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드라마·영화 등 K-콘텐츠 기업의 IP(지식재산) 전략을 분석하고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콘텐츠 기업 에피소드컴퍼니가 사명 변경 이후 사업 구조 전환에 나섰다. 키즈 콘텐츠 중심에서 영화·드라마·웹콘텐츠·커머스를 아우르는 종합 IP(지식재산권) 기업으로의 재편을 공식화한 것이다. 회사는 IP를 기반으로 중국·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서 2차 사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키즈 탈피…포트폴리오 확장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캐리소프트는 최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에피소드컴퍼니로 변경했다.
사명 변경은 이미지 쇄신을 넘어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반영한다. 에피소드컴퍼니는 기존 '캐리와 친구들' 등 키즈 콘텐츠 중심 구조 탈피를 위해 에이스팩토리와 스튜디오에피소드를 잇달아 인수했다.
에이스팩토리는 배우 매니지먼트와 드라마 제작 역량을 갖춘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이준혁, 유재명, 윤세아, 이시영 등 광고 및 해외 IP 판매에 유리한 인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비밀의 숲 2', '자백' 등 작품을 기획·제작·배급까지 수행하며 수직계열화를 구축했고, 넷플릭스·디즈니+ 등 글로벌 OTT와 협업 경험도 축적했다.
스튜디오에피소드는 유튜브·SNS 기반 뉴미디어 콘텐츠와 커머스에 특화된 스튜디오다. 콘텐츠에 제품을 자연스럽게 결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자사몰 및 오픈마켓 판매로 연결하는 '미디어 커머스' 모델을 핵심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강형욱, 추성훈, 주우재 등 셀럽 채널을 운영 중이다.
이번 인수는 영유아 콘텐츠 단일 브랜드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계열사 간 IP 교차 활용을 통해 제작 효율성과 흥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제작 단계부터 유통 채널과 커머스 수익을 설계하는 구조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에피소드컴퍼니 관계자는 "창립 이후 키즈 콘텐츠를 주력으로 해왔지만 시장 자체가 협소하고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며 "콘텐츠 영역을 넓히기 위해 자금 조달과 투자, 인수·합병(M&A)을 병행하며 종합 콘텐츠 IP 회사로 변신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IP 오너십' 추진…현지 콘텐츠 합작
사업 전략의 핵심은 ‘IP 오너십’이다. 과거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판권 수익을 얻던 구조에서 벗어나, IP를 기반으로 2차 사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에피소드컴퍼니 관계자는 "단순 외주 제작 형태로는 한계가 있고, 결국 자체 IP 확보가 핵심"이라며 "IP를 기반으로 글로벌 확장과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고, 다른 비즈니스 모델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에피소드컴퍼니는 현재 커머스, 교육, 라이선싱을 결합한 수익 모델을 구축하고 있으며, 팬덤 기반 D2C(Direct to Consumer) 모델도 확대하고 있다. 콘텐츠→유통→상품화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 구조를 다변화한다는 전략이다.
에피소드컴퍼니는 그동안 내수 중심 사업 구조로 글로벌 확장에 한계를 보여왔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57억원 중 55억원이 내수에서 발생했고, 수출 비중은 2.4%에 그쳤다.
회사는 2016년 유쿠·아이치이·텐센트 등 중국 주요 플랫폼과 계약을 맺었지만, 한한령 등의 영향으로 사업이 제약을 받았다. 최근 국제 정세 완화로 성과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단순 라이선스 판매 방식은 지양한다는 입장이다. 에피소드컴퍼니 관계자는 "IP를 단순히 공급하는 방식은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IP 오너십과 사업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현지 파트너와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콘텐츠 권리를 직접 통제하며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디즈니식 모델'을 중국에 적용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회사는 중국 국영기업 바오리그룹과 협력해 현지 합작 형태로 IP를 개발·유통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배달의 영웅'이 지난달 14일 중국 전역에서 개봉했다.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도 주요 타깃이다. 베트남은 인구 1억명 규모를 바탕으로 영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관객 수는 약 7000만명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회사는 중국 및 글로벌 시장에서 축적한 콘텐츠 배급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경영 체제 재편…글로벌 성과 관건

경영 체제는 전략 변화에 맞춰 재편됐다. 김동하 에피소드컴퍼니 신임 대표는 쇼박스에서 영화 유통을 담당한 인물로, 콘텐츠의 글로벌 판매와 수익화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김 대표가 사업 실행과 유통을 맡고, 박창신 전 대표는 이사회 의장으로 IP 전략과 계열사 조정 역할에 집중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는 콘텐츠 기업에서 흔치 않은 ‘경영-감독 분리’ 체제다. 제작·기획 중심 창업자와 유통·사업 전문가를 분리해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에피소드컴퍼니 관계자는 "이사회와 경영진을 분리해 전체 전략과 사업 방향을 총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개선은 과제로 남아 있다. 에피소드컴퍼니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57억원, 영업손실 36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 63억원으로 결손금도 누적된 상태다. IP 확장과 M&A에 따른 비용 부담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향후 투자 회수 여부는 확보한 IP의 흥행과 글로벌 유통 성과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키즈 콘텐츠 기업에서 출발한 캐리소프트가 에피소드컴퍼니라는 새 간판 아래 종합 IP 기업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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