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Universe] 동국대학교 이재호
온 뒤 맑음
올해 여름은 비가 참 많이도 내렸다. 전국 강수량이 역대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쏟아졌고, 프로야구 역시 비로 취소되는 경기가 많았다. 그렇지만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장마가 끝나고부터는 뜨거운 해가 내리쬐며 야구장의 열기를 더욱 더해갔다. 7월에 열린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의 결승전은 비로 취소되며 동국대와 고려대의 공동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여기, 이 대회의 MVP를 수상한 이재호도 장맛비와 숱하게 마주했다. 중학생 시절 팔꿈치 수술과 한 번의 지명 실패, 이유 모를 부진까지. 그러나 몇 번의 장맛비가 쏟아진다 해도 그 장마가 끝나면 뜨겁고 밝은 해가 뜬다는 걸 우린 알기에, 이재호의 맑은 앞날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Seohyeon Kim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출생 2001년 5월 20일 신체조건 180cm 81kg 출신교 서울 청량중-휘문고-동국대 포지션 내야수 투타 우투우타 2023년 성적 18경기 타율 0.313 20안타 4홈런 25타점 1도루 OPS 1.034
<더그아웃 매거진>과 첫 만남이네요! 자기소개 부탁해요. (7월 28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저는 동국대학교 4학년 야구부 주장 이재호입니다. (처음 인터뷰 제안을 받고 어땠나요?) 많이 놀랐어요. 유명한 잡지라고 알고 있어서 제안을 받고 ‘내가 나가도 되나’ 싶었어요. 사실 초등학생 시절에 감독님 방에 들어가면 늘 책상에 <더그아웃 매거진>이 올려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 머릿속에는 엄청 유명한 선수만 나온다고 여겨왔는데, 이번에 제안해 주셔서 ‘내가 어떻게?’라고 생각했죠. 지난 호에도 강릉영동대 (전)다민이가 나온 걸 봤는데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였거든요. ‘다민이도 잘하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축하해요! 고려대와의 결승전이 비로 열리지 못해서 무척 아쉬웠겠어요.
이번 대회에서 우리 팀이 콜드게임으로 이긴 경기가 많았고, 투수도 잘 던지고 타자들도 잘 치고 있었거든요. 만약 취소되지 않았더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라 생각했는데, 시작도 못 하고 끝나서 아쉬웠어요.
비를 바라보면서 선수끼리 했던 이야기나, 이건열 감독에게 들은 말이 있나요?
선수들끼리는 하루 밀리더라도 꼭 경기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고, 감독님께서는 무덤덤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계셨어요. 결국 취소가 결정되고 나서는 모두 고생했다고 해주셨고, 대회 중간에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도 있고 팀이 꽤 어려운 상황에 자주 마주했는데도 우승까지 하게 됐다며 무척 기뻐하셨어요. (주장으로서 공동 우승이 결정된 후 선수단에 전한 말이 있다면요?) 경기 들어가기 전에는 저희가 할 수 있는 거를 꼭 하자고 말해요. 예를 들면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수비들이나 더그아웃에서 파이팅 내는 거요. 타격에서는 잘 칠 수도 있고 못 칠 수도 있잖아요. 결과보다는 끝까지 전력 질주를 하는 걸 많이 강조해요. 우승이 결정되고는 많이 고생했다고 말하고, 잘 쉬고 앞으로 남은 대통령기 대회에서는 단독으로 우승하자고 얘기했어요.
특히 KUSF 대학야구 U-리그에서 같은A조였던 고려대와의 직전 경기에서는 16:6으로 패해서 더 갚아주고 싶었을 것 같아요.
사실 그 경기에서도 우리 팀이 기세는 좋았거든요. 해볼 만하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투타 동시에 제 실력을 못 보여준 것 같아서 아쉬웠죠. 그래서 이번에는 꼭 갚아주고 싶었는데, 비가 아주 원망스러웠어요.
16강전에서는 지난해 우승팀인 경희대를 상대로 홈런도 치고, 팀도 14:2 대승을 거뒀더라고요. 직전 경기 우승팀인데 신경이 더 쓰이진 않았나요?
