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경찰 명예 난도질”…전현무 ‘칼빵’ 발언 결국 사과

방송인 전현무가 무속인 예능 프로그램에서 순직 경찰관을 언급하다 ‘칼빵’이라는 용어를 쓴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전현무 소속사 에스엠씨앤씨(SM C&C)는 23일 입장문을 내어 “해당 방송에서 사용된 일부 표현으로 인해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어떠한 맥락이 있었더라도, 고인을 언급하는 자리에서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현무는 출연자의 발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단어를 그대로 언급하였고, 표현의 적절성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며 “그로 인해 고인에 대한 예를 다하지 못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고개 숙였다.
그러면서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아울러 방송을 시청하시며 불편함을 느끼셨을 모든 분들께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보다 엄격한 기준과 책임감을 갖도록 내부적으로 점검하고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발언은 지난 11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49’ 2화의 ‘망자 사인 맞히기’ 미션 진행 중에 나왔다. 해당 회차는 고인의 사진·성별·생년월일·사망 시점을 공개한 뒤 고인이 죽게 된 과정을 가장 근접하게 맞히는 참가자를 뽑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2004년 피의자를 검거하려다 순직한 고 이재현 경장의 사인을 추리하며 한 무속인이 “흔히 얘기해서, 칼 맞은 것을 칼빵이라고 하잖아요. 칼 맞은 것도 보이고”라고 말하자 전현무는 “‘제복 입은 사람이 칼빵이다’ 너무 직접적이죠?”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참가자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전현무는 “제복 입었고 칼빵이라고”라며 재차 말했고, 방송인 신동은 “단어가 너무 좋았어”라고 말을 보탰다.

전현무의 사과에 앞서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은 “해당 방송이 고인의 명예를 난도질했다”며 출연진 공식 사과와 영상 삭제 등을 촉구한 바 있다.
경찰직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범인 검거 중 순직한 공무원의 희생을 ‘칼빵’이라는 저속한 은어로 비하하고, 이를 유희의 소재로 삼은 출연진과 제작진의 몰상식한 행태에 깊은 분노와 참담함을 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직협은 “해당 방송은 공공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매체 본연의 의무를 저버린 채, 고인의 명예를 난도질하고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14만 경찰 공무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말했다.
이어 “순직은 누군가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고통이며, 국가적으로는 커다란 손실이다. 이를 범죄자들의 은어인 ‘칼빵’으로 묘사하여 웃음을 유도한 것은 인륜을 저버린 행위이자,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라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유명 연예인과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이 부적절한 발언에 동조하며 즐거워한 모습은 공인으로서의 자격 미달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경찰직협은 △유가족과 전국 경찰 공무원에게 공식 사죄 및 문제의 회차를 모든 플랫폼에서 즉각 삭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출연진은 진심 어린 공개 사과와 함께 자숙의 시간을 가질 것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프로그램에 최고 수준의 징계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
이 프로그램이 순직 공무원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같은 회차에서 지난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 김철홍 소방교의 사인을 맞히는 미션이 진행되자 전국소방공무원노조는 지난 19일 “순직 소방공무원의 죽음이 예능의 소재가 될 수 없다”는 입장문을 내며 반발했다.
전국소방공무원노조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위험 현장에 투입됐다가 발생한 죽음은 사회 전체가 기억하고 존중해야 할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 죽음을 점술적 방식으로 추리하고 경쟁의 소재로 삼는 연출은 그 취지와 무관하게 고인의 명예와 존엄을 훼손할 소지가 크다”며 “순직 소방공무원의 죽음은 추리의 대상도, 경쟁의 소재도, 오락적 소비의 도구도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유족 역시 반발했다. 김 소방교의 조카는 지난 14일 인스타그램에 “우리 식구들한테는 국가유공자를 기리는 프로를 제작 중이라며 사진 사용 동의를 구하고 정작 만든 프로그램은 삼촌 죽음을 우롱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이게 사람 구하다 순직한 삶을 기리는 방송인가? 무당 앉혀 놓고 ‘이 사람 왜 죽었는지 맞혀보세요’ 그러면서 그걸 맞히면 이기는 포맷의 경쟁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굳이 유가족의 마음을 헤집어놓는 게 말이 되는 건가”라고 적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제작진은 지난 21일 입장문을 내어 “프로그램 취지상 여러 삶과 죽음이 소개될 것이었기에 의미 있고 숭고한 사연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고 싶었다. 이것이 김 소방교님의 이야기를 택한 이유”라며 “유가족 및 친지들 가운데 사전 동의 과정에 대해, 방송 이후에야 전달받은 분이 있으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계속해서 설명해 드리고 오해도 풀어드릴 것”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김 소방교의 조카는 22일 공개된 연합뉴스티브이(TV)와 전화 인터뷰에서 “책임 피디에게 방송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며 방송을 내리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24일 추가로 입장문을 내어 재차 사과했다. 제작진은 “순직하신 분들, 상처를 받으셨을 유가족분들, 동료분들 그리고 이 사안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현재 제작진은 유가족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사전에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사죄드리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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