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세대 여기로 몰린다" 무료 개방 중인 국내 최장 목책교

안동 월영교 / 사진=한국관광공사 앙지뉴 필름

여행지가 꼭 화려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조용히 걷기만 해도 마음이 정리되는 그런 곳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경북 안동 상아동 569번지, 낙동강 위에 자리한 ‘월영교’는 그런 의미에서 요즘 40~50대 여행자들에게 조용한 사랑을 받고 있는 힐링 명소다.

길고도 잔잔한 다리 위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걷는 동안, 머릿속은 차분히 정리되고 마음은 서서히 맑아진다.

복잡한 일상 속 쉼표가 필요한 이들에게, 월영교는 단순한 다리를 넘어선 특별한 공간이 된다.

월영교

안동 월영교 / 사진=한국관광공사 앙지뉴 필름

길이 387m, 폭 3.6m. 월영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목책교로, 그 자체로도 눈길을 끌지만 진짜 매력은 걸을수록 느껴진다.

나무로 이루어진 다리는 낙동강 위에 조용히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양 옆으로 펼쳐진 호수형 지형과 주변 산세가 어우러져 마치 자연이 만든 미술 작품 속을 걷는 기분을 준다.

안동 월영교 / 사진=한국관광공사 앙지뉴 필름

안동댐으로 인해 형성된 고요한 수면은 일렁이는 바람에도 소란스럽지 않고, 오히려 마음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도시의 소음을 잠시 잊고, 자연의 정적과 함께 걷는 이 길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다리 위를 걷다 보면, 자연 속에 가만히 스며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여행이라기보다, 명상에 가까운 이 감각은 월영교만의 조용한 힘이다.

안동 월영교 항공샷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항곤

월영교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선 이유는 그 안에 깃든 사연 때문이다. 이 다리는 안동 지역의 전설과도 같은 이응태와 그의 아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편의 죽음을 애도하며 아내가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미투리를 삼았다는 이야기.

이 가슴 뭉클한 사연은 다리 전체의 설계에도 스며 있다. 기능적인 구조를 넘어서 ‘사랑’과 ‘그리움’을 형상화한 이 다리는, 걷는 이의 마음까지 조용히 어루만진다.

안동 월영교 데크길 / 사진=한국관광공사 앙지뉴 필름

다리 중앙에 위치한 정자 ‘월영정’은 그 감성을 이어주는 쉼표 같은 장소다. 이곳에 앉아 한참을 강을 바라보고 있으면, 누군가를 그리워한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한다.

월영교는 그래서 함께 걷는 사람과의 관계를 되새기게 만들고, 혼자 걷는 이에게는 내면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게 해준다.

안동 월영교 / 사진=한국관광공사 앙지뉴 필름

낮의 월영교가 자연 속 고요함을 전한다면, 밤의 월영교는 또 다른 세계를 선물한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다리는 은은한 조명으로 하나하나 밝혀진다.

목책을 따라 퍼지는 따뜻한 빛은 강 위로 반사되어, 마치 수면 위에 또 하나의 ‘빛의 다리’가 펼쳐진 듯한 환상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두 개의 다리가 나란히 놓인 듯한 착시 현상은 직접 그 자리에 서야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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