이전에도 한 번 만났는데, 그때는 경희대도 우리 팀도 전력으로 싸운 느낌이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이번에는 지난해 우승팀이기도 해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이길 수 있어서 아주 기뻤어요.
이번 대회에서 특히 장타력이 눈에 띄었어요. 장타를 위해 특별히 한 노력이 있었나요?
작년부터 타격 자세를 계속 수정해 왔는데 그중에서도 큰 스윙을 간결하게 만들고, 배트 중심에 맞히려고 하니까 장타력이 늘었어요.
본인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우선 수비가 안정적이고요. 타격에서는 배트 스피드가 좋고, 또 빠른 타구를 만들 수 있는 게 제 장점이에요.
동국대의 팀 타율이 인터뷰일 기준으로 인하대와 중앙대에 이어 0.324로 3위이고, 팀 평균자책점은 1.03으로 1위예요. 투타 통틀어서 강한 팀이라는 인상인데, 주장으로서 우리 팀을 자랑하자면요?
우선 우리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에요. 또 선수끼리 소통이 무척 잘 돼서 단합력도 좋고 인원이 적다 보니까 계속 같이 붙어 있는 시간도 많은 게 제일 좋아요. (주장의 역할이 중요했겠는데요?) 제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2, 3학년 친구들이 중간에서 많이 도와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KUSF 대학야구 U-리그 경민대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홈런 2개, 7타점을 몰아쳤어요. 그날의 경기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사실 그날은 시합 시작하기 전에 타격감이 좋다고 느끼진 않았어요. 걱정하고 들어갔는데 첫 타석에서 만루홈런이 나오더니 연타석으로 홈런을 칠 수 있어서 무척 인상 깊은 시합이었어요.
대학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올해 했던 경기들은 모두 기억에 남아요. 또 입학하고 연세대를 이긴 적이 없었는데 작년에 처음 이긴 날, 송원대와의 경기에서 정현수 선수에게 홈런 친 날도 기억에 남아요. 굉장히 잘하고 유명한 선수에게 밀어쳐서 목동야구장 담장을 넘겼다는 게 기분이 좋았어요.
#2년 차 주장
2년 연속 주장을 맡고 있다고요. 평상시 성격과 주장이 잘 맞나요?
3학년 때 처음 맡게 됐을 때는 선배 형들도 있고 후배 친구들도 있으니까 중간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어려웠어요. 4학년이 되고 나서는 조금이나마 편해지긴 했는데, 또 후배들을 많이 타박한 것 같아서 미안한 면도 있어요. 그래도 주장이라면 어느 정도 무게감이 있어야 하는데 실제 제 성격으로는 야구부 친구들과 있으면 신날 때가 많아요. 그래서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게 가장 어려워요. 저학년 후배들하고 사석에서도 만나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그라운드에서는 무섭게 할 때도 있다 보니 저를 불편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한 학년 아래인 3학년까지는 괜찮은데 더 어린 후배들하고는 야구장 밖에서 자주 만나지는 않아요.
어떤 성향의 선수가 주장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나요?
선후배 사이, 감독님과 선수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잘하는 선수가 주장을 맡아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꾸준히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면서 얘기도 잘하고, 사람들도 잘 이끄는 선수가 주장이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프로 선수가 돼서도 주장을 맡아 보고 싶은 마음이 있나요?
시켜만 주신다면 정말 열심히 할 거예요. (웃음)
#남다른 동국대
이건열 감독이 10년째 사령탑을 맡고 있고 우승 경험도 많아서 동국대는 늘 강한 팀이라는 인상이에요. 동국대 진학을 결정하게 된 이유가 있었나요?
동국대는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굉장히 좋은 곳이에요. 다른 학교와는 다르게 동국대는 저녁 수업이 있어요. 오전에 야구장으로 나와서 오후까지 훈련하고, 저녁에 수업을 듣거든요. 그래서 같이 운동할 수 있는 시간도 많고, 또 저녁 수업이 끝나면 따로 개인 운동도 할 수 있다는 조건이 무척 좋아서 진학하게 됐어요.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타팀보다 적은 스무 명의 선수로도 공동우승을 만들어 내 화제가 됐죠. 감독님은 어떤 분인가요?
