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안정적 계약" vs GA "설계사 이탈"…보험 판매수수료 개편 '가시밭'

(왼쪽부터) 서울 종로구 한국보험대리점협회 현판,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현판 / 사진=박준한 기자, 금융위원회 제공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을 앞두고 금융당국과 보험대리점(GA)협회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당국은 과도한 판매수수료 '선지급' 관행이 불완전판매를 야기하고 안정적인 계약 유지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신속한 개편을 추진 중이다. 반면 GA협회는 수수료 늑장 지급에 따른 설계사 이탈 등을 주장하며 맞선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보험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제5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보험 판매수수료를 개편하는 구체적인 사항을 발표했다. 주요 개선 사항은 △판매수수료 분급 확대 △사업비 부과 목적에 맞는 판매 수수료 집행 △1200%룰 확대 적용 등이다.

안정이냐 감소냐…'설계사 소득' 놓고 이견

회의 결과 당국은 계약체결비용을 1250%로 설정하고 7년 차까지 계약이 유지돼 계약체결비용이 매월 지급된다는 가정을 세워 지급 수수료를 산출했다. 이때 매월 지급되는 수수료가 계약체결비용의 0.5%일 때만 기존 대비 전체 소득이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1.0%를 적용하면 기존 대비 소득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즉, 계약 유지만 잘 한다면 소득 안정화에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 판매수수료 제도 변경에 따른 소득 시뮬레이션(예시) / 자료=제5차 보험개혁회의 배포자료

나아가 수수료를 매월 분할 지급하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보유 계약의 유지·관리의 동기부여가 생기고, 모집한 계약이 중도 해지 없이 장기간 정상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는 소비자에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를 마련해 궁극적으로 보험산업 신뢰도 향상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국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일부 설계사의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며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계약 유지율을 높이면 소득보전이 가능하고, 소득 안정화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GA협회는 즉각 반발하는 모습이다. 협회 측은 "유지율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수수료가 다른 데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생하는 화폐가치 하락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며 "미리 지급할 수수료를 나중에 주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GA협회는 37차월 유지율(계약 체결 후 3년이 지난 시점에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계약 비율)이 50%대에 머무는 점을 지적했다. 유지가 안 된 계약은 수수료에서 차감하게 되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아 지금보다 수수료를 더 많이 주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또 당국이 정한 7년은 너무 길다며 최대 6년까지만 분급을 시행하는 미국이나 싱가포르의 사례를 들었다.

이어 설계사 소득이 감소하게 되면 장기간 버틸 능력이 안되는 저소득 설계사의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GA협회 관계자는 "GA업계는 설계사 수에 비례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이 많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설계사가 줄어들면 GA 업계의 매출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되고, 결국 더 이상 사업 영위가 어려운 GA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율 감소 관련, 양측 엇갈린 해석

이뿐 아니라 당국은 GA 업계의 대부분이 계약 체결 후 1~2년이 지나는 시점에 수수료를 집중적으로 지급하고 이후에는 사실상 미지급 수준이라고 봤다. 이에 설계사들이 기존 계약을 유지·관리하기 보다 신계약 판매에 집중하는 경향 때문에 37차월 이후 중장기 계약 유지율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또 소비자에게 수수료 정보 등이 정확하게 제공되지 않아, 고(高) 수수료 상품 판매위주의 영업 관행이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GA 소속 설계사는 계약 1차년도에 보험회사가 지급할 수 있는 판매수수료 한도를 월 보험료의 1200% 이내로 제한하는 '1200%룰'이 미적용 되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는 고액 정착지원금 지급으로 설계사 이직과 승환계약을 유도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봐서다.

반대로 GA협회는 신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보험계약마진(CSM)확보 경쟁이 심해진 결과 시책 강화 등 보험사가 신계약 판매를 유도한 결과라며 선을 그었다. GA협회 관계자는 "올해 초 열풍이 불었던 단기납 종신보험이 판매 경쟁의 예"라고 언급했다.

또 계리적 가정이 너무 낙관적이어서 향후 해지율 차이가 발생하면 보험사에 중대한 자산손실발생이 예상됨에도 관리 책임을 지기 보다 판매채널에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1200%룰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GA협회 관계자는 "GA 업계는 지난 2021년 이미 1200%룰을 도입했고, 지난해는 차익거래 방지방안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건전한 영업생태계 조성에 힘써왔다"며 "규제 준수로 인한 준법감시비용 및 고정비용(운영비) 등 부담은 급증해 경영 압박이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수수료 체계 개편은 GA의 건전한 성장을 가로막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규제에 앞서 고정비용을 인정하고 이를 현실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은 보험소비자의 권익 보호와 함께 GA의 지속가능한 경영이 보장되도록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국은 이번 개선안이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추가적인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판매수수료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년 1분기(잠정)에 설명회를 가지는 등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후에 최종방안을 확정할 것을 목표로 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