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기운이 모인다' 어차피 우승은 다저스?

'디펜딩 챔피언' 다저스는 개막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팬그래프>는 개막 전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확률을 22.9%로 예측했다. 다저스 다음으로 높은 팀이 애틀랜타였고(15.8%)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높은 양키스는 5.7%였다.

도박사들의 전망도 비슷했다. 다저스의 배당률이 +400으로 가장 낮았다. 100달러를 걸면 400달러의 이익을 챙긴다는 의미로, 배당률이 낮을수록 우승 가능성이 높은 팀이다.

이 예상은 점점 맞아가고 있다. 다저스는 최대 고비로 보였던 필라델피아와의 디비전시리즈를 3승1패로 통과했다. 원정 1,2차전 승리한 다음 홈 3차전을 내줬지만,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디비전시리즈 승리 후 (다저스 SNS)

필라델피아는 난적이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마무리 요안 듀란을 데려오면서 가장 불안했던 뒷문도 보강했다. 실제로 <디애슬레틱> 전문가들의 디비전시리즈 승리 확률도 필라델피아 73%, 다저스 27%였다. 필라델피아를 택한 샘 블럼(에인절스 담당)은 "필라델피아는 리그 최고의 팀이자, 양 리그 최고의 팀"이라고 주장했다.

다저스는 보란듯이 판을 뒤집었다. 1차전부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시리즈를 복기해보면 결국 1차전 결과가 시리즈를 좌우했다. 다저스의 고민이 해결됐기 때문이다.

사사키
디비전시리즈는 MVP를 선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리즈 MVP를 뽑았다면 사사키 로키(23)였을 것이다. 디비전시리즈 4경기 중 3경기에 나와서 도합 4.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사사키 포스트시즌 등판 내용

1.0이닝 2K 무실점 (WC 2차전)
1.0이닝 1K 무실점 (DS 1차전)
0.1이닝 0K 무실점 (DS 2차전)
3.0이닝 2K 무실점 (DS 4차전)

*5.1이닝 5K 무실점 / WHIP 0.19


현재 다저스의 영웅은 사사키다. 정규시즌 내내 아쉬웠던 선수가 포스트시즌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하게 선발 기회를 받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8경기 1승1패 4.72). 심지어 5월 중순부터는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다.

시즌 중반 사사키는 전력 외 선수였다. 다저스도 아무리 투수진 사정이 급해도 사사키를 찾지 않았다. 로버츠 감독 역시 사사키 질문이 나오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관심에서 멀어진 사이, 사사키는 조용히 엉킨 실타래를 풀고 있었다. 피칭 디렉터 롭 힐과 코디네이터 이안 월시가 사사키를 조력했다. 그들은 사사키의 과거 영상을 보면서 투구 전 뒷다리가 이전보다 꼿꼿하게 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투구폼 비교 (Rob Friedman SNS)

사사키의 피칭 메카닉은 뒷다리를 좀 더 구부려야 효율적이다. 그래야 골반이 일찍 돌아가거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문제들을 막을 수 있다. 힐은 사사키의 난조는 '골반이 일찍 돌아가는 것에서 시작됐다(Roatating the pelvis early is just death to everything)'고 내다봤다. 함께 영상을 본 사사키도 이 조언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실제로 사사키는 투구 동작을 교정하면서 구속을 되찾았다. 부상 직전 등판에서 포심 패스트볼(포심) 평균 구속이 94.9마일이었는데, 트리플A에서 포심 평균 구속은 96.2마일이었다. 불펜으로 나왔을 때는 포심 평균 구속이 98.5마일로 더 올라갔다.

다저스는 정규시즌 막판 불펜이 완전히 붕괴됐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사키가 돌아왔다. 사사키는 복귀 첫 두 경기에서 무시무시한 구위를 과시했다.

그렇다고 해도 사사키를 마무리로 투입하는 건 엄청난 도박이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과감한 승부사로 변신한 로버츠 감독은 이를 주저하지 않았다.

사사키와 윌 스미스 (다저스 SNS)

그 첫 시험대가 바로 디비전시리즈 1차전이었다. 이 경기로 사사키는 달라진 자신에게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4차전에선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로버츠 감독은 "내가 기억하는 역대 최고의 불펜 활약 중 하나(one of the great all-time appearances out of the ‘pen that I can remember)"라고 치켜세웠다.

사사키 포스트시즌 투구 내용

포심 구속 99.9마일 / 11타수 0안타
스플리터 구속 87.8마일 / 6타수 1안타


변수
포스트시즌은 변수의 연속이다. 그 변수가 행운이 될 수도, 혹은 불운이 될 수도 있다. 변수를 잘 다스리는 팀이 우승에 가까워질 수 있다.

대부분의 변수는 '인플레이 타구'에서 비롯된다. 애매한 타구가 기묘한 결과를 불러온다. 다저스와 필라델피아의 디비전시리즈도 여기서 승패가 결정됐다.