감독님은 앞에서는 과묵하시고 선수들을 잘 끌어주시는 분이에요. 뒤에서는 선수에게 항상 믿음을 주셔서 저희가 그 믿음에 보답하겠다는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결과도 더 좋아졌어요.
2020년에 입학하면서, 코로나 학번으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았을 땐 훈련은 어떻게 했나요?
지금도 여전히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데, 2020년 초반에 가장 심했을 때 기숙사에서 다 나가라고 해서 다들 개인 운동만 했어요. 본가가 남양주인데 서울까지 오려면 1시간, 학교까지는 2시간이 넘었거든요. 매일 전철 타고 나와서 운동하고 다시 남양주로 돌아가며 지냈어요.
팬데믹 시기를 지나오며 달라진 훈련 방식이 있나요?
코로나19가 심했던 시기에는 개인적으로 부족한 점을 많이 채울 수 있었고, 조금 괜찮아지면서 단체 운동을 시작하고서는 밖에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좋았어요. 팀 운동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사실 저는 스윙 200개 돌리고 나서 부족한 부분을 연습하고, 중학생 때 수술했던 팔꿈치 보강 운동을 하는 루틴이 있어요. 중학생 때부터 매일 해 온 건데, 이 시기에도 꾸준히 매일 해온 게 저만의 훈련 방식이에요.
낮 기온이 30도가 넘어가는 날 가장 더운 12시에도 경기를 하잖아요.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물도 많이 마시고, 되도록 잘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체력이 떨어지면 안 되는데 요즘같이 더운 날 하루 경기하면 체중도 2~3kg씩 빠지거든요. 시합 끝나고 밥 두 공기 정도 먹고 쉬었다가 또 치킨이나 피자 같은 간식을 시켜 먹고 자요. 그러면 다음 날 다시 체중이 회복되더라고요.
또 이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단점이 멘탈이었지만 많이 좋아졌다고 했죠. 어떤 노력이 있었나요?
가장 노력한 건 ‘단순하게 생각하기’였어요. 한 타석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대도 다음 타석이 있고, 한 경기에서 못한다고 해도 다음 시합이 있으니까요. 단순하게 생각하고, 팀을 위해서 뛰자고 마음을 바꿨어요. 이렇게 마음을 다잡게 된 데는 주변 도움이 커요. 작년에도 야구가 정말 어려워서 그만둘까도 생각했는데 부모님이 옆에서 잘 도와주셨고, 동기들도 마음을 잡는 데 많이 도움을 줬어요. 결과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즐겁게만 해보자고 생각했는데 결과까지 좋게 이어졌어요.
이 자리를 빌려 마음을 다시 잡게 해준 주변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해볼까요.
우선 엄마, 아빠께 정말 감사해요. 제가 투정도 많이 부려서 부모님도 힘드셨을 텐데 묵묵히 다 받아주시고 잡아주셔서 감사하죠. 친구들은 늘 제 옆에 있으면서 많이 응원해 주고 저를 다잡아줘서 또 고마워요. 또 이건열 감독님은 제가 1학년 때부터 타격 자세를 바꾸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고집부리고 3학년 때까지 하던 대로 이어갔거든요. 작년부터는 결국 바꿨지만요. (웃음) 그런데도 저를 끝까지 믿어주셔서 멘탈적으로나 기술적으로 큰 성장을 할 수 있었어요. 꾸준히 저를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올해 초 불교대학인 동국대답게 스님에게 명상 지도를 받기도 했다고요. 어땠나요?
호흡 명상이나 걷기 명상, 음악 명상처럼 다양한 명상법이 있는데 그중에서 호흡 명상은 시합 전에도 도움이 됐어요. 처음 배운 거였는데 긴장될 때 호흡 명상을 하면 차분해지는 게 느껴지고 심장이 빨리 뛰던 것도 좀 가라앉는 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생각을 비운다는 게 꽤 어렵긴 하지만요.
과거의 이재호처럼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쉽지 않겠지만, 재밌고 편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부담을 갖거나 꼭 잘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상황에 맞게 제 나이에 맞게 즐길 수 있으면 불안도 사라지지 않을까요? 아무리 눈앞에 드래프트가 있다고 해도 고등학생에게는 대학교 진학이라는 방법도 있고요.
