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 공동교육과정, 미래 교육 대세로…정책·제도 보완 과제

의령에서는 올 1학기 작은학교(전교생 60명 이하)인 초등학교 11곳과 중학교 3곳이 4개 권역별로 교과 수업, 방과후 학교, 체험학습을 함께했습니다. 권역별로 거점학교 1곳과 협력학교 2~3곳이 있어 '캠퍼스형'으로도 부릅니다. 학생과 교사가 교류하며 교실과 운동장을 비롯한 학교 공간, 교구 등을 함께 활용하는 이 교육 모델에 의령교육지원청은 '공유교육'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지난 17일 의령에 있는 경남교육청 미래교육원에서 열린 제2차 경남교육정책포럼은 '공유교육' 한 학기 성과와 과제를 돌아보는 자리였습니다. 교사, 학교장, 학부모, 교육지원청 장학사, 연구원, 대학교수의 목소리와 그 의미를 되짚어봅니다.

제2차 경남교육정책포럼이 '미래교육의 새로운 모델, 작은학교 공유교육'이라는 주제로 지난 17일 의령에 있는 경남교육청 미래교육원에서 열렸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경남교육정책포럼에 참석한 이들은 여러 작은학교가 협력해 수업과 각종 활동을 함께하는 '공동교육과정'이 미래 교육에서 주요한 흐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학령인구 급감과 맞물려 현재 작은학교만이 아니라 모든 학교가 직면할 과제다. 이번 포럼은 학생 토론자가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교육의 질 높일 기회 = 기조 발제자 이동성 전주교대 교수는 어릴 적 작은학교인 하동 갈육초등학교(올해 전교생 30명)를 다녔다. 그는 작은학교가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과거 교실에서 학생 수를 적게 한다는 것은 낭만적인 일이었는데, 드디어 낭만이 찾아온 것"이라며 "학생 맞춤형 개별화 교육은 학생 수가 적을 때 훨씬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동교육과정은 작은학교 학생들을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게 한다. 교사들도 학교 운영 방법을 공유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초교 6년 내내 한 학교 아이들끼리 있으면 고립된 자아 정체성이 형성될 수 있지만, 옆 학교 아이들을 만나면 이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서 "교사는 터놓고 친밀성을 유지하고 송무백열(松茂柏悅·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으로 벗이 잘되는 것을 기뻐함)로 학교끼리 문을 열어놓고 잘 지내더라"고 전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우리 학교 문제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화이부동(和而不同·사이좋게 지내기는 하나 무턱대고 어울리지 않음) 정신으로 함께 만들어가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의령교육지원청 '공유교육' 동부권 거점학교인 부림초등학교에서 부림초교, 부림초교 봉수분교장, 유곡초교, 낙서초교 학생들이 수업을 함께하고 있다. 3학년 학생들이 리코더를 배우고 있다. /이동욱 기자
의령지역 작은학교가 권역별로 교육과정을 함께 운영하는 '공유교육' 중 하나로 학생들이 작은학교 공동 체육대회를 즐기고 있다. /경남교육청

◇교육지원청 역할은 = 의령지역 초교 14곳 중 12곳이 작은학교다. 이 가운데 11곳은 전교생이 30명에도 못 미친다. 올해 '신입생 0명' 초교는 4곳이다. 이 절박한 상황이 '공유교육'을 시작한 배경이다. 박혜정 의령교육지원청 장학사는 "3~4곳 공동 학사 운영으로 학교를 넘어 지역 전체를 배움의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구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동부권 초교 4곳·서부권 초교 4곳 3~6학년은 각각 매주 화요일 5·6교시 교과 수업과 방과후 활동을 함께했다. 중부권 초교 3곳은 매주 수요일 비대면으로 만나면서 매월 1회 대면 수업을 했다. 중학교 3곳은 연 3회 창의적 체험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 장학사는 "여러 학교가 체험활동을 함께하면서 교육지원청은 학교가 배차 신청 등 업무를 덜어내도록 지원했고, 권역별 어울림 체육대회와 1박 2일 야영수련을 마련했고 2학기 국외 수학여행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사 자료와 우수사례 작성, 인터뷰, 외부 행사 방문 등 업무 부담이 없지는 않았다. 그는 "타 시군에도 작은학교 지원 정책이나 네트워크가 구성돼 있고 교육공동체가 실행 범위와 방법을 조정하면 '공유교육'과 같은 정책은 일반화가 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동교육과정은 필수 = 위미나 경남교육청 미래교육원 교육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난 4년간 지속 가능한 작은학교 모델을 연구했다. 그는 세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작은학교교육연대라는 자체 네트워크로 진주에서는 대곡·관봉·수곡초교 3곳이 형평운동을 중심으로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해왔다. 지난해 5학년 학생 37명은 수학·국어·도덕 시간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라는 프로젝트 학습을 함께했다.

