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유급 휴식에 수당까지”…공무원 워라밸에 일반 직장인 ‘허탈’
낮에 육아시간 써도 초과근무 수당 지급…관공서 ‘낮엔 텅텅, 밤엔 북적’ 기현상 우려
앞으로 당일 육아시간을 사용한 공무원이 업무마감 때문에 연장근무를 한 경우에도 초과 수당이 지급된다. 공직 사회의 출산 장려를 유도하고 유연한 공직 문화의 발전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여론 안팎에선 ‘상식 밖에 처우’라는 지적이 많다. 이미 유급으로 하루 최대 2시간까지 허용하는 육아시간도 모자라 초과수당까지 지급하는 것은 혈세낭비라는 지적이다. 사실상 2시간 수당을 그냥 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맞벌이 자녀는 어린이집 기본인데”…일 2시간 유급 육아시간에 초과수당 지급 논란
23일 인사혁신처는 ‘국가 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 개정안을 다음 달 중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육아시간을 사용한 공무원에 대한 초과근무 인정 여부다. 현재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공무원은 성별에 관계없이 하루 최대 2시간까지 육아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육아시간을 유급 근로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3년이다. 대신 해당 공무원이 자녀의 육아를 위해 근무시간 일부를 육아시간으로 사용하게 되면 불가피하게 초과근무를 했더라도 수당은 받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육아시간을 사용하더라도 오후 6시 이후까지 근무할 경우 시간 외 근무에 대한 수당이 지급된다. 초과근무 수당은 호봉과 직무등급에 따라 상이하지만 평균적으로 시간당 1만원~1만5000원 사이다. 한 지방직 공무원은 “육아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주위 선·후배들을 보면 보통 오전 9시~오후 4시 또는 오전 10시~오후 5시 등으로 활용하는데 업무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며 “앞으로 초과근무 수당을 준다면 일부러라도 육아시간을 쓴 후에 6시 이후에 업무를 마무리 하는 게 일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 처우 개선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냉랭한 편이다. 다소 과하다는 지적과 함께 비공무원 직장인의 상대적 박탈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공무원 처우 개선 시도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라는 점은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인사혁신처는 하루 최대 2시간까지 사용 가능한 육아시간의 대상 자녀를 5세 이하에서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로 확대했다. 사용기간 역시 24개월에서 36개월로 늘렸다. 또한 재직 기간이 1년 이상 4년 미만인 저연차 공무원의 연가일수를 현행 12~15일에서 15~16일로 확대했다.
직장인 한지호 씨(33·남)는 “사실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면 공무원과 일반 사기업 직장인과의 월급 차이가 세금을 떼고 나면 그렇게 극적이진 않다”며 “우린 매일 야근에 회식에다 혹시나 모를 불이익 우려로 육아휴직도 제대로 쓸 수 없는데 하루 6시간만 일 해도 되고 심지어 업무 시간에 자리를 비워 못 끝낸 업무를 해도 초과수당이 나온다니 하니 해도 너무한 거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황은하 씨(37·여·가명)는 “평일 낮 근무시간에 2시간 육아시간을 허용하는 것도 엄청난 일인데 줄어든 근무시간 때문에 못 다한 업무를 하느라 근무시간 이후까지 일하는 것에 수당까지 챙겨준다니 공무원 처우가 정말 엄청나다는 생각이 든다”며 “내가 공무원이라면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어도 일이 많던 적던 무조건 2시간 육아시간을 핑계로 자유시간을 누리고 못 다한 업무는 6시 이후로 미뤄서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홍기영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무원 육아시간 제도는 국가 저출산을 막기 위한 정책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아이를 다른 곳에 맡기고 본인 개인시간으로 활용하거나 초과근무 수당을 노리고 일부러 업무를 뒤로 미뤄서 처리하는 등 여러 가지로 악용될 소지가 많아 우려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에 대한 과도한 처우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지만 정부는 특별한 대책 보단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 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육아시간 내에 개인적인 업무를 처리하거나 단순히 그냥 쉬는 행위 자체는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는 부분이다”며 “해당 정책은 자녀를 돌보기 위한 목적으로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 취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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