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선박의 친환경 전환 여기에 있다! 혼다 호리카와 유람선
2023년 7월 25일, 국회의원회관 제2 세미나실에서 '친환경 전기선박 활성화 촉진을 위한 정책 토론회 - 소형선박의 친환경선박 전환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 스벤 올링 주한 덴마크 대사, 김대환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이사장, 김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부소장, 해양수산부 이창용 해사산업기술과장, 행정안전부 안동희 서기관을 비롯한 관련 전문가 80여 명이 참석했다.
위성곤 의원은 개회사에서 "화물선, 여객선 등 '해운법(해양수산부 소관)' 적용을 받는 대형선박의 경우 정부 보조금과 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를 통한 정책금융지원이 종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 유·도선 등 '유도선법(행정안전부 소관)' 적용을 받는 소형선박의 경우 종합금융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친환경선박 전환에 대한 논의가 보다 촘촘하고 완성도 있게 보완돼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영식 연구원은 "국내 환경에서 연안 선박은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으로 인식돼 배출 저감 기술개발을 강력하게 요구받고 있다"라며"이에 정부 차원의 친환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창용 과장은 "선박 분야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정부도 2020년 제1차 친환경선박 개발보급 기본계획을 수립했다"면서도 "유·도선, 어선은 일부 제도를 만들고 있으나 충분히 보급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가까운 곳에 참고 예시가 있다!
그런데 그러한 소형 선박의 전동화가 이미 진행되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먼 곳이 아니라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면 말이다. 바로 일본 마쓰에시에서 마쓰에성(松江城)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를 느긋하게 주행하는 '호리카와 유람선'이다. 이 유람선은 현재도 엔진을 탑재한 것 치고는 조용한 편인 혼다 BF9.9 추진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번에 엔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전기모터 추진기를 사용해 실증 시험을 거치게 된다.
혼다는 왜 전동 선박에 뛰어들었을까? 답은 간단한데, 선박용 추진기를 많이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다의 2022년 판매 현황을 보면, 전체 판매에서 모터사이클이 약 67%, 자동차가 13%, 파워 프로덕츠가 20%를 차지한다. 그 파워 프로덕츠 안에 추진기가 포함되어 있으며, 2022년에만 글로벌로 3000만 대를 팔았다고 한다. 탄소 중립을 목적으로 자동차의 엔진을 버리는 결정을 한 혼다이니, 전동 선박에도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혼다가 이번에 만든 전기모터 추진기는 기존의 것들, 특히 전기 모터사이클의 기술을 제대로 활용했으며 여기에 방수 기능을 추가한 정도다. 모터 출력은 4kW 정도로 현재 사용하는 엔진 추진기의 2/3 수준이지만, 모터 특유의 토크와 빠른 반응으로 배에는 훨씬 더 좋다. 그리고 여기에 혼다 특유의 '혼다 모바일 파워 팩 e' 두 개를 결합했다. 나머지 기어 박스와 프로펠러는 혼다와 오랜 관계를 맺고 있는 토하츠(Tohatsu)에서 제작한다.
엔진 추진기와는 전혀 다른 상냥함
호리카와 유람선은 크지 않다. 승객 10명이 탑승해서 지붕이 있는 객실에 앉으면, 사공 한 명이 탑승해 추진기를 조작한다. 기존의 엔진 추진기도 꽤 조용한 편으로, 힘차게 가동시키면 출력이 올라가면서 소리가 나는 편이지만 울림 자체는 잘 억제되어 있다. 속도를 올린 후 정속 주행이 되면 엔진 회전은 낮출 수 있지만, 이때 사공에게 문제가 생긴다. 유람선 조종을 위해 추진기를 계속 붙잡아야 하는데, 엔진의 진동이 손을 통해 전해지는 것이다.
그 진동에 지속해서 노출되니 사공은 금방 피곤함을 느낀다. 그리고 객실에서는 사공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만, 사공은 객실에 있는 승객의 목소리를 듣기가 힘들다. 바로 옆에서 엔진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머플러는 물 밑으로 달려 있으므로 배기음은 없지만, 엔진음만큼은 어떻게 할 수 없다. 게다가 배출가스 냄새 문제도 있다. 후진이 아니라 전진하고 있어도 바람의 방향에 따라 희미하게 배출가스가 감도는 때가 있다.
그 엔진 추진기를 전기모터 추진기로 바꾸면, 먼저 크기가 달라진다. 사공은 배에 앉은 상태로 방향을 바꾸기 때문에 엔진 추진기의 경우 뒤쪽 시야가 가려지는 경우가 있지만, 전기모터 추진기는 그럴 걱정은 전혀 없다. 제일 좋은 것은 조용하다는 것과 동시에 진동이 없다는 것이다. 유람선 조종을 위해 추진기를 계속 붙잡는 사공의 왼손이 떨리지 않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유람선을 조종하는 사공에게는 '거대한 작업 환경 개선'인 셈이다.
그리고 출발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호리카와 유람선은 선착장에서 후진으로 나온 뒤에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하고 이후 본격적으로 출발한다. 이때 최소회전반경이 중요한데, 이전 엔진 추진기는 회전반경이 1.8m에 달했지만, 전기모터 추진기는 1.1m로 크게 줄었다. 또한 후진도 간단하게 수행할 수 있다. 엔진 추진기는 레버의 위치 때문에 손을 한 번 떼야 하지만, 전기모터 추진기는 손이 닿는 부분에 역회전용 스위치가 있다.
제일 좋은 것은 소리와 배출가스가 없다는 것이다. 이로써 승객이 희미하게 감도는 배출가스 냄새를 견뎌야 할 필요성은 없어졌다. 그래서 마쓰에성의 풍경과 냄새를 더 잘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조용하기 때문에 엔진 추진기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뱃머리를 두드리는 물소리'도 들을 수 있을 정도다. 호리카와 유람선은 코스 특성상 주택가를 통과하는데, 소리가 없으므로 근처 주택에 사는 사람들도 낮에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주행 거리와 가격이 문제라고 해도
당연하지만 전기모터 추진기도 단점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전기차에서도 문제가 되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다. 이번 전기모터 추진기 시험은 1일 8회 운항을 기준으로 배터리 팩을 세 번 교환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혼다 모바일 파워 팩 e 하나의 무게는 10kg인데, 두 개를 교환해야 하니 20kg의 힘을 세 번 써야 한다. 게다가 파워 팩을 세로가 아니라 가로로 꽂는 것도 생각보다 힘들다. 현재의 엔진 추진기는 3일에 한 번 기름을 넣으면 끝이라고 한다.
또한 가격도 문제가 된다. 지금도 전기차가 일반 엔진 자동차보다 비싼데, 혼다가 개발한 전기 추진기도 당연히 엔진 추진기보다 비싼 것이다. 사실 그 가격의 대부분은 추진기 그 자체보다는 파워 팩이 차지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호리카와 유람선에서 미래의 감각을 맛본 이상 더 이상 엔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 말이다. 조용하면서 배출가스가 없다는 전기모터의 장점은 소형 유람선에는 특장점이 된다.
혼다는 먼저 호리카와 유람선에서 여름과 겨울 동안 더위와 추위를 견디며 실증 시험을 1년간 진행한다고 한다. 만약 시험이 성공하고 가동되는 42척의 유람선이 모두 전기모터 추진기를 탑재하면, 연간 47t의 이산화탄소 삭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국내에도 '탄금호 일렉트릭 유람선' 등 전기모터 유람선은 있지만, 소형 선박의 전동화가 먼저 진행돼야 하는 만큼 혼다의 호리카와 유람선 실증 시험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