고성교육지원청과 대흥초교는 대흥 교육과정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교육과정 경험을 다른 학교와도 나눠왔다. 대흥초교에서 근무하던 교사는 하일초교로 발령이 나 3학년을 맡았는데 학생이 2명이었다. 이후 이 교사는 아카데미에서 알게 된 거류초교 교사와 함께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했다. 거류·하일초교 3학년 학생 14명은 국어와 사회 교과 통합으로 고성지역 옛이야기 문화답사, 문화지도 만들기 등 공동 수업을 했다.

섬이 많은 통영은 극소인수 학교가 많다. 한산·원량·산양초교와 분교장까지 6곳 교사들은 열악한 교육환경을 극복하고자 공동교육과정 운영을 추진했다. 3~6학년 학생 18명이 국어·사회·미술 수업 등을 함께했는데 멀리 떨어져 있어 오프라인 만남이 쉽지 않았다. 대신 실시간 쌍방향 화상 수업이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로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됐다.

위 책임연구원은 "도시나 읍에서도 몇몇 중심학교를 제외하고 모두 작은학교가 될 것이고, 단위 학교 교육력 증진에 초점을 둬야 하는데 공동교육과정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많다"며 "빠른 적응을 도울 수 있는 학교급 간 공동교육과정도 초중고에서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령 '공유교육'을 함께하는 칠곡초교, 가례초교, 대의초교, 화정초교 3~6학년 담임교사들은 전문적 학습 공동체 활동으로 수업을 설계하고 교육과정을 논의한다. 이날은 머리를 식히는 '딸기라떼 만들기' 힐링 체험연수가 진행됐다. /이동욱 기자
의령교육지원청 '공유교육' 동부권 거점학교인 부림초등학교 도서관에서 부림초교, 부림초교 봉수분교장, 유곡초교, 낙서초교 교사들이 워크숍을 열어 지난 1학기 함께한 활동을 돌아봤다. /이동욱 기자

◇장점 크지만 숙제도 = 서부권 거점학교인 칠곡초교 이보영 교사는 "모든 학년 선생님이 모여 다인수 학급에서 가능한 활동 위주로 교육과정을 고민하고 설계했다"며 "같은 학년끼리 한 교실에서 수업하려고 그동안 쓰던 책걸상과 같은 것을 준비했고, 방과후 강좌로 같은 학년끼리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학년 말 발표도 할 수 있는 오카리나 합주, 아이돌 댄스 등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선후배 교사가 어우러지는 기회였다. 이 교사는 "처음 수업과 생활지도를 하면 상처도 받는데, 신규 선생님은 선배 선생님에게 배우고 정보도 얻으면서 치유가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 교사는 "같은 학년 사전답사를 교사들이 나눠서 하고 학생 생활지도 또한 조금 수월했지만 또 다른 업무로 부담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한 "3학년은 26명으로 공동교육과정으로 효율적이지 않은 수였다"며 "학생 사이 다툼이 있기도 했는데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짚었다.

이은경 칠곡초교 학부모는 가족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작은학교 출신인 큰딸은 중학교에 진학하고 갑작스럽게 인간관계가 확대되면서 스며드는 데 시간이 필요했고, 학습 경쟁 강도도 달라 거부감이 있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공유교육은 작은학교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3학년 아이들이 관계를 맺으면서 당연하게 했던 행동이 다른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었는데,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고학년이 될수록 사람들을 이해하는 속도가 향상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조례 제·개정 제안 = 동부권 거점학교인 부림초교 김기수 교장은 조례 제·개정을 제안했다. 김 교장은 "교육지원청이 공동 수학여행, 수련활동, 체육회 등을 지원하는데 예산 확보 근거가 있으면 안정적"이라며 "작은학교 지원 조례에 이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항목을 넣어 일부 개정하거나 소규모 학교 공동교육과정 지원 조례를 별도로 하나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책 전환 필요성도 언급됐다. 그는 "학교 규모, 지역 특성, 이동거리, 수요자 요구 등을 고려해 맞춤형 공동 학교 프로그램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학생 10~20명대 학교는 4~5년 후 존폐 갈림길에 서게 된다. 교육청이나 지원청의 시설 투자나 교육환경 개선은 선택과 집중을 하고,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권역별 중심학교 육성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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