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으로 5억 아파트 분양” GH, 광교에 지분적립형 공공분양 예고
경기도형 공공분양주택(지분적립형) 공급 계획 발표
광교신도시에 지분적립형 공공분양 물량이 공급됩니다. 4일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형 공공분양주택’의 공급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21년 제도 정비 이후 아직 공급물량이 없었던 ‘지분적립형’으로 공급할 계획을 밝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분적립형 분양’은 입주를 먼저 하고 집값은 천천히 갚아나가는 분양 방식을 말합니다. 수분양자는 분양대금 중 일부를 먼저 지불하고 입주한 뒤, 장기간에 걸쳐 남은 대금을 나누어 납입하면서 자기 지분을 적립해 나가게 됩니다.
가령 분양가가 5억 원인 주택을 20년에 걸쳐서 지분적립형으로 분양받는다면, 입주할 때는 1억 2,500만 원(25%)만 내고 입주한 다음 4년마다 7,500만 원(15%)에 가산금리를 더해서 납입하는 식입니다.
경기도형 공공분양주택은 분양가의 10~25%를 최초로 부담한 후 2~30년에 걸쳐 지분을 추가 취득하게 되는데요. 개인이 아직 취득하지 못한 공공 소유 지분은 전세(시세 80% 이하) 형태로 임대하게 되며, 지분을 취득하는 만큼 임대료도 줄어들게 됩니다.
‘경기도형 공공분양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은 5년간 주택에 거주해야 하고, 이후 10년간 전매할 수 없습니다. 전매제한기간 10년을 채우면 제3자에게도 매각할 수 있는데, 그 시점에 아직 지분을 100% 취득하지 못했다면 지분 비율에 따라 공공과 차익을 분배하게 됩니다.
광교신도시 A17블록, ’28년 240가구 후분양 예정
경기도형 공공분양주택의 시범사업은 광교신도시 A17블록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영통구 원천동 80번지 일대 4만 248㎡ 면적에 총 600가구를 지어 공공분양하는 사업입니다. 전용 59㎡240가구를 지분적립형으로 공급하고 나머지 전용 60~85㎡ 360가구는 일반분양으로 공급합니다.
A17블록은 옛 법원∙검찰청 부지로 당초 ‘중산층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려 한 부지입니다. 리츠(부동산투자회사, REITs) 방식으로 개발해서 중산층도 매력을 느낄만한 고급 임대주택을 짓는다는 계획이었죠. 하지만 법률검토를 마친 경기도가 출자를 거절하면서 리츠 구성에 실패하고, 7.10대책에 따라 거액의 종부세가 부과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황이었습니다.
‘고급 임대주택’의 공급을 고려한 부지인 만큼 입지는 아주 뛰어납니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서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소화초등학교를 바로 통학할 수 있고, 사색공원도 맞닿아 있습니다. 아주대학교병원과 원천호수도 가깝습니다. 인접한 단지로는 2014년에 입주한 광교호반베르디움(1,330가구)이 있습니다. 전용 59㎡는 A타입이 8월에 최고 7억 8천만 원으로 거래되었고, B∙C타입은 8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A17 블록은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됩니다. GH는 내년 하반기까지 절차를 밟아 ’25년 하반기에 착공한 후 ’28년 준공과 함께 공급한다는 계획입니다. GH는 정책효과를 검토해서 3기 신도시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돌아온 지분적립형 주택, 공급 패러다임 바꾸나?
‘지분적립형 공공분양’은 낯선 제도는 아닙니다. 이미 ’20년 8∙4 대책에서 처음 언급된 공급 방식이고, 이듬해에는 관련 제도 정비까지 싹 마쳤습니다. 무주택 서민의 분양시장 진입 문턱을 낮춰서 주거 안정을 제공하는 한편, 기회 사다리 역할까지 제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목받았죠.
’20년 당시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도 무주택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연리지홈’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28년까지 1만 7천 가구를 지분적립형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로 서울에 연리지홈이 공급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연리지홈이 증발해 버린 건 계획을 발표한 이듬해에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시장이 바뀌고, 연말에 SH 사장도 교체된 영향이 큰데요. 정책의 구조 자체에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공공이 지분을 보유하려면 지자체에서 막대한 재정을 지원해야 하므로, 공급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도 없는데 혈세는 혈세대로 낭비된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기대와 달리 실제 부담은 적지도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분양대금과는 별개로 공공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임대료도 지불해야 하거든요. 실제로 5억 원 주택을 20년간 지분적립형으로 분양받을 경우, 입주 당시에는 1억 2,500만 원(25%)과 함께 75% 공공지분에 대한 임대료를 함께 납입해야 합니다. 그래서 장기임대주택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물론 실제로 공급해 본 적이 없으니 경기도형 공공분양주택이 깜짝 공급에 그칠지, 아니면 공공분양의 새 패러다임을 마련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기대처럼 평범한 소득의 무주택 서민에게도 주거 안정과 기회의 사다리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