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el터뷰!) 넷플릭스 '발레리나'의 이충현을 만나다
이충현 감독은 단편 <몸 값>으로 화려하게 주목받아 <콜>(2020)로 장편 데뷔했다. <몸 값>은 짧고 감각적인 연출과 충격적인 스토리로 티빙에서 [몸값] 시리즈로 제작되었으며 파트2의 제작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콜>이 극장 개봉을 앞두고 팬데믹으로 미뤄지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는데 주연이었던 전종서와 연애를 하게 되면서 차기작 <발레리나>까지 함께했다. <발레리나>는 경호원 출신 옥주(전종서)가 소중한 친구 민희(박유림)를 잃고 복수를 펼치는 액션 영화다.
그의 영화는 스타일과 음악, 미장센에 신경 쓴 티가 역력한 게 특징이다. 여성이 주인공인 성격도 있다. 지난 10월 11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발레리나>에 대해 직접 이야기 나누었다.
알고 보니 남성 서사도 좋아한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시도, 남들이 하지 않는 것에 관심이 커 보였다. 서사 못지않게 액션, 미술,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젊은 스탭들을 꾸려 작업한 결과가 아닐까 싶었다.
이충현 감독은 “스릴러, 액션을 해봤으니 로코나 SF, 영화 아닌 이야기를 많이 넣을 수 있는 시리즈물도 환영한다”라며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어 하는 야심도 드러냈다. 연인 전종서 배우를 향한 애정까지 숨김없이 드러내는 솔직함이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발레리나>는 액션과 미장센, 음악에 중심을 두고 전력 질주하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복잡한 서사보다는 간결한 서사를 유지하되 장르적 쾌감에 중심을 둔 연출 의도를 듣고 싶어요.
“서사가 당연히 중요하죠. 하지만 <발레리나>는 애초에 단순한 서사에서 쭉 뻗어나가는 이야기로 준비했어요. 독특한 스타일 때문에 의도했던 컨셉인데요. 옥주가 민희를 위해 복수하는 과정이 우아한 잔혹동화처럼 보였으면 했고요. 무대 위의 발레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색채나 음악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시나리오도 대사보다 지문이 많았어요. 공간, 조명 등을 상세히 표현해 두었는데 리딩 시간이 생각보다 더 짧아서 놀라기는 했었네요. 지문은 조감독님이 읽어주셨는데 그날 말이 많았던 사람이 조감독님이셨을 정도였으니까요. (웃음)
음악은 프로젝트 시작부터 공들여서 작업했던 부분이었어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갈증을 느꼈고 그 일환으로 평소 팬이기도 했던 그레이 음악감독님을 섭외했습니다. 참, 부산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극장 관람을 했었는데요. 극장 사운드로 들으니 음악도 더 잘 들렸고 디지털로 찍었지만 필름 분위기를 주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잘 표현되었다는 걸 확인했죠”

-여성판 <존 윅>, <테이큰>, <아저씨>란 의견부터 <킬빌>이 떠오른다는 말을 종합해 보면 파워풀한 액션이 강점인 것 같습니다. 멋진 액션을 끌어내기 위해 무엇에 중점을 두셨을지요.
“물론 남성과 여성은 신체적 차이가 있을 수 있어서 액션 장면을 찍을 때도 좀 다르죠. 그래서 옥주가 총기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액션을 끌어내려고 했습니다. 화염 방사기 장면은 뜨거운 불길을 쏟아내는 인물, 아지랑이 사이로 보이는 얼굴을 클라이막스로 넣고 싶었어요. 응징의 통쾌함이 있길 바랐습니다. (웃음)
여성의 마음과 액션은 종서 배우에게 섬세한 부분을 많이 물어봤고요. 유림 배우나 여성 스탭들, 여성 무술팀에게 도움받았어요.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할리우드 보다 여성의 역할이 한계가 있어서 아쉬웠거든요. 항상 주인공은 남성이고 여성은 조연인 편중된 서사가 전반적이라서 여성을 다룬 이야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종서 배우를 두고 액션 연출에 신경 쓴 부분이 느껴졌어요.
“옥주가 민희의 발레복을 입고 액션을 펼치는 장면도 있는데요. 액션도 발레 동작처럼 보였으면 했어요. 인물의 감정이나 표정이 중요했는데 전종서 배우가 잘 해내주었죠.”

