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건축과 인테리어도 문고리, 소파, 화병과 같은 작은 집기가 어떻게 놓이냐에 따라 완성도가 결정된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현 마하건축사사무소의 대표 소장으로서 2015년 국립 한국교통대학교를 졸업하고 4년간 해안 건축에서 실무를 익힌 후 2019년 독립하여 마하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였다. ‘3F/LOBBY’라는 건축 사무소와 카페가 공존하는 공간을 시작으로 소비된 적 없는 새로운 공간 문화를 만드는 데 흥미를 느끼고 있다. 여러 프로젝트를 할 때 설계가 끝이 아닌 공사, VMD 및 운영에도 직접 참여, 감독하여 다양한 도시에서 완성도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현재 모교인 국립 한국교통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한국글로벌예술문화재단의 이사로서 한국 건축언어의 글로벌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최근에 마하 건축사사무소의 브랜디드 공간인 ‘마하 한남_maha hannam’을 오픈하며 건축가라는 직업 활동과 건축 예술이 대중에게 조금 쉽게, 혹은 한걸음 깊이 들어가는 시도를 하고 있다.
Q.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건축가는 공무원이던 아버지의 원래 꿈이었다. 돌이켜보면 아주 어릴 적부터 조형과 비례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부모님이 내게 선사해 준 따스했던 성장 과정처럼 누군가에게 내가 만든 큰 조형이 아름답고 아늑한 공간이 되길 자연스럽게 바라왔다.
Q. 지금까지 어떤 작업을 했는지 간략하게 설명 부탁한다.

2019 ROYCE chocolate, 3F/LOBBY, KAVE coffee, OUYA espresso bar
2020 FINE yogurt house, The Panorama
2021 Leo J head office, The Promenade
2022 KIMHEKIM chungdam flagship store, MAHA hannam
Q. 가장 기억에 남는 공간, 혹은 가장 마음에 들었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아무래도 최근에 완성했고, 직접 설계, 시공, 운영까지 하고 있는 마하한남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불이 나 임대가 안되는 공간이었지만 멋진 한강 뷰를 가지고 있었다. 재개발 구역이기 때문에 추후 아파트 분양이 목적인 건물주를 설득하는 데에 6개월이 걸렸다. 상권이 형성되지 않았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4층 낡은 공간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한적한 동네에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은 아니라는 것. 내 직업과 관련된 갖은 서적들과 커피, 위스키를 마시며, 한강 풍경을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생각했다. 우리 공간 부제가 건축가의 서재인 것도 그 이유다. 오늘날 서적은 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설계한 공간에 사용된 다양한 건축 재료를 전시 하고 도면과 모형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공간을 경험하는 것은 어떠한 책보다도 많은 생각을 전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Q. 자신만의 디자인 1순위 원칙은 무엇인가?

태초에 건축의 시작은 안식처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위로부터는 비와 눈을 막을 수 있는 지붕을, 옆으로는 포식자와 바람을 막는 단단한 벽을, 아래에서는 한기와 습기를 막는 바닥을 만들었다. 마하의 건축은 이 안식처라는 초심에서 시작한다. 머무는 사람의 온전한 안식을 줄 수 있는 집을 설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대적 안식은 단순히 지붕, 벽, 바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마하 건축은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그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분위기와 온도를 고민한다. 단순히 집을 짓는 행위가 아닌, 공간과 공간에 머물 사람의 경이를 담아내기 위한 노력은 언제나 위대한 결실로 돌아옴을 믿는다.
Q. 그렇다면 건축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타협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타협의 상황은 결국 비용에서 오는 것이겠지만, 반대로 경제적 상황이 넉넉한 현장일지라도 전체적인 조화를 해친다면 아무리 좋은 자재나 조명도 포기하는 편이다. 공간은 너무나도 다양한 면과 선, 입체들이 존재하는 유기적 영역이기에 전체적 조화를 훼손하는 것이라면 시간과 비용, 주변의 의견에 타협하지 않는다.
Q. 클라이언트들이 마하 건축사사무소를 찾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 사무소는 건축이든 인테리어든 프로젝트 규모를 떠나 업역을 동일하게 진행한다. 아무리 좋은 건축과 인테리어도 문고리, 소파, 화병과 같은 작은 집기가 어떻게 놓이냐에 따라 완성도가 결정된다. 사용자 취향을 존중하지만, 한편으로는 전체적 조화를 감독해야 하는 건축가이기에 건축주와 함께 자재를 고르거나 화병을 고르는 과정에도 깊이 참여하는 편이다. 이 일련의 과정은 건축주의 만족으로 보답 된다고 생각한다.
Q. 클라이언트에게 다른 곳에서 예산을 아끼더라도 꼭 이것만은 투자하라 권하고 싶은 게 있을까?

건축과 인테리어는 다른 어떤 소비보다 큰 비용을 지출하는 구조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기 때문에 대부분 마지막에 힘이 빠지는 프로젝트를 다수 보았다. 가구나 스타일링, 브랜딩에 대한 비용은 별도로 분리해 두길 권장한다. 화룡점정은 마지막 과정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Q.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

나의 목표는 세계박람회 한국관을 설계하는 것이다. 세계 엑스포에 갔을 때 각 나라 매력을 보여주는 건 다양한 제품과 컨텐츠도 있겠지만, 가장 강력한 언어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전통의 장식적 언어를 적용하는 것이 아닌, 한국적 정서에서 오는 무게와 선들을 건축적 언어로 구현해 보고 싶다. 또 누군가 무심히 지나가다가 어떤 건물을 보았을 때, 마하에서 한 건축인 것을 그 분위기로 느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일 것이다.
Q. 작업할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나?

8, 90년도의 건축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트렌드의 다양화와 기술은 진보했을지 몰라도 그 시절 장인정신이나 진정성은 아직 충분히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길 가다가 낡은 건물에 사용된 장식이나 조형적인 무게감을 우연히 체감할 때가 많다. 그 건축적 언어를 기록하고 어울리는 프로젝트에 현대적 언어를 가미해 반영하는 편이다.
Q. 존경하는 디자이너나 인물이 있나?

학창 시절 고 김수근 건축가의 공간 사옥(현 아라리오 뮤지엄)에 답사간 적이 있다. 다행히 당시에는 공간 건축사무소로 운영되던 시절이라 사무실 행태를 그대로 관찰할 수 있었다. 크지 않은 건물이지만 검은 벽돌로 단단하게 지은 조형미, 실내의 입체적인 시퀀스, 서양의 축조방식 속 효율적인 전통적 공간 배치는 어렸던 나에게도 적지 않은 감동이었다. 내 건축이 아직은 명확한 언어를 띄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무게감과 깊은 조형미, 재해석된 동양 미학을 풀어내는 것을 마하건축의 큰 획이 될 것이라 믿는다.
Q. 앞으로 하고 싶은 건축 스타일이 있다면?

보통 건축사사무소의 운영방식이 사무소를 오픈하고 의뢰인을 기다리는 ‘I’의 성향이라면, 마하건축사사무소는 우리를 찾을 수 있도록 드러내는 ‘E’의 성향이다. 마하건축은 마하한남처럼 직접 설계, 운영하는 브랜디드 공간을 계속 만들어 갈 생각이다. 마하한남은 카페, 바이지만 다음 공간은 스테이를 생각하고 있다. 전국에 생길 마하의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작품을 감상하거나 하루를 온전히 보내면서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공간을 오감으로 체험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