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36만원에 학생만 10만명''인데 캠퍼스는 '텅 비어있다'는 이 대학

비어 보이는 캠퍼스의 다른 정상

대학 캠퍼스에 학생이 드문 건 보통 비정상으로 보이지만, 한국방송통신대에선 그게 오히려 정상이다. 이곳의 학생 다수는 직장·가사·돌봄과 학업을 병행하며 온라인과 방송 강의로 일과 학습을 맞춘다. 강의실 대신 거실과 사무실, 이동 중 스마트폰이 강의실이 되는 구조에서, 캠퍼스는 필수 대신 선택이 된다. 그래서 낮에도 조용하고, 밤에도 사람 흐름이 적다.

개방 입학과 다양한 연령층

방송통신대는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이면 누구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이 개방성 덕분에 평균 연령은 일반 대학보다 높고, 60·70대는 물론 80·90대 학습자 사례도 이어진다. 입시 경쟁이 아니라 학습 의지가 입학의 출발점이기에, 경력 단절·은퇴 후 재도전·전공 전환 등 삶의 전환기에 있는 이들이 꾸준히 유입된다. 교실 풍경 대신 학적 통계가 대학의 다양성을 증명한다.

등록금 36만원과 10만 명의 규모

한 학기 등록금 36만원 수준은 일반 대학과 비교해 파격적인 비용 구조다. 저렴한 등록금이 학업 접근성을 넓히고, 광역 캠퍼스 없이도 대규모 학생 모집이 가능해진다. 약 10만 명 재학생이라는 숫자는 낮은 장벽과 온라인 운영 모델의 결합이 만든 결과다. 물리적 강의실과 기숙사 중심의 고정비 부담이 낮으니, 규모의 경제가 온라인 학사 운영을 뒷받침한다.

수업은 온라인이 기본

강의는 방송·온라인이 표준이고, 학습 관리·과제·시험 안내도 디지털로 이어진다. 필요할 때만 오프라인 실습·세미나·시험·행사에 모이고, 나머지는 시간표를 스스로 디자인한다. 출석의 개념도 캠퍼스 방문보다 학습 진도·평가 참여가 중심이 된다. 결과적으로 통학 시간과 거리의 격차가 사라지고, 학습의 리듬이 생활에 맞춰진다.

캠퍼스가 조용한 이유

학생이 없는 게 아니라, 학생이 각자의 자리에서 공부 중인 것이다. 직장인·주부·고령자가 주축인 만큼 평일 낮 시간 캠퍼스 체류 수요가 낮고, 일정도 분산된다. 대면 중심 대학의 ‘붐비는 일상’과 달리, 이곳의 ‘학습 밀도’는 온라인 플랫폼에 모인다. 도서관·행정·시험장 등 오프라인 인프라는 보조적 허브로 기능할 뿐이다.

평생학습의 표준을 함께 넓히자

방송·통신 기반 원격대학은 ‘대학=캠퍼스 체류’라는 공식을 넘어선다. 저비용·개방 입학·유연 학사라는 장점 위에, 현장 실습과 산업 연계, 지역 거점 스터디 허브 같은 오프라인 접점을 촘촘히 더하자. 일과 학습이 공존하는 모델이 더 정교해질수록, 더 많은 이들이 생애 어느 시점에서든 배움으로 돌아올 수 있다. 조용한 캠퍼스가 열어둔 문으로, 평생학습의 길을 넓혀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