-단편 <몸 값>부터 <콜>, <발레리나>까지 여성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만들어왔는데요. 감독님은 남성인데도 여성 서사를 주로 작업하셨던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고등학생 때 단편영화를 만들면서도 늘 매력적인 이야기는 여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무의식적으로 먼저 떠오르는 것 같은데요. 물론 남성 캐릭터도 좋아해요. (웃음) 그저 한 가지 장르만 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처럼요. <발레리나>를 준비할 때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 빌>을 떠올렸던 것 같아요. 남성 캐릭터도 나오지만 여성 캐릭터도 많이 담아낸 영화기 때문이에요”
-전종서 배우가 맡은 역할이 예쁘지 않아도 되는 역할인데 애정 필터가 씐 느낌입니다. 아무튼 사내연애 중이잖아요. (웃음) 현장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예쁘게 찍으려고 따로 노력한 건 아닌데.. (웃음) 어쩔 수 없이. 종서 배우의 숨길 수 없는 매력이 담겼다고 봐요. 아무래도 저랑 연인 관계라서 스탭들도 어려워할 수 있고 조심스러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발레리나>는 현장 분위기가 좋았고요. 단점이라면 서로 피곤하고 예민한 시기가 동일하다는 것 같습니다.”
-옥주는 경호원 출신이고 민희가 발레리나인데요. 공연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거나 ‘발레’를 주요 컨셉으로 삼은 이유도 궁금해요.
“발레를 정확히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예고를 나와서인지 주변에 발레, 미술,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발레라는 예술이 여성적이면서도 매우 치열한 분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달리 그 치열함이 생생했고 영화나 옥주의 결과 닮았다고 착안해 상징성으로 삼았습니다.”

-<발레리나>는 묘하게 이국적인 이미지가 인상적입니다. 매일 다녔던 일상적인 공간, 유명한 장소인데..과연 한국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낯설게 다가오더라고요. 후기 중에 <중경삼림> 같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대부분 서울에서 많이 촬영했어요. 모든 공간이 발레 무대처럼 보이게끔 했고, 이국적인 분위기로 연출했는데요. 우리나라도 아름답고 색감이 뚜렷한 멋진 곳이 많아서 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존 윅>도 간결한 서사를 장점으로 두고 아내와 개를 향한 복수로부터 시작하는 외로운 킬러 이야기잖아요. 시리즈로 사랑받은 <존 윅>처럼 <발레리나>도 후속작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혹시 염두에 두셨는지, 그렇다면 발레리나 세계관은 무엇일지, 시리즈화한다면 의향도 질문 드려요.
“음.. 2편은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요. (놀람) 최프로가 옥주에게 하는 대사가 세계관이라면 세계관일 듯싶어요. 괜한 일을 키워서 폭풍으로 만들고 앞으로 나아가는 부분이요. 오프닝부터 강렬한, 쉬지 않고 복수를 진행하면서 끝까지 좌시하지 않겠다? 이런 게 아닐까요?! (웃음)”

-주제 면에서 덧붙여 질문드립니다. 인터넷 영상물, 성 착취 등 사회적인 이슈에 착안하셨나요?
“몇 년 사이 국내에서 화제가 된 사례가 많았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고 해소되지 않고 있어 영화가 그걸 대신해야겠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당시 관심이 많았고 뉴스나 다큐를 많이 봤었던 기억이에요. <콜> 이후 어떤 작품을 할까 생각하다가 영향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주제로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렇다면 감독님은 다음 작품으로 해야겠다,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영감을 어디서 받으세요?
“작품마다 다른데요. 제목을 정하면 영감이 그때부터 찾아오고 담고 싶은 메타포도 떠오르고 그래요. 그때마다 시나리오를 여러 개 써 놓은 것이 있어요. 그래서 여러 분야에 안테나를 열어두고 있는 편이에요”
-추가 질문드리면 <몸 값>이란 제목은 너무 파격적이라 잊히지 않는데요. 이후 시리즈화된 [몸값]은 어떠셨나요?
“너무 옛날이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몸값’이란 제목은 번뜩 떠올랐던 것 같아요. 시리즈는 제 단편과는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흥미롭게 봤어요. 시리즈는 <발레리나>와 같은 제작사인데 구체적인 생각과 계획을 듣고 믿음이 갔고, 판권을 양도했던 것도 있습니다”

