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와이파이 공유기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만든 이유
있는듯 없는듯 숨겨 놓는 전자기기 '와이파이(WiFi) 공유기'. 그러나 집마다 1대씩 꼭 마련하는 기기다. WiFi 공유기를 TV 뒤 또는 거실장 아래에 숨기는 이유는 생김새 때문이다. 보통 이 기기는 투박한 네모 상자에 곤충의 더듬이 같은 안테나가 두개 달렸다.
KT는 WiFi 공유기를 잘 보이는 곳으로 꺼내기 위해 WiFi 6 표준을 지원하는 디자인 특화 공유기인 'KT WiFi 6D'를 만들었다. 올해 초 출시된 이 공유기는 인테리어 장식품처럼 거실장 위에 올려졌다. KT WiFi 6D 개발을 이끈 정윤필 디바이스 개발담당 상무는 1일 <블로터>와 서면으로 만나 무선 품질을 높이기 위해 디자인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정 상무는 "WiFi 공유기를 숨겨놓으면 성능이 저하되는데, 디자인 특화로 공유기를 꺼내놓게 해 더 좋은 무선 품질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와이파이 공유기는 전파를 내보내 무선 연결을 지원한다. 공유기 단말을 다른 물체로 가리면 전파가 부딪혀 확산이 방해될 수 있다. 이러한 장애 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유기를 집안 한 가운데로 꺼내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KT WiFi 6D는 안테나를 네모난 본체 안으로 넣었다. 본체 외관은 국내 디자이너의 그림을 둘렀다. 정 상무는 "많은 분이 내장형 안테나가 성능에 영향을 줄까 걱정한다"며 "일반적인 안테나도 플라스틱 구조 안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외형에 따른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단말기를 가린 물체 등 전파 확산을 방해할 요소를 없애 장점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KT가 디자인 특화 WiFi 공유기를 만든 또 다른 이유는 '가전테리어' 트렌드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가전과 인테리어를 합친 이 말은 개인 취향과 집안 분위기에 어울리는 디자인 가전을 찾는 경향을 뜻한다. 정 상무는 "인터넷 연결 기기 사용이 증가하면서 WiFi공유기가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며 "다른 가전제품 만큼 디자인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 상무는 "개발 과정에서 기술과 디자인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며 "안테나를 내장한 미니멀한 디자인을 구현하면서 강력한 성능을 제공하기 위해 기술 조사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KT WiFi 6D의 속도는 최대 1.2Gbps 수준이다. 기존 기가 와이파이 홈(GiGA WiFi home) 단말보다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을 약 47% 높였다.
KT는 WiFi 공유기 뿐만 아니라 셋톱박스 등 다양한 통신 디바이스 제작 과정에서 디자인 요소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정 상무는 "기존 통신 제품은 기술 중심의 디자인으로 인해 다양한 사용자 요구와 트렌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용자의 취향과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통신 제품을 개발해 기술이 더욱 쉽게 사용자에게 다가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