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취임 5년 만에 '세계 1위 전략' 본격 시동 [현대차-GM 동맹]
폭스바겐 제치고 2위 진입 노려
협업 통한 대미 리스크 상쇄 기대
효율성 제고 위한 공동생산 추진도
세계 5위 자동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 메리 바라 회장과의 깜짝 사업협력 약속으로, 글로벌 완성차업계 판 흔들기에 나선 것이다. 중국의 전기차 공세와 미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의 판도 변화에 적극 대응,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정의선·메리 바라는 왜 손잡았나
12일 현대차와 GM에 따르면 양사는 내연기관차부터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서 협력을 모색한다. 세계 2위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경영악화로 설립 87년 만에 자국 공장 폐쇄를 추진키로 하는 등 시장상황이 급변하는 가운데 나온 생존과 도약을 위한 파격적인 행보다. GM과의 전방위적 협력을 통해 세계 3위에서 2위로 한발 올라서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미국 시장에서 GM과 1, 2위를 다투고 있는 도요타와의 경쟁구도 강화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전 세계 시장판매 순위는 3위(730만4000대)다. GM은 5위(618만8000대)를 차지했다. 자동차업계는 3위 현대차그룹과 5위 GM의 '한미 연합군' 결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양사는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피 튀기는 경쟁을 펼쳐왔다. 하지만 87년 역사를 자랑하며 전 세계를 호령해 온 폭스바겐이 휘청거리는 등 미래 차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자생존만 고집해서는 어렵다고 판단, 포괄적 협력을 약속하며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기로 선언한 것이다. 나아가 양사 간 협력은 1위 도요타(1123만3000대), 2위 폭스바겐(924만대)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다.
업계에선 현대차와 GM이 서로 각기 다른 분야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둔화)이 장기화되면서 하이브리드차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GM은 해당 부문의 기술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2009년 처음 출시한 아반떼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성공, 도요타와 함께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발표보다 전기차 전환 시점을 늦추기로 한 GM 입장에선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기술이 가뭄 속 단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도 GM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픽업트럭 기술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3위 완성차 그룹이지만 미국 시장에선 도요타, 포드, 스텔란티스에 이어 4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은 특히 SUV와 픽업트럭 선호도가 높은 지역인데 GM의 SUV 기술을 활용, 미국 지역 점유율을 높이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지역은 전 세계를 통틀어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이 가장 많은 곳인데, 이 지역에서 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면 폭스바겐을 제치고 세계 2위 진입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미국 업체와의 협력으로 대미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호재다. 미국은 대통령선거 이후 친환경차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만큼 GM과 협업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리스크를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은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등 특정 지역에서 생산시설 공유 및 공동 생산 구축이 특히 주목된다. 현재 현대차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울산·아산·전주 공장을 비롯해 미국 앨라배마, 체코, 튀르키예,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기아는 국내 광명, 화성, 광주에 공장을 갖고 있으며 해외에는 미국, 중국, 슬로바키아, 멕시코, 인도 등에서 차를 생산하고 있다. GM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부평 및 창원), 멕시코, 캐나다, 브라질, 중국 등에 글로벌 생산기지를 가지고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는 미시간·인디애나·테네시·뉴욕·오하이오주 등에 전기차(EV) 전용 생산라인을 갖춘 상태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노동조합의 반발이다. 재계 관계자는 "양사가 향후 협의를 통해 공동생산에 나서게 된다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노조의 반발 등은 변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조은효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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