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GM이 지난달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희망퇴직 단행과 철수설로 인해 직원들의 사기와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수출 최대치를 달성한 이면에는 내수 시장의 위기가 숨겨져 있어,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가 과연 확고한지 의문을 자아낸다.
글 이승용
한국GM은 2024년 49만 9,559대의 글로벌 판매 실적으로 201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수치 뒤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내수 시장에서의 부진과 공장의 소형차 수출 중심화는 한국GM이 장기적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상실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내수 비중, '그림자 실적'의 핵심

한국GM의 2024년 내수 판매는 24,824대로, 전년 대비 35.9% 감소했다. 전체 판매량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현재 판매 중인 6개 모델 중 1만 대 이상 팔린 모델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유일했다. 반면 초대형 SUV 타호(142대), 픽업트럭 GMC 시에라(328대), 콜로라도(368대)는 모두 1,000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중형 SUV와 세단 같은 대중적인 모델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라인업이 부재한 상황은 한국GM이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라인업 다각화와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2024년 한국GM의 수출 실적은 47만 4,735대로 전년 대비 10.6% 증가하며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가 각각 29만 5,883대, 17만 8,852대 판매되며 이 실적을 견인했다. 그러나 두 모델은 대부분 경남 창원과 인천 부평 공장에서 생산되어 해외로 수출됐다.
수출 전진기지로 전락한 공장들

문제는 한국GM이 창원과 부평 공장을 소형차 수출의 전초기지로만 활용하며, 국내 시장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GM이 한국 시장을 단순히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만 간주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2024년 한국GM은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100명에 못 미치는 직원들이 퇴사했지만, 노조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내부 불안을 키웠다.
군산 공장 폐쇄(2018년)와 부평 2공장 가동 중단(2022년)에 이어 희망퇴직은 회사의 한국 시장 철수설에 무게를 더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대 실적을 달성한 해에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며, "한국GM 내부의 불안정한 의사결정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의원은 2024년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GM 공장이 소형차 중심의 수출 생산 기지로 전락했다고 지적하며, 공장의 역할과 철수 가능성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해당 간담회는 산업은행 관계자와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진행되었다.

한국GM이 한국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철수설을 불식시키려면 대대적인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 내수 시장을 강화하기 위해 신차 출시와 차종 다변화는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고객 신뢰를 되찾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공장 운영 계획을 조정하여 수출과 내수 간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2024년 실적은 의미 있는 성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장기적인 성공으로 이어가지 못한다면, 한국GM은 결국 '소형차 수출 전진기지'로만 남을 위험이 크다.
지금이야말로 내수와 수출의 균형을 맞추고,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