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컨토션’… 근육통 달고 살아도, 절대 못 끊죠”

김유진 기자 2025. 11. 2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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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자’로 한국 찾은… 태양의 서커스 주연 알탄호야크
15살 때 살았던 한국… 집에 온 듯한 편안함 느껴
평양 살 땐 서커스 대회 최연소로 ‘은상’ 경험도
매일 스트레칭 외에 별다른 비법은 없어
모든 무대 장면 외웠어도 매번 감동에 눈물 흘려
직업 수명 짧지만… 결코 연습 멈추지 않을 것
태양의 서커스 ‘쿠자’에서 닌진 알탄호야크를 비롯한 세 명의 컨토셔니스트가 고난도 곡예를 선보이고 있다. 마스트 인터내셔널 제공

세대를 막론하고 대다수 사람들은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며 여가 시간을 보낸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심화됐다. 하지만 라이브 공연이 위축될 거란 우려와 달리 팬데믹이 끝나자 연극, 뮤지컬을 비롯한 공연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다. 영상으로는 충족할 수 없는 즐거움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매력 덕분. 공연 매출은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영화 부문 매출을 추월했다.

그 가운데 태양의 서커스는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리딩 기업이다. 올해는 ‘쿠자’(KOOZA)로 부산에 이어 서울을 찾았다. 쿠자는 200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전 세계 23개국 70개가 넘는 도시에서 5000회 이상 공연해 8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작품이다. 2018년 국내 초연 당시에는 서울에서만 총매출 258억 원을 올렸으며, 2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쿠자의 여러 묘기 가운데 공연 초반부 등장하는 ‘컨토션’은 관객을 곧바로 쿠자의 환상적인 세계로 데려간다. 컨토션은 신체를 크게 굽히거나 젖히고 뒤트는 동작으로 인체 유연성의 한계를 보여주는 서커스 곡예다. 쿠자에는 총 세 명의 컨토셔니스트가 등장한다. 황금빛 비단뱀 같은 모습의 이들이 한 몸처럼 합체할 때면 객석에서는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온다. 이들 가운데 2014년 19세의 나이로 쿠자에 합류한 몽골 출신의 베테랑 컨토셔니스트 닌진 알탄호야크(30)를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빅탑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 공연을 두고 “한국에 오면 집에 돌아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며 “한국은 제가 공연하기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로 한국 관객들은 언제나 가장 따뜻한 박수와 응원을 보내준다”고 말했다. 답변은 능숙한 한국어로 돌아왔다. 알탄호야크는 “한국어를 제대로 배운 건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통해서”라며 블랙핑크, 방탄소년단(BTS), 지드래곤을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꼽았다. 물론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여전히 즐겨 본다.

한국과 알탄호야크의 인연은 깊다. 그는 국방무관(외교관 신분의 군인) 출신 아버지를 따라 15세 때 1년간 한국에 살았던 경험이 있다. 그때 학교에 다니며 만났던 친구들과는 지금도 SNS를 통해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보다 어렸을 때는 유학 경험이 있었던 아버지를 따라 한국으로 건너와 치료받은 적도 있다. 그는 “귀에 혹이 생겼는데 당시 몽골에서도 중국에서도 치료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이후 한국에 왔을 때는 충분히 수술로 완치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컨토션은 몽골과 중국 등에서 발전한 전통 곡예다. 알탄호야크 역시 5세 때 TV에서 본 컨토션에 첫눈에 반해 곡예를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아이들이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가잖아요. 한국에 태권도가 있다면 몽골에는 컨토션이 있죠. 몽골 여자 아이들은 어렸을 때 자연스럽게 배우게 돼요.”

9세 때는 평양에서 4년간 살았던 경험도 있다. 그는 “평양에서의 생활은 매우 독특하고 아름다웠다”며 “서커스 부문으로 ‘4월의 봄 친선 예술축전’에 참가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이 축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국제 행사로, 알탄호야크는 가장 어린 참가자였음에도 은상을 받았다. 외국인 학교와 러시아 대사관 학교에 재학하며 북한 출신의 발레리나에게 발레를 배우기도 했다. 이후 태양의 서커스가 주최한 캐스팅 이벤트에 참여했고, 19세가 돼서야 입단했다. 태양의 서커스는 서커스 아티스트라면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꿈의 무대다.

알탄호야크가 쿠자에서 공연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됐다. 많은 운동선수들이 그렇듯 알탄호야크 역시 매일 비슷한 루틴을 유지하며 컨토셔니스트로서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나만의 몇 가지 루틴이 있다”고 귀띔했다. 음악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거나, 컨토션 멤버들과 비밀 악수를 나누고, 테이블 드라이버(컨토션 무대 장치를 움직이는 스태프)들에게 경례를 보내며 긴장을 푼다.

철저한 웜업과 근력 강화 훈련으로 부상을 최대한 예방한다. 그는 “현재 큰 부상은 없고, 다만 거의 매일 작은 근육통이 조금씩 있는 정도”라며 웃었다. 매번 높은 수준의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꾸준한 연습은 필수다. 휴일에는 푹 쉬고 맛있는 음식과 카페를 찾아다니며 평범하게 지낸다. 그는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시간이 된다면 한국의 아름다운 섬들을 꼭 방문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알탄호야크에 따르면 현재 활동 중인 컨토셔니스트 대부분은 몽골인이다. 그는 “몽골인은 몸이 가볍고 인내심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훌륭한 컨토셔니스트가 되기 위한 비법을 묻자 알탄호야크는 “매일 스트레칭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특이점은 없는 것 같다”며 “필라테스와 발레 수업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몸을 사용하는 직업 특성상 컨토셔니스트들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알탄호야크는 “컨토션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은퇴하는 경우가 많은 직업이지만, 60세가 된 지금까지 무대에 오르고 있는 전설적인 몽골 컨토셔니스트도 있다”며 “나 역시 약 5년 후에는 무대에서 물러날 수도 있지만, 스트레칭은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컨토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앞으로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고 한국에서 안무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꿈도 있다.

알탄호야크가 꼽은 쿠자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쿠자의 컨토션은 더 빠르고 전통 곡예와 달리 역동적”이라며 “세 명의 합이 맞아야 하는 동작들도 쿠자의 묘미”라고 전했다.

“수백 번 공연을 보고 모든 장면을 외울 만큼 익숙한데도, 저는 여전히 쿠자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나요. 아름다운 스토리와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무대가 정말 깊은 감동을 줍니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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