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베’가 뜬다고?...자민당 과반 확보 실패에 ‘식물총리론’ 솔솔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4. 10. 28. 20: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민·공명 연립여당 의석 215석
선거 전 279석에서 64석 잃어
법무·농림상, 공명당 대표도 낙선
선대본부장 사임에 총리 책임론도
내년 선거 전에 중도하차 가능성
일본 자민당이 15년 만에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일본 정계가 격랑에 휩싸였다. 당장 여당 단독으로 총리 지명이 쉽지 않아진 상황에서 의석수를 늘린 야당은 연합전선 구축에 나섰다. 자민당 선대위원장이 사임한 가운데 총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자민당 내에서 높아진 상황이다.

28일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전국 중의원(하원) 총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191석을 차지했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24석으로 이를 합친 여당 의석수는 215석으로 중의원 총수 465석의 과반인 233석에 못 미쳤다. 연립 여당의 선거 전 의석수는 279석이었다. 연립 여당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놓친 것은 옛 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반면 ‘정권 교체’를 앞세우며 자민당의 비자금 문제를 집중 공략했던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기존 98석에서 148석으로 의석수가 크게 늘었다. 제1야당이 전체 의석수의 30%에 해당하는 140석 이상을 확보한 것은 2003년 이후 21년 만이다. 우익 성향 야당인 일본유신회는 44석에서 38석으로 줄었고, 국민민주당은 7석에서 28석으로 약진했다.

연립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자민당은 다른 야당을 포섭해 연정을 확대하거나, 법안별로 야당과 협력하는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언론은 국민민주당과의 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협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시바 총리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당장 야당과의 연정을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자민당 내에서는 이시바 총리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 1일 총리에 취임한 그는 최단기간 만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치르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27일 선거 패배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답답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 [연합뉴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중견 참의원(상원) 의원을 인용해 “이시바 총리의 책임이 커 계속해서 총리직을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논란에도 이시바 총리는 자리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자회견서 “지극히 엄격한 심판을 받았고 마음속 깊이 반성하고 다시 태어나겠다”며 “일본을 둘러싼 현재의 어려운 과제에 대응해 국민 생활과 일본을 지키는 것으로 직책을 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의 패배로 일단 고이즈미 신지로 선거대책위원장은 사의를 표방한 상황이다. 또 이시바 내각 중에서 마키하라 히데키 법무상과 오자토 야스히로 농림수산상이 총선에서 낙선했다. 현직 각료가 낙선한 것은 2016년 참의원(상원) 선거 이후 처음이다. 이토 다다히코 부흥상은 지역구에서 패배했지만 비례대표로 부활했다.

각료의 경우 의원이 아니어도 문제는 없지만 관례적으로 낙선할 경우 사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시바 총리는 추가 각료 인선과 함께 자민당 선대위원장을 포함한 당 인선도 진행해야 한다. 여기에 연정 상대인 이시이 게이이치 공명당 대표도 낙선함에 따라, 이시바 총리는 공명당의 새로운 체제가 꾸려지는 것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본 정계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당장 총리직을 그만둘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일단 내달 초 열리는 특별국회에서 야당의 협조를 받아 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내달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차기 미국 대통령도 결정돼 안정적으로 일본 외교를 끌고 갈 인물도 필요하다. 연말 예산국회와 내년 초 통상국회도 이시바 총리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재 40%대 초반인 이시바 총리 지지율이 하락세를 그리게 된다면 자민당 내부에서 본격적인 흔들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달 27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결선투표에서 경쟁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또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때 ‘킹메이커’로 불리며 당의 2인자인 부총재를 맡다가 이시바 총리 체제에서 ‘고문’으로 물러난 아소 다로의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의 뒷배 역할을 하며 ‘반이시바’ 연대를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지난 총재 선거에서 4위를 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던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구 기시다파에 속하는 그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달리 온건 보수 성향이라 안정감을 준다는 평가다.

27일 총선에서 의석수를 크게 늘린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이번에 의석수를 크게 늘린 입헌민주당은 당장 정권 교체를 노리기보다는 내년 여름 참의원(상원) 선거 등을 고려해 다른 야당과 연대 확대에 나섰다.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이날 국민민주당, 일본유신회 등을 만나 특별국회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했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여당의 패배로 당분간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에서 대담한 결단을 내리거나 변화를 주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가뜩이나 당 내 지지기반이 없는 이시바 총리가 본인의 정책을 자신 있게 추진하게 어렵게 됐다”며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전까지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