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4계] 해안을 품은 걷기 여행길, 금오도 비렁길
‘2024 상반기 걷기여행주간’ 5월 19일까지
해안 절벽에 조성된 18.5km 명품 탐방로
걷고 싶은 섬…옛 길을 복원한 비렁길 5코스
끝없이 펼쳐진 기암괴석, 신비로운 ‘섬 둘레길’
오월은 싱그러운 생명들이 부르는 생의 찬가로 가득하다. 눈부신 초록물결 사이로 짝을 찾는 새들의 부지런한 날갯짓과 사랑의 세레나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봄의 끝자락을 물들이는 꽃밭에는 나비와 벌 같은 작은 곤충들이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 어떤 음악보다 아름다운 자연의 하모니가 울려 퍼지는 오월.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5월 19일까지 ‘2024 상반기 걷기여행주간’을 운영한다.
이번 걷기여행주간은 걷기여행과 어촌관광의 동반성장을 위한 협업으로 다양한 행사도 이어진다.
한국어촌어항공단과 함께 봄에 떠나기 좋은 코리아둘레길 인근 어촌체험휴양마을 등을 소개하는 ‘랜선 걷기여행!, 코둘×어촌마을’ 온라인행사부터 카카오메이커스의 ‘걸어서 대한민국 한바퀴, 코리아둘레길’ 기획전까지 다양하다.
대한민국 걷기여행에 남도가 빠질 수 없다. 싱그러운 기운이 가득한 5월에 찾은 남해안의 신비로운 섬, 여수 금오도를 걸어보자.
여수 금오도에는 제주 올레길과 맞먹는 둘레길이 있다. 이름하여 비렁길이다.
계절과 상관없이 일 년 내내 전국에서 많은 이들이 금오도 비렁길을 걷기 위해서 섬을 찾지만 그중 최고는 봄의 비렁길이 아닐까.
손가락으로 누르면 푸른 물이 묻어날 것처럼 맑디맑은 쪽빛 바다에 연한 새순으로 뒤덮인 숲길까지 회색빛 도시 소음에 지친 우리의 눈과 귀를 제대로 호강시켜 준다.
금오도 말로 ‘비렁’은 절벽이라는 뜻이다. 이름 그대로 금오도 해안 절벽을 따라 조성된 길이다.
남해안 끝자락에 자리한 금오도는 크고 작은 기암괴석들이 주위에 흩어져 있어서 신비로운 기운마저 감돈다.
남해안에서 찾아보기 힘든 해안단구의 벼랑을 따라 조성된 비렁길은 파도가 밀려드는 천길 낭떠러지의 벼랑길 사이로 울창한 금오숲이 우거져 있어서 자연을 벗삼아 호젓하게 걷기 좋은 길이다.
무엇보다 금오도 주민들이 물고기나 미역을 채취할 때 다녔던 옛길을 그대로 복원해서 자연스러움이 가장 큰 매력이다.
비렁길은 행정안전부의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사업 공모에 당선되어 조성된 덕분에 최대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 있다.
섬의 곳곳을 이어주는 비렁길은 총 18.5km의 둘레길로 숲길과 바닷길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이야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품 탐방로이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일반인들이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는 봉산이었다.
금오숲은 굵직한 소나무 숲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조선 왕실의 궁궐을 짓거나 전투함(판옥선)의 목재로 소나무를 키웠다고 한다.
덕분에 금오도의 자랑인 금오숲은 지금도 여전히 솔숲과 동백나무숲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다.
금오도 비렁길은 섬을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형 둘레길로 총 다섯 개의 코스가 마련돼 있다.
비렁길이 시작되는 항구미 선착장을 벗어나면 금오도 특산품인 방풍나물 밭이 지천이다.
우거진 숲길에서는 희귀식물인 고란초 군락이 반기고 생강나무, 비자나무, 참가시나무 등이 자라 식생보존이 잘 되어있음을 실감한다.
1번 코스부터 5번 코스까지 전체를 종주해 보는 것도 좋지만 여행 일정에 맞춰서 걸어보고 싶은 코스를 선택해서 걸어도 된다.
구간마다 마을로 바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이어져 있어서 시간이 부족하거나 체력이 부치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하산할 수 있다.
비렁길 곳곳에는 섬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명소들이 기다리고 있다.
조선시대까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됐고 왕궁에서 사용하는 벌목장과 사슴목장 등이 있었기 때문에 길을 걷다 생각하지 못한 명소를 발견하기도 한다.
또한 섬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살펴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도 기다린다.
해안 절벽에서 미역을 널어 말렸다는 ‘미역널방’과 우리나라 토종 고래인 ‘상괭이’를 볼 수 있는 ‘신선대’, 해안가 마을 앞에 자리한 작고 아늑한 ‘직포해수욕장’ 까지 볼거리가 넘친다.
무엇보다 상서로운 동물인 상괭이를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하니 신선대를 지날 때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상괭이를 찾아보자.
여수를 대표하는 여행지답게 금오도행 여객선 운항횟수는 완도 청산도만큼 많다.
여수에서 금오도까지 하루 7차례 여객선이 운항하는데 여수항과 돌산 신기항, 백야도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운행 시간은 20~25분 정도로 계절별로 시간표가 달라지지만 보통 오전 7시~8시에 첫 배가 출항하고 금오도에서 돌아오는 배는 오후 4~5시가 마지막이다.
금오도의 봄은 밥상 위에서도 만날 수 있다.
예부터 독을 품은 생선은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데 여수에서 많이 잡히는 쏨뱅이도 마찬가지다.
금오도에서는 쏨뱅이를 맑은 탕으로 즐기는데 달큰하면서 고소한 살집에 감칠맛이 뛰어나서 탕으로 끓여먹으면 깊고 시원한 국물 맛이 두고두고 생각난다.
쏨뱅이 한 마리에 무와 파를 넣고 소금간만 하는데 오래 끓일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온다.
쏨뱅이 맑은탕에 나오는 밑반찬은 방풍나물, 거북손 부침개, 파래무침, 햇마늘장아찌처럼 금오도에서 나는 식재료로 차려진다.
금오도 쪽빛 바다처럼 속이 훤히 보이는 쏨뱅이 맑은탕에 향긋한 방풍나물을 곁들이면 입안 가득 싱그러운 봄 바다가 펼쳐진다.
/글·사진=정지효 기자 1018hyohyo@gmail.com
#전남 #여수 #금오도 #비렁길 #코리아둘레길 #2024상반기걷기여행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