다는 홍보를 믿고 관련 시장에 뛰어든 비전공자들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좁아진 채용문에 가로막힌 셈이다.

반면 AI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당 분야의 인재는 오히려 품귀 현상을 보인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AI 인재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은 "AI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내에서 이들을 붙잡아 둘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우려는 실제 수치로도 확인된다. 글로벌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격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AI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지난 4월 15일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발표한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AI 인재 유출입지수는 2023년 -0.30에서 지난해 -0.36으로 더 악화했다. 마이너스 수치는 해당 국가로 유입된 인재보다 유출된 인재가 더 많다는 의미다. AI 업계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AI 인재들이 미국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생성형 AI와 대규모언어모델(LLM) 등을 주로 연구하는 윤성로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연구실에서, 최근 1년 사이 박사 학위를 받은 연구자 12명 중 4명이 미국으로 진출했다. 이 중 2명은 엔비디아, 2명은 아마존에 취업했다. 윤 교수는 “해외 빅테크 기업은 높은 급여 수준은 물론, 고사양 GPU 등 연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연구 성과를 내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KT는 AI 인재 채용을 위해 개발자 연봉 상한선을 폐지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정치권도 AI 인재 육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AI 관련 공약으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강화, 지역별 AI 단과대학 설립, 병역특례 확대,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제시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AI 청년 인재 20만 명 양성을 목표로 AI 대학원 및 SW 중심대학 확대, 인건비·연구비 지원, 전 국민 디지털 문해력 확산 등을 내걸었다. AI 사업에 필수적인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원전 6기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이준석 후보는 민간 주도의 AI 생태계 조성에 방점을 찍었다. 산업은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는 기준 설정 등 지원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민간이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투자 역량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가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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