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평양 침투’로 더 거칠어진 남과 북…“다시 오면 참변” 대 “오물풍선부터 중단해야”
김여정, 무인기 다시 오면 “강력 대응 보복”
국방부 “북한, 오물쓰레기 풍선부터 중단하라”
북한, 무인기 침범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려
전문가 “남·북 불필요한 충돌 막을 조치 필요”
정체가 불분명한 무인기(드론)의 평양 침투로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무인기 침투 재발시 “강력한 대응 보복”을 천명했고, 남한은 “오물쓰레기 풍선부터 중단하라”고 되받았다. 남·북 모두 상대에게 책임을 넘길 뿐 긴장을 누그러뜨릴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평양 무인기 침투와 관련해 “이번 무인기 도발의 주체, 그 행위자들이 누구이든 전혀 관심이 없다”며 평양에서 한국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면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인기 침투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국방부의 입장에 대해 “한국 군부가 직접 감행했거나 적극적인 조장 또는 묵인 밑에 반공화국 주권침해도발이 이뤄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또 “우리가 ‘오물 풍선’을 띄운 것이 지금까지 28차례나 되다고 아부재기(엄살 또는 아우성)를 치며 적반하장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그에)앞서 탈북자쓰레기단체들이 몇 번 그 짓(대북전단 살포)을 하였는가부터 발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13일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오물쓰레기 풍선 부양을 해온 북한이 반성은 커녕 우리 국민까지 겁박하려는 적반하장”이라고 맞받았다. 국방부는 “북한 당국은 주체도 알 수 없는 ‘무인기 삐라’ 하나 떨어진 것에 놀라 기겁하지 말고,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오물쓰레기 풍선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또 과거 북한 무인기 침투가 10여 차례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위협 수위를 높인 북한을 향해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북한 외무성은 지난 3·9·10일에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침범했다고 밝혔다. 감시카메라에 찍힌 무인기와 무인기가 뿌린 대북전단 사진도 공개했다. 이에 지난 11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보도의 진위에 대해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가, “국가 안보상·작전 보안상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날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KBS 인터뷰에서 누가 무인기를 보냈는지를 “확인해준다는 것 자체가 북한이 원하는 우리 내부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무인기가 날아간 게 사실이라면 우리 군 또는 국내 민간단체가 보냈거나, 북한 정권의 자작극일 가능성 중 하나다. 현재로선 무인기를 보낸 이들이 국내 민간단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군은 “북한이 선을 넘을 경우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선을 넘었다’고 보진 않는다. 때문에 먼저 무인기를 보냈을 가능성은 작다. 만약 북한 정권의 자작극이라면 굳이 평양 상공 방어에 실패한 모습을 공개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해 1월 국내 무인기 동호회 회원들이 금강산을 무인기로 촬영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민간의 무인기 기술 수준이 높은 편이다. 일각에선 이번 대북전단 형태가 새로운 것을 근거로, 새로운 민간단체가 활동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이번 무인기 침투를 북한 주민들에게 크게 알리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13일자에는 한 주민이 “‘괴뢰 한국 쓰레기들’이 천추에 용납 못할 짓거리를 감행했다는 소식에 접하고 피가 거꾸로 솟아올랐다”고 말한 내용이 보도됐다. 그간 대북전단 살포를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 이례적인 모습이다.
북한 정권은 이번 무인기 침투를 일종의 ‘꽃놀이패’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무인기에 의한 대북전단 살포를 구실로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부각시켜 내부 결속은 물론 ‘통일’ 조항 삭제라는 북한 헌법 개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목적 노림수”라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도 “북한은 ‘남한이 먼저 싸움을 걸어왔다’는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압록강 수해 이후 나빠진 민심을 다독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서울에도 북한 무인기가 날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대화를 통한 갈등 수위 조절을 주문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은 자존심 때문에 먼저 온건한 태도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재자로 국제민간항공기구를 활용하거나, 남북한이 심리전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위원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대화 채널은 운용한다”며 “불필요한 충돌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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