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라 더 끔찍했다.." 개봉 직후 대한민국 뒤집어놓은 19금 영화

최근 밀양 성폭행 사건을 둘러싼 사적 제재 논란과 주연 배우 천우희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맞물리면서, 지난 2014년 개봉했던 영화 한공주가 10년 만에 다시금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수진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잔혹한 실화를 바탕으로, 사건의 자극적인 재현보다는 피해자가 마주해야 했던 지독한 사회적 무관심과 심리적 고통을 밀도 높게 그려낸 블랙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짓밟힌 일상과 강요된 도망

평범한 17살의 삶을 살아가던 한공주(천우희)는 일진 무리의 계략으로 약이 든 술을 마신 뒤 친구 화옥과 함께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끔찍한 비극을 겪는다.

이 사건으로 상처를 입은 친구 화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과 학교는 오히려 피해자인 공주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눈치를 주기 바빴다.

결국 제대로 된 보호조차 받지 못한 채 쫓기듯 전학을 가게 된 공주는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 준 담임선생님의 어머니 집에 머물며 숨죽인 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애쓴다.

마음의 문을 열어준 은희와 수영

새로운 학교에서도 철저히 고립된 채 조용히 지내던 공주는 세상과 단절되기 위해 수영 교실을 찾는다.

수영장 탈의실에서 홀로 노래를 흥얼거리던 중, 그녀의 목소리에 매료된 동급생 은희(정인선)가 다가오면서 차갑게 굳어있던 공주의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공주의 거듭된 외면과 거부에도 불구하고 은희는 끈질기게 진심 어린 호의를 베풀었고, 마음의 상처로 신음하던 공주 역시 점차 은희에게 마음을 열며 평범한 여고생의 미소를 조금씩 되찾아간다.

친부의 배신과 처참하게 무너진 재판

공주가 서서히 일상을 회복해가던 찰나, 오랜만에 마주한 친엄마는 재혼을 핑계로 자신을 찾지 말라며 외면하고, 뒤이어 찾아온 친아버지는 서류 한 장을 내밀며 사인을 강요한다.

아버지가 내민 서류는 가해자들의 부모가 합의금을 빌미로 공주의 아버지를 매수해 작성한 선처 탄원서였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사인을 한 공주 탓에 유죄 판결이 내려졌던 1차 재판은 허망하게 무산되고, 합의 서류를 쥐어 잡은 가해자 부모들은 도리어 학교로 찾아와 공주가 먼저 꼬리를 친 게 아니냐며 뻔뻔하게 2차 가해를 퍼붓는다.

수영을 배웠던 슬픈 이유와 한강의 결말

가해자 부모들의 폭언과 세상의 잔인한 시선에 큰 충격을 받은 공주는 결국 교실을 뛰쳐나가 한강 다리 위에서 몸을 던지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다.

극 중 공주가 그토록 열심히 수영을 배웠던 이유는 혹시라도 죽고 싶어 물에 빠졌을 때, 마음이 바뀌어 다시 살고 싶어지면 헤엄쳐 나오기 위해서라는 가슴 먹먹한 사실이 밝혀진다.

어두운 강물 속으로 가라앉던 공주가 다시 살고자 하는 본능으로 필사적인 헤엄을 치기 시작하는 환상적인 열린 결말을 보여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밀양 실화의 무게와 천우희의 확신

영화는 2004년 고등학생 44명이 여중생을 1년간 지속해서 집단 성폭행했던 밀양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으나, 자극적인 범죄의 실체보다 피해자의 인간적 가치와 2차 피해에 초점을 맞췄다.

주연을 맡은 천우희는 유퀴즈에 출연해 제작비가 없는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의미가 있을 거라는 확신으로 임했다라며, 떠나보낸 다른 인물들과 달리 공주는 평생 지켜줘야 한다는 나름의 부채감이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소외된 이들을 조명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싶었다는 그녀의 진정성 있는 열연은 데뷔 10년 만에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영예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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