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 누리호에 실릴 초분광 카메라, 몰랐던 지구정보 밝힌다
인류의 과학은 마침내 블랙홀을 사진으로 찍는 데 성공했다. 밀리미터 파장을 가진 전파를 감지할 수 있는 여러 대의 전파 망원경을 결합해 블랙홀을 사진으로 포착한 것이다.
인간은 보라색보다 파장이 더 짧은 자외선이나 빨간색보다 파장이 더 긴 적외선 너머는 맨눈으로 보지 못한다. 전자기파를 가시광선 대역으로 바꿔주는 필터를 통하거나 블랙홀 사진처럼 여러 센서 기술을 이용해야 볼 수 있다.
별빛조차 구름에 가려버린 캄캄한 밤에 적외선 카메라를 착용하면 물체가 뿜어내는 열기를 보는 것이 가능하다. 누가 무엇을 만지면 그 사람의 손길이 닿은 체온의 흔적이 몇 초 동안 책상이나 물건에 남아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는 가시광선 영역에서는 관측 불가능한 현상이다. 가시광선으로는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광경과 정보는 무척 재미있다.
이처럼 카메라 기술을 잘 활용하면 세상을 보고 분석할 수 있는 정보의 질과 양이 확 달라진다. 그래서 영상과 관련한 여러 첨단 기술이 미래 주요 기술로 꼽히는데 ‘초분광(hyperspectral) 영상’도 그중 하나다.
초분광 영상은 감지되는 빛을 수십 또는 수백 개 대역으로 나눠 감지한다. 여기서 분광이란 빛을 파장 차이에 따라 여러 가지 색의 띠로 나눠 나타내는 것이다. 일상 속 카메라와 사람의 눈도나름 분광을 통해 세상을 본다. 렌즈나 눈을 통해 들어온 빛을 빨강, 초록, 파랑 삼원색의 색깔로 나눠서 보기 때문이다.
삼원색(대역)을 조합해서도 그리 다양한 총천연색 정보를 즐길 수 있는데, 그 대역의 수가 수십 수백 개에 이르면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다양하다. 지금까지의 사진이 말 그대로 한 장이었다면, 초분광 영상 정보는 수백 장의 이미지 정보가 합쳐진 책에 해당한다.
● 환경, 산업, 안보까지 초분광 영상의 활약은 무궁무진
분광 기술이 발전하면서 태양에 무슨 원소가 들어 있는지 알게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을 알아내는 데에도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 얇은 띠처럼 1차원으로 배열되는 분광 분석도 이 정도 수준인데, 2차원 영상으로 확대한 초분광 영상이 앞으로 우주 연구에 끼칠 영향은 무궁무진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초분광 영상은 주로 자원 탐사, 농업 분석, 환경 감시, 군사 정보 및 정찰 등에 쓰였다. 천문학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빅데이터 기술이 더 발전하면 의료와 식품 등 일상의 더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이 확실하다.
우주에서 초분광 영상을 찍고 활용하려면 여러 분야의 과학기술을 결합해야 한다. 카메라를 이용하는 문제이므로, 광학에 대한 이해가 우선 뛰어나야 한다. 렌즈 설계와 같은 전통적인 수준에서 다루는 문제뿐만 아니라 분광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여러 기술적 방법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또 초분광 영상 특유의 대용량 정보를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도 핵심 기술 중 하나다. 빅데이터 처리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영상 처리 기술 자체에도 여러 수학적 기법이 쓰인다. 영상은 픽셀들의 2차원 배열로 이뤄진다. 픽셀마다 세분화한 대역으로 정보를 얻으면 특정 대상이나 물질을 더 쉽게 식별한다. 그런데 픽셀은 행렬로 나타내 컴퓨터로 처리한다. 행렬을 잘 다룰 줄 알아야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초분광 카메라를 장착한 위성을 개발하는 대표적인 우주 스타트업으로는 미국의 ‘오비탈 사이드킥(Orbital Sidekick)’과 한국의 ‘루미르(Lumir)’가 있다. 루미르는 초분광 영상 기술 외에도 전천후관측 영상레이더(SAR, synthetic aperture radar) 기술도 가지고 있다. 초분광 카메라가 영상을 구현하는 방식과 SAR은 서로 완전히 달라 일체형 센서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파장이 다른 전자기파로 세상을 본다는 면에서는 둘 다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다.
● 루미르의 핵심 기술
초분광 카메라를 탑재한 초소형 위성은 가시광선뿐 아니라 적외선 영역의 256개 파장 대역을 측정해 조사하려는 대상의 고유한 특성을 알아낸다. 예를 들어 위성이 찍은 강 사진을 분석해 녹조와 같은 이상징후를 판별할 수 있다.
루미르는 SAR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기존 카메라는 야간에는 관측이 불가능하고 구름과 비를 투시할 수 없어 지구 전체의 25%만 데이터로 얻을 수 있는데, SAR을 이용하면 원하는 데이터를 100% 수집 가능하고, 지표의 형상이나 고도까지 알 수 있다.
● Space Math 소개
미국에 기반을 둔 ‘스타버스트’는 우주 항공 분야의 스타트업을 전문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는 기업이다. 2012년 설립돼 현재까지 120여 개의 우주 항공 기업에 투자했다. 이런 스타버스트가 2020년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투자할 한국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그런데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를 이끄는 김상돈 지사장은 우주 산업에서 ‘수학’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 지사장이 매달 소개하는 우주 기업에서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 필자 소개
김상돈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교에서 공기역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KAI에서 13년 동안 항공기 개발과 국제 마케팅 업무를 했고,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모바일 기기용 통신 회사 ‘VMTS’를 운영했다. 2010년부터는 7년 동안 롤스로이스 한국 지사에서 항공 및 함정의 가스터빈 사업을 개발했다. 2021년부터 글로벌 우주 항공 액셀러레이터 및 투자사인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관련기사
수학동아 3월, [Space Math] 몰랐던 지구 정보 밝힌다!
[김상돈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