다저스는 시리즈 4차전 연장 11회 말 2사 만루 기회를 이어갔다. 타석에 앤디 파헤스는 오라이언 커커링의 싱커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초구 헛스윙 이후 2구 싱커도 빗맞은 타구였다. 타구속도가 69.5마일, 타구의 질로 추출되는 기대 타율(xBA)도 5푼(.050)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타구가 커커링의 왼발을 맞으면서 나비 효과를 일으켰다. 평범한 땅볼이, 평범하지 않은 변수가 됐다. 당황한 커커링은 승산이 좀 더 높아 보였던 1루 송구 대신 홈 송구를 택했는데, 이 송구가 빗나가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내기 득점이 나왔다. 정규시즌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커커링의 통산 첫 실책이었다.

사실, 커커링의 홈 송구가 정확히 이뤄졌다면 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결정적 순간 (잭 해리스 SNS)

<LA타임즈> 잭 해리스는 대혼란 속에 끝난 경기에서 3루주자 김혜성이 처음엔 홈플레이트를 밟지 못했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는 주자가 의무적으로 진루해야 되기 때문에 태그아웃이 아니라 포스아웃 상황이었다. 포수 리얼뮤토가 홈플레이트를 점유했다고 해도 주루방해로 인정받기 힘들었다. 포스아웃 상황에서는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In addition, Rule 6.01(i)(2) shall not apply to force plays at home plate).

이후 김혜성은 다시 돌아가서 확실하게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일말의 논란을 남기지 않으려는 현명한 대처였다. 덕분에 또 다른 후폭풍을 막을 수 있었다.

11회 말 대주자로 기용된 김혜성은 이번 포스트시즌 첫 출장이었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의 스피드가 포스트시즌에서 더 위협적인 무기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아는 인물이다. 이에 김혜성을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계속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김혜성도 다저스에서 자신에게 바라는 역할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다.

다저스는 선수 구성원이 '우승'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팀이다. 맥스 먼시도 며칠 전 <Foul Territory>와의 인터뷰에서 "이기는 것이 전부다. 설령 내가 포스트시즌에서 한 타석도 못 나와도 팀이 이기면 그게 성공"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금물
필라델피아를 넘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남았다. 다저스는 밀워키 브루어스와 시카고 컵스의 시리즈 승자를 기다리고 있다. 두 팀은 최종전까지 치르게 됐다.

정규시즌 전적만 보면 더 부담되는 팀은 밀워키다. 올해 다저스는 밀워키와 가진 6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지난해 마지막 두 경기를 포함하면 최근 밀워키에게 8연패 중이다.

밀워키는 인플레이 타구 생산에 탁월하다. 여기에 기동력도 뛰어나서 상대 수비에게 압박을 가한다. 다저스도 정규시즌 6경기에서 밀워키 상대로 실책 7개를 범했다. 만약 이 실책들이 포스트시즌에서도 나온다면 경기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없다.

밀워키는 정규시즌 최고 승률 팀이다. 밀워키와의 챔피언십시리즈가 성사되면 홈 어드밴티지를 밀워키가 확보한다. 올해 다저스는 원정에서의 성적이 41승40패로 겨우 5할 승률을 넘겼다(홈 52승29패 .642). 아무리 포스트시즌에선 정규시즌 성적이 의미가 없다지만, 충분한 표본이 쌓인 기록을 전부 다 무시할 순 없다.

컵스도 쉬운 상대는 아니다. 올해 다저스는 컵스에게도 3승4패로 밀렸다. 일본 시리즈를 함께 치렀는데, 미국에서 가진 5경기만 보면 1승4패였다. 올해 다저스가 한 경기 두 번째로 많은 16점을 내준 경기가 4월13일 컵스전이었다.

오타니 쇼헤이 (다저스 SNS)

타자 오타니가 살아나는 것이 관건이다.

오타니는 디비전시리즈 4경기에서 18타수 1안타(.056)에 그쳤다. 20타석 동안 삼진도 9번을 당하면서 타석 당 삼진율이 45%에 달했다. 정규시즌 삼진율 25.7%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수치다. 타격에서는 빠른 카운트에 일찍 물러나면서 노림수도 통하지 않고 있다.

다저스에게 오타니는 투수뿐만 아니라 타자로도 중요하다. 가장 많이 타석에 들어서는 리드오프이기 때문에 오타니의 타격감이 빨리 회복해야 된다. 참고로 오타니는 이번 시즌 컵스보다 밀워키에게 더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오타니 상대 성적 (타율 출루율 장타율)

밀워키 : 6G .273 .385 .682 3홈런
컵스 : 7G .207 .281 .345 1홈런


다저스가 바라는 종착역은 챔피언십시리즈가 아니다. 그래서, 지금의 축배는 짧고 간결해야 한다. '포스트시즌 전문가' 키케 에르난데스도 "우리는 여전히 할 일이 많이 남은 걸 알고 있다(We know we still have a lot of work to do)"고 말했다.

이창섭
현 <SPOTV> MLB 해설위원
전 <네이버> MLB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