대학 생활도 이제 마지막 학기만을 남겨두고 있어요. 해보고 싶었는데 아직 하지 못한 대학생만의 낭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코로나 학번이기도 하고, MT를 한 번도 못 가봤어요. 이전에는 다른 과랑 연합해서 같이 가기도 했다는데 저는 전혀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요. 주장이니까 추진시킬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없어서 쉽지 않더라고요.
휘문고 3학년 이재호와 동국대 4학년 이재호를 비교해 보자면 어떤 점이 꾸준하고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요?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해오는 루틴도 있고, 야구장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달라지지 않은 꾸준함이에요. 반면에 휘문고 시절에는 수비가 아주 부족했는데 동국대에서 수비가 좀 많이 늘었어요. 또 야구를 즐길 수 있다는 마음이나 타격도 고등학생 때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 느껴요. 코치님께도 많은 도움을 받았고, 올해 LG 트윈스에 입단한 (송)대현이 형한테 많이 배웠어요. 제가 먼저 다가가서 알려달라고 하기도 하고, 저는 대현이 형한테 수비를 배우고 또 제가 대현이 형 타격을 봐주면서 서로 성장했던 시간이었어요.
인터뷰일 기준으로 드래프트가 두 달도 안 남았어요. 떨리거나 긴장되나요?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 도전하는지 궁금해요.
떨리거나 긴장되지는 않아요. 사실 저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하면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해 온 야구를 잘 정리하겠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드래프트를 앞두고 특별히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무언가 특별히 하기보다는 매일 하는 루틴이나 제 운동을 꾸준하고 성실하게 이어가려고 해요.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한다면 좋은 결과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요.
LG 이민호와 고등학생 시절부터 친구여서 맞대결하고 싶다고 말한 것을 봤어요. 만약 그날이 오면, 어떤 전략으로 타석에 들어설 건가요?
민호는 아마 저를 무조건 이기려고 해서 직구를 던질 거예요. 그럼 저는 직구를 노리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민호가 ‘너는 무조건 삼진이다’라고 했는데 저는 삼진을 당할 자신이 없거든요. (으쓱)
#운동DNA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아버지가 생활 체육 야구를 하셔서 제가 5살 때부터 따라다녔어요. 그때부터 야구공 만지는 것도 좋아해서 초등학교 1학년 때 시작하게 됐어요. 어머니도 고등학생 때까지 육상 선수였고 아버지도 중학생 때까지 핸드볼을 하셨다고 들었거든요. 제가 악력이 좋은 편이라 운동 신경을 물려받은 것 같기는 한데, 신기한 건 어머니가 육상 선수 출신이지만 저는 달리기가 빠르진 않아요. (시무룩) 제가 뛰는 모습을 보고 뛰는 폼 좀 바꾸라고 하시는 데 노력해도 쉽게 바뀌진 않더라고요. (부모님은 힘들 때 해결법을 제시해 주나요?) 제가 볼 땐 부모님 두 분 다 MBTI ‘T’ 유형인 것 같아요. 야구가 힘들다고 말을 해도 ‘그래도 어떡해. 그냥 해야지’라고 단호하게 말해주시거든요. 그래도 부모님이 지금까지 저를 지지해 주신 걸 떠올리면 부모님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게 돼요.
3루수가 된 계기가 있나요? 좋아하거나 참고로 하는 3루수 선배가 있다면요?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외야수였는데, 3학년 올라가면서 3루수를 하던 동기가 다쳐서 빠진 거예요. 코치님이 3루를 가라고 하셔서 우연히 그때부터 쭉 3루수를 하게 됐어요. 제가 공을 별로 안 무서워하는데 3루는 빠른 타구가 많이 오잖아요. 그런 공을 잡을 수 있는 게 매력적이고 또 슬라이딩 캐치도 재밌어서 잘 맞아요. 두산 베어스 허경민 선배님이 수비하는 모습을 보고 반했어요. 핸들링이나 스텝, 송구 정확도 모든 게 다 완벽하셔서 많이 보고 배우고 있어요.
수비를 잘하기 위해 특별히 들인 노력이 있었나요?
