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우린 독일 못 믿는다" 6세대 전투기 독자 개발

2025년 6월 파리 에어쇼에서 전 세계 항공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발언이 나왔습니다.

다쏘 항공의 CEO 에릭 트라피에르가 다쏘 항공이 6세대 항공기 개발을 단독으로 추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한 것이죠.

이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이 공동으로 추진해온 FCAS(미래전투항공시스템) 프로젝트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습니다.

트라피에르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회사(다쏘 항공)만이 6세대 미래 전투기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했습니다.

더 나아가 그는 에어버스와 프로젝트 작업을 공유한다는 생각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이 프로젝트는 다쏘 항공과 프랑스 정부의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FCAS 프로젝트가 2018년 시작된 이후 계속해서 문제에 시달려왔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다쏘 항공이 대표하고, 독일과 스페인은 에어버스가 대표하는 구조에서 의견 차이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죠.

50:50 분담? "그런 건 안 된다"


트라피에르 다쏘 항공 CEO의 불만은 구체적이었습니다.

그는 일자리 공유에 초점을 맞춘 FCAS 파트너십이 이상적이지 못한 기술 솔루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FCAS 이미지

현재 FCAS 프로그램은 7개의 기술 기둥으로 나뉘어 있는데, 에어버스는 충성스러운 윙맨 드론, 새로운 클라우드 기능, 스텔스 기술 설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반면 다쏘 항공은 새로운 전투기 개발을, 역시 프랑스 엔진 기업인 사프란이 신형 제트 엔진을, 스페인 인드라가 센서 시스템을 맡고 있죠.

하지만 트라피에르 CEO는 이런 분업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그는 "우리가 토론을 재개할 때마다 무의미하고 끝이 없다"고 비판하며, FCAS의 단편화된 작업 방법론이 지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다쏘 항공은 50:50 협력을 원하지 않으며, 다쏘 항공과 프랑스가 FCAS 분야의 선두주자가 되어야 하고 6세대 항공기 개발에서 더 많은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2025년 4월 프랑스 국회에서 연설할 때도 트라피에르는 "뭔가 잘못됐다"며 FCAS 협력 상황이 이미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에어버스의 반박, "협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트라피에르 CEO의 강경한 발언에 대해 에어버스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에어버스의 항공 전력 책임자인 장브리스 뒤몽은 "트라피에르의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협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응수했습니다.

뒤몽은 "다쏘가 1차 산업(차세대 전투기) 부문의 선두주자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정부가 각 파트너 회사에 업무 분담을 명확히 규정한 바가 있다"고 맞받아쳤습니다.

그는 또한 "지능적인 업무 분담과 교전 규칙을 통해 이 프로젝트가 가능하다고 확신하지만, 의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죠.

뒤몽에 따르면, 이런 갈등은 부분적으로 두 개의 서로 다른 회사 간의 경쟁으로 인해 발생했으며, 그는 이를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두 사람 사이의 관계로 설명했습니다.

다쏘는 라팔을 생산했고, 에어버스는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와 영국의 BAE 시스템과 함께 유로파이터를 생산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낙관론도 표명했습니다. "이러한 차이점은 지적인 노동 분담과 적절한 규칙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1985년 데자뷔, 프랑스는 또 혼자 갈 것인가


사실 이런 상황은 프랑스에게는 낯선 일이 아닙니다. 프랑스는 이미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죠.

1983년 프랑스는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과 함께 다국적 협력에 참여하여 미래 유럽 전투기(FEFA)를 개발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설계 요구 사항과 항공모함에 통합할 수 있는 전투기에 대한 프랑스의 특별한 필요성을 둘러싸고 의견 차이가 곧 나타났습니다.

결국 프랑스는 1985년에 FEFA를 탈퇴하고 자체적으로 4.5세대 항공기인 라팔을 개발하기 시작하기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라팔 전투기

그 이후 다쏘 항공과 에어버스(유로파이터 타이푼의 지분 46%를 보유)는 잠재적인 협력자에서 경쟁자로 변모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자사 항공기를 글로벌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다쏘는 라팔을, 에어버스는 유로파이터를 내세우며 경쟁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 전에 발생한 분열로 인해 기술 혁신 경쟁이 벌어졌고, 두 회사 모두 첨단 항공 전자 장비, 스텔스 기능, 다목적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6세대 전투기 경쟁, 이미 시작된 글로벌 레이스


현재 6세대 항공기 개발 경쟁은 전 세계적으로 한창입니다.

이탈리아, 영국, 일본은 6세대 제트기 개발을 위한 자체 그룹인 글로벌 전투 항공 프로그램(GCAP)을 구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GCAP 이미지

중국은 6세대 항공기인 J-36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미 비행 시험을 실시했죠.

뒤처지기를 원치 않았던 미국은 보잉사와 차세대 공중 우세(NGAD) 프로그램 계약을 체결하여 F-47이라는 이름의 6세대 제트기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입장에서는 독일, 스페인과의 협력에서 계속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죠.

현재 FCAS 프로그램은 1B 단계에 있으며, 업계 파트너들이 6세대 제트기의 연구, 설계,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발 단계가 완료되면 프로그램은 2단계로 진입하게 되며, 여기에는 항공기 테스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전 보도에 따르면, 2단계는 2026년에 발표될 예정이며, 첫 번째 시험 비행은 2029년에 계획되어 있습니다.

라팔의 성공이 준 자신감, "우리도 할 수 있다"


다쏘 항공이 6세대 항공기 개발을 단독으로 추진하겠다는 위협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라팔의 성공이 있습니다.

라팔 전투기

다쏘 항공은 라팔이 6세대 항공기로 개발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습니다.

과거에는 라팔이 수출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인도, 이집트, 카타르, 그리스,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가로의 수출이 연이어 성사되면서 프랑스는 독자 개발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죠.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프랑스가 FCAS를 폐기하고 단독으로 6세대 항공기 생산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트라피에르가 가장 뛰어난 기술을 우선시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프랑스 다쏘 항공과 유럽 에어버스라는 두 계약자가 서로의 차이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경우에만 FCAS가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역사는 또 다시 반복될 것이고, 프랑스는 1985년처럼 혼자만의 길을 걸어가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