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尹 ‘도어스테핑 의지’ 그 누구보다 강했다”
'용산 시대'를 연 윤석열 대통령이 기존 대통령들과 가장 달랐던 점은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이었다. 출근길 기자들 앞에 서서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모습은 참신했다.
뉴스1에 따르면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도어스테핑은 MBC와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대통령실은 MBC 취재진의 질문과 태도 등에 대해 정상적인 취재 활동이라 볼 수 없다고 반발했고,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도어스테핑을 지속할 수 없다며 중단을 결정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해왔다. 그 일환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며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각종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했다.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육성으로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고 파격적이었다. 권위를 내려놓은 듯한 대통령의 새로운 소통 방식은 신선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직접 국민에게 닿았고, 정부 부처에는 책임감을 부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소통하려는 모습을 직접 보여줬다는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긍정적인 부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때로는 대통령의 돌발 발언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제가 대통령이 처음이라", "과거엔 민변 출신이 도배했다" 등의 대통령 발언은 정쟁거리가 되기도 했다. 또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징계와 풍자만화 '윤석열차' 논란 등 민감한 이슈에는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의 위험성을 제기하며 도어스테핑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도어스테핑 방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기도 했다. 초창기 도어