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나 이탈리아 자동차에 대한 한국에서 인식을 그다지 좋은 편은 편은 아니다. 독일차 중심의 편협한 소비 심리도 큰 몫을 하겠지만, 프랑스차나 이탈리아차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게 가장 크다. 푸조는 그 중에서도 중심에 서 있는 브랜드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극단적인 평가, 변화에 보수적인 분위기 등등이 푸조의 한국 내 이미지다. 그러나 푸조를 경험해 본 사람은 차만 놓고 봤을 때 충분히 매력있고 재미있는 차라는 평가를 한다. 좋게 얘기하면 푸조를 안 타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타 본 사람은 없다 쪽에 가깝다.
드디어 푸조에 쿨링 시트와 열선 시트가 들어갔다!

패스트백 실루엣이 매력적인 3008은 2008년 글로벌 데뷔 이후 2016년 2세대가 나왔고 이번이 3세대다. 알게 모르게 이제는 중견에 들어가는 모델이며, 푸조 전체로 보면 누적 판매량 27%를 담당하는 효자 모델이기도 하다. 여기에 효율을 극단적으로 높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프랑스식 합리주의의 정점을 보여 준다.

소형 SUV 보디는 뒤로 갈수록 쿠페형에 가까워지는데 잔뜩 화가 난 트렁크리드와 과감함이 돋보이는 테일 램프는 한 눈에 봐도 푸조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개성이 넘친다.

실내는 화려함과 심플함이 공존한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으며, 센터페시아에 자리 잡은 기어 스위치, 센터 콘솔박스 부분에 자리 잡은 드라이브 모드 스위치 등은 모두 운전자 중심이다. 워낙에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회사지만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에서는 물리 버튼과 디지털 버튼, 터치 패널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GT에는 두 개로 나눠진 21인치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는데 글자나 버튼이 큼직큼직해(투박한 느낌은 전혀 없다) 시인성도 좋고 만지는 맛도 살아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대시 보드와 센터 터널의 밝은 직물 소재의 마감재. 화려하게 꾸미는 대신 실용성을 추구하는 푸조의 본질이 잘 나타난 부분이다.

푸조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의 심장은 136마력을 내는1.2ℓ 직렬 3기통 터보 엔진과 15.6Kw를 내는 모터가 최종 출력 146마력을 만들어 낸다. 300마력이 국민 마력이라 불리는 시대에 146마력을 허방할 수 있지만 푸조의 엔진 세팅은 실제 가용 구간에 초점을 둔다. 여기에 무게를 줄인 6단 듀얼 클러치(e-DCS6)가 맞물려 최적의 효율을 추구하며 공차 중량은 약 1.6톤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푸조가 본격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 놓으면서 계기판의 rpm 게이지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지름이 작은 스티어링, 운전 중 운전자의 몸을 지탱해 주는 어댑티브 볼스터는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푸조다운 발상이다.

푸조는 늘 푸조다운 움직임(부드러우면서 노면을 꽉 움켜쥐는)에 목숨을 건다. 다만 지난 세대의 경우 독일 경쟁자들을 의식해 얌체공 같은 승차감을 선 보였는데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에 오면서 원점으로 회귀한 느낌이 강하다. 앞 맥퍼슨, 뒤 토션빔 구조는 현재 푸조가 A, B, C 세그먼트에 사용하는 조합으로도 유명하다. 지름이 작은 스티어링과 빠릿빠릿한 듀얼 클러치 변속기, 차체 전체에서 결정하는 운동성까지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시내도로와 고속도로를 가리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움직인다.


몇몇 메이커들이 전동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푸조는 여전히 자동차의 본질에 집중하는 회사다. 자동차의 본질은 운전하는 재미다. 첨단 주행보조 장비를 경쟁적으로 탑재한 시장에서 예나 지금이나 자동차 본질 중심의 정공법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푸조는 그들이 추구하는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선택했고 그 결과도 나쁘지 않다.
Good : 허세와 거리가 먼 합리적인 선택.
Bad : 좋은 차, 유지 보수는?
Don't Miss : 반드시 타 본 후에 판단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