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A "조사받겠지만…정부 개입 과하면 월드컵 못 나갈 수 있다"
FIFA, 각국 협회 독립운영 훼손될 경우 강력처벌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등 대한축구협회 안팎의 내홍과 잡음이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축구협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자칫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로 이어지면 월드컵 출전 길이 막힐 수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17일 뉴스1에 "문체부가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 등에 대해 조사한다고 해서 당황스럽다"며 "아직 문체부 쪽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전달된 것은 없다. 앞으로 조사가 들어오면 협조하고 따르겠다. 그러나 계속 정치적으로 압박을 받으면 FIFA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현재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로 많은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대한축구협회는 5개월을 허송세월로 보낸 끝에 지난 13일 이사회의 승인 끝에 홍명보 감독을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임명했지만, 비정상적이고 불투명한 감독 선임 과정 때문에 날 선 비판을 받았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한 박주호가 감독 선임 과정의 뒷이야기를 폭로,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았고 박지성 등 한국 축구를 대표했던 선수들도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축구계가 연일 시끄럽다.
결국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대한축구협회의 부적절한 운영 부분과 대표팀 선임 절차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다.
문체부 대변인은 16일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문제들이 정리되지 않고 더 심각해지고 있다. 그래서 문체부는 이번 사안이 축구협회 자체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단계에 왔다고 판단했다"면서 "관리 감독을 하는 기관으로써 그냥 둘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조사를 예고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올해부터 공직 유관단체로 지정됐고, 따라서 문체부가 단체를 감사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일단 대한축구협회는 문체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하도 시끄러우니) 정부에서도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려는 것 아니겠느냐. 있는 그대로 모든 걸 소명하겠다. 만약 (조사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벌도 달게 받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축구협회 내부에서는 문체부의 간섭에 "선을 넘은 것 아니냐"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도 정부의 개입으로 협회의 독립적인 운영이 훼손돼 FIFA의 징계까지 이어질까봐 전전긍긍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엔 (협회 자격 정지로 국제대회 출전권을 뺏겨) 월드컵 본선에 못 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축구를 관장하는 FIFA는 산하 국가협회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항도 정관에 포함했다.
FIFA의 정관 14조 1항에는 "회원 협회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업무를 보장받아야 한다. 제삼자의 간섭을 받아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15조에는 "어떠한 형태의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19조에도 회원 협회의 독립성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FIFA는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자격 정지 등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적시했다.
실제로 FIFA가 협회의 독립적인 운영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강력하게 처벌한 적이 있다.
2015년 쿠웨이트 정부가 자국 체육단체의 행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자, FIFA는 쿠웨이트축구협회에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쿠웨이트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 잔여 경기를 몰수패 처리당했고, 2년 뒤 관련 법률을 다시 개정한 끝에 국제무대로 복귀할 수 있었다.
또한 주요 국제 대회 개최권을 박탈하기도 했다. FIFA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이스라엘 대표팀의 입국 문제로 정치·종교적 갈등을 빚자 아예 개최국을 아르헨티나로 바꿨다.
한편 관계자는 감독 선임 관련 들끓고 있는 비판 여론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절차상 큰 문제가 없는데)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결백하게) 다 밝혀지지 않겠나"라며 씁쓸해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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