-전종서, 김지훈, 박유림 배우와 일하면서 새로운 면을 발견하셨을 것 같습니다. 세 분 각각 캐스팅하게 된 계기도 들려주세요.
“전종서 배우는 <콜>을 하면서 알았지만 천재적인 기질이 있어요. 기대 이상의 얼굴, 표정을 보여줘서 어디까지 할 건지 구경하면서 찍었던 기억인데요. 최근 <웨딩 임파서블>을 찍으면서 로코의 매력을 발견한 것 같더라고요. 전 이미 로코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 가능성도 알고 있었어요. 전종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순수하고 아이 같은 면이 많은 친구거든요. 마치 처음부터 로코를 했던 사람처럼 당연히 잘 하리라 믿었습니다.
김지훈 배우는 역할과는 다르게 선하신 분이라서 반대 성향을 끌어내는 흥분이 있었어요. 전종서 배우와 [종이의 집]을 했고 집도 가까워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다가 성사된 케이스에요. 아무래도 역할 때문에 소속사에서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던 걸로 아는데. 스스로 영화 색깔과 의미만으로 하고 싶어하셨습니다. 특히 조커가 연상되는 볼 상처는 (대본에는)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얼굴이 망가진다’라고만 했고. 특정 부위는 고민하지 않았거든요. 최종적으로 의견 주셔서 볼 쪽 상처로 정해서 만들어진 경우에요. 해외 반응이 꽤 좋더라고요.

박유림 배우는 청초하고 순수한, 지켜주고 싶은 이미지 그대로였습니다. 민희 역할을 고심하던 차에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고 캐스팅 제안을 했는데 <발레리나>를 못하면 잠을 못 잘 것 같다고 하실 정도로 푹 빠져계셨고, 가능성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 들었어요”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화려했고 재미있었는데요. 주현, 김영옥, 김무열, 장윤주 등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주세요!
“일단 액션 장르지만 로드무비처럼 다뤄질 수 있다고 봐서 옥주가 만나는 인물을 고민했습니다. 장윤주 선배님은 평소 종서 배우가 든든하게 의지하는 존재였고 영화에서도 그런 역할을 생각했고요. 김영옥 선생님도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 종서 배우와 인연으로 출연해 주셨고요. 주현 선생님은 직접 섭외를 요청했는데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임해주셨어요. 애드립도 워낙 많이 해주셔서 다 담지 못한 분량이 넘쳤고,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만들어 주셨어요. (웃음)
김무열 선배님은 등장만으로도 집중되지만 이상하게 아무것도 안 하는 맥거핀이었거든요. 그 부분이 신선했고 중요한 역할이라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박형수 배우는 <몸 값>에서 워낙 변태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해 주어서 이번에도 부탁드리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 작품은 청불이 많고 수위도 자유로운 것 같은데요. 넷플릭스와 일해보니 이런 점이 좋았고 이런 점은 힘들었다는 생생한 후기가 궁금합니다.
“저와 넷플릭스 모두 니즈가 잘 맞아서 협업하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는 창작자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어요. 마음대로 펼칠 수 있어서 시나리오 쓸 때부터 넷플릭스와 해보고 싶었습니다. 넷플릭스는 스케줄링이나 마감이 정해져서 후반 작업이 늘어지지 않고 돌아가거든요. 창작자 입장에서는 작은 결정도 최대한 미루고 싶어지는데요. 정확한 날짜가 나오니까 어떻게든 거기에 맞추게 되더라고요. 꼭 마감이 길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아무래도 체계적으로 시스템이 돌아가니까 감독의 필모그래피 부분에서 (극장보다는) 텀이 길어지지 않아서 좋습니다”

-요즘 콘텐츠 전반의 사정이 어렵습니다. 한국 콘텐츠계도 제작을 많이 축소하고 있는 분위기인데요. 감독님은 이른 나이부터 시작해서 탄탄한 경력을 쌓아 오셨잖아요. 앞으로 영화를 하려는 분들 혹은 한국 콘텐츠 계의 미래 등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의견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도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오랜 꿈을 갖고 ‘이게 되겠어?’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고등학생이 되어서 구체화하기 시작했거든요. 영화 전문학교에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포트폴리오가 단편 <몸 값>이었습니다. 영화, 드라마 전반적으로 다 어려운 것 같아요. 신인뿐만 아니라 감독, 제작자, 배우, 스탭 모두가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선 나누지 않고 힘을 합친다면 좋은 작품이 나올 거고, 그래서 극장도 다시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글: 장혜령 사진: 넷플릭스
- 감독
- 이충현
- 출연
- 전종서, 김지훈, 박유림, 신세휘, 박형수
- 평점
-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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