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감기 걸려도 약국에 약이 없다?"...올 겨울 '약 품절대란' 오나
겨울철을 앞두고 어린이용 의약품의 품절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감기와 호흡기 질환이 크게 늘어 주요 어린이용 의약품의 수급에 차질이 발생했고, 이런 문제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이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안정적인 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뒤따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최근 '2023~2024년도 어린이용 의약품 수급 동향'을 분석한 결과, 일부 필수의약품의 공급 불안정이 여전히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석은 대한약사회를 통해 약국과 병원 등 현장에서 품절 사태가 우려되는 어린이용 의약품 중 생산·수입·공급중단 보고 대상 의약품(동일 성분을 가진 품목이 2개 이하인 의약품,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품목, 청구량이 많은 의약품 등 포함)을 선별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르면 어린이용 호흡기 질환 치료제 가운데 '시네츄라시럽'의 공급 대비 청구(소비)량은 2023년 1분기 106%, 2024년 1분기 107%로 2년 연속 공급량이 실제 소비량보다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씨투스현탁정100mg'은 지난해 1분기 108%에서 올해 1분기 158%로 급등해 소비량이 공급량의 1.5배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씨투스건조시럽'과 '삼아아토크건조시럽'은 공급량 대비 소비량이 56~77%로 안정적인 편이다. 그러나 이 품목들 역시 현재 도매 추정 재고 수준은 5% 미만으로 매우 낮아 겨울이 오면 품절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어린이 기관지, 천식 치료제인 '벤토린네뷸2.5mg'의 공급 대비 청구(소비)량 역시 2023년 1분기 113%, 2024년 1분기 101%로 나타나 2년 연속 소비량이 공급량을 초과했다. 이 제품은 국가필수의약품과 퇴장방지의약품으로도 지정된 주요 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품절 안내를 공지할 정도로 공급 부족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8월부터 내년 4월까지는 해외 제조소 문제로 공급중단이 보고되어,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항생제 가운데 '보령메이액트정100mg'과 '소아용 후로목스세립'은 수급 불안정 문제가 이어지고 있으며, 보령메이액트정은 공급 대비 청구량이 올해 1분기 98%로 상승했다.
저출생 맞물리며 수급 적신호..."정부가 적극 나서야"
어린이용 의약품의 수급 불균형 문제는 저출생 현상과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맞물리며 심화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제약사들이 채산성이 낮은 어린이용 의약품의 생산을 줄이거나 중단하면서, 이로 인한 공급 불안정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과 함께 제약사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의약품 수급불안정 민관협의체'는 대한약사회 등 민간의 요청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회의를 소집하고 있다. 여기서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회성 대책에 그치면서 급격한 수요 증가나 특정 의약품의 공급 차질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김선민 의원은 "국가로부터 필요성을 인정받아 국가필수의약품, 퇴장방지의약품, 공급중단 보고 대상의약품으로 지정된 품목들조차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특히 어린이용 의약품은 어린이의 건강한 성장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특별한 개입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필수의료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며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협의회의 역할 강화를 촉구했다.
또한 김 의원은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협의회를 주도하는 식약처가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신속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대응해야 한다"며, "국내 원료의약품 국내 자급도는 2020년 36.5%에서 2022년 11.9%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노력이 없으면 필수 의약품의 공급 불안정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재원 기자 (jwl@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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