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피 코앞’ 코스피, 언제 팔까…‘고점 신호’ 4가지 [QnA]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며 '꿈의 1만피'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그러나 상승 폭이 가팔라질수록 시장의 관심은 한 곳으로 모입니다.
"이 장세의 고점은 어디인가."
증권사 분석을 종합해, 코스피 고점을 가늠할 네 가지 신호를 짚어봤습니다.

Q. 가장 먼저 봐야 할 신호는 무엇인가.
증권가에서 공통적으로 첫손에 꼽는 변수는 금리입니다. 핵심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입니다. 과거 주요 자산 버블 붕괴 국면마다 시장이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금리 급등이 촉발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1929년 대공황 직전, 1970년대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장세,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직전이 대표적입니다. 지난달에도 미국 10년물 금리가 4.5%를 돌파하자 글로벌 증시가 단기 조정을 보였습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버블은 단순히 비싸다고 무너지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공포가 결합될 때 붕괴가 시작됐다"고 설명했습니다.
Q. 금리가 어느 선을 넘으면 위험한가.
분기점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5% 돌파' 여부입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시장이 경험하지 못한 영역입니다. 여기에 미국 근원 물가가 다시 3%를 넘어서며 인플레이션 재상승 공포가 겹치면 본격적인 위험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당장 이 조건이 충족될 가능성은 제한적입니다. 이 연구원은 관련 지표는 빠르면 올가을 이후에나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3~4분기나 연말까지는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Q. 금리에 이어 주시해야 할 두 번째 신호는.
기업의 이익률입니다. 지수를 끌어올린 동력이 결국 반도체 실적인 만큼, 그 실적의 정점이 곧 주가의 정점일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하나증권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순간이 주가 고점 판단의 핵심 신호라고 짚었습니다. 근거는 2000년 닷컴버블의 종료 양상입니다. 이재만 연구원은 2000년 3월 27~28일 S&P500 지수에서 시스코시스템즈가 마이크로소프트와 GE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올랐는데, 당시 시스코의 순이익은 27억 달러로 GE의 20%, 마이크로소프트의 28%에 불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익 규모와 무관하게 주가 과열만으로 시총 1위가 뒤바뀌는 순간이 버블 종료의 전조였다는 것입니다. 아직은 삼성전자의 순이익 추정치(2026년 280조 원, 2027년 349조 원)가 SK하이닉스(208조 원, 272조 원)보다 크다는 것이 이 연구원의 진단입니다.

Q. 세 번째 신호인 '쏠림'은 무엇인가.
지수는 상승하지만 실제 오르는 종목 수는 줄어드는 현상입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코스피는 3.55% 상승했으나, 상승 종목은 210개에 그쳤고 하락 종목은 688개에 달했습니다. 대형 반도체주와 소외 종목 간의 온도 차가 명확해진 것입니다. 쏠림의 강도는 실적 전망에서도 확인됩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대 후반에 이를 것"이라며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는 4100~4200선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습니다.
Q. 쏠림이 심해지는 게 왜 고점 신호인가.
과거 특정 주도주에 집중됐던 자금이 빠져나갈 때, 이 돈이 다른 주식으로 옮겨가며 시장 전체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시 거품이 터지는 신호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이은택 연구원은 "버블 막판으로 갈수록 쏠림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쏠림이 깨지는 순간이 붕괴의 시작점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쏠림 자체가 즉각적인 악재는 아니지만 시장 구조가 건강하지 않다는 의미"라며 "현재로서는 이 쏠림이 해소될 조짐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Q. 마지막 신호인 '빚투'는 어떤 의미인가.
레버리지, 즉 빌린 돈으로 하는 투자 규모입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37조068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신용거래 융자는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린 뒤 상환하지 않은 금액입니다. 주가 상승 기대감이 클수록 증가하는 대표적 레버리지 지표로, 사상 최대 규모의 잔액은 투자 심리가 과열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합니다.
Q. 빚투가 늘면 무엇이 문제인가.
레버리지 자금은 상승장에서는 탄력을 키우지만 조정장에서는 매물 압력으로 바뀝니다. 빌린 돈으로 산 주식은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로 이어지고, 이 매물이 다시 주가를 끌어내려 또 다른 반대매매를 부르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빚투가 많을수록 조정이 완만한 하락이 아니라 급락으로 번질 토대가 깔리는 셈입니다. 28일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78억원 수준으로 아직 급증 단계는 아닙니다.
Q. 그렇다면 지금이 고점인가 아닌가.
전망은 엇갈립니다. 긍정론은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근거로 올해 3~4분기 혹은 연말까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봅니다. 반도체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역사적 고점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반면 경계론은 신호들의 동시 점등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빚투가 사상 최대인 상황에서 금리가 5%를 넘고 인플레이션이 재발하면, 가팔랐던 상승이 그만큼 가파른 조정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정하기는 이르나, 시장이 주시할 지표는 금리·쏠림·빚투·이익률 등 네 가지로로 좁혀졌습니다. 기대감이 클수록 거시 지표와 자금 흐름을 냉정하게 살피는 객관적 투자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