저는 타고난 센스가 있다기보다는 노력형이거든요. 중학교 때부터 펑고를 엄청나게 받았어요. 지금은 휘문고 감독님이신 오태근 감독님이 제가 학교 다닐 땐 코치님이셨거든요. 황금사자기 대회가 끝나고 내야수들끼리 볼 세 통씩 받으면서 연습했어요. 발바닥에 물집이 다 잡혀서 걸어 다니기가 힘들 정도였지만 그래도 그때 수비가 많이 늘었어요.
등번호 16번에 담긴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저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16번을 달고 싶었어요. 크게 의미가 있는 건 아닌데 내야수 중에서 잘하는 사람이 16번을 다는 거라고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거든요. 근데 중학교 3학년 때도 친구한테 양보했고,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갈 때는 민호가 양보해달라 해서 한 번도 16번을 달아보지 못했어요. 올해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 정말 해보고 싶은 번호를 달아보자 싶어서 16번으로 정했어요. (그럼 16번에 애착이 있나요?) 사실 저는 33번을 좋아해요.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대학교 2학년 때 33번을 달았는데 그 시기마다 야구를 잘했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도 끝까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33번은 몇 번 해봤고 16번은 처음이어서 선택하게 됐어요.
야구 경기가 없는 쉬는 날엔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요?
쉬는 날에도 똑같이 운동은 꼭 해요. 제 루틴대로 운동하고 나서는 맛있는 것들 좀 챙겨 먹고, 잠을 많이 자요. 많이 잔 날은 15시간도 잔 적이 있을 정도로 누가 깨우지 않는 이상 쭉 잘 수 있어요. 운동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고, 운동하고 돌아와서 씻고 밥 먹고 자는 거예요. 운동이 없는 날은 하루 통째로 잔 적도 있는데, 몇 시간 잤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자고 있으면 부모님이 밥 먹으라고 깨우셔서 밥 먹고 또 바로 잤어요. (완전 집돌이인가요?) 제가 본가가 남양주인데요. 중학교 3학년 때 이사 온 거라 동네에는 친구가 아예 없고 서울에 나가야 만날 수 있는데, 서울까지 가는 게 너무 귀찮은 거예요. 본가에 있을 때는 밖에 잘 안 나가요.
야구를 직접 하는 것 외에 보는 것도 즐기나요?
자기 전에 다섯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루틴이 됐어요. 공이 어떤 코스로 들어올 때 치면 안 되겠다 싶은 것들 머릿속으로 그리기도 하고, 수비를 어떻게 하는지 보기도 하면서 잠들어요. 좋아하는 선수도 엄청 많은데,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선배님 영상을 많이 봐요. 저보다 어리지만, 같은 휘문고 출신인 롯데 자이언츠 (김)민석이도 고등학생 때부터 봤고, 안치홍 선배님도 좋아해요. 수비는 허경민 선배님하고 SSG 랜더스 최정 선배님 보면서 배우고 있어요. 좋아하는 선수가 정말 많죠? (부끄)
올해도 벌써 반이 지났어요. 남은 5개월 동안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요?
우선 신인드래프트 지명이요. 만약 드래프트에서 지명이 된다면 다시 한번 준비를 잘해서 스프링 캠프에 합류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예요. 지금까지 해온 대로 매일 연습하면서 수비를 단단하게 만들고 싶어요.
2023년 12월 31일을 떠올려 볼까요. 어떤 모습으로 올해를 마무리하고 싶은가요?
저는 설날 같은 연휴나 크리스마스, 1월 1일 같은 공휴일에도 항상 운동하고 놀거든요. 그래도 이날만큼은 이미 드래프트가 끝나 있기도 하고, 가족들과 여행을 가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고등학교 때 시즌 끝나고 처음으로 가족 여행을 갔는데요. 그 이후로는 한 번도 간 적이 없어서 가족들과 소소하게 맛있는 거 먹고 잘 마무리하는 하루를 상상하게 되네요.
마지막으로 이재호를 응원하는 독자들에게 인사하며 인터뷰 마칠게요.
지금까지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렸는데, 이 모습 꾸준히 유지하면서 드래프트에서 지명받기 위해 노력할 테니까 많이 응원해 주시면 좋겠고, 전국 대학야구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3년 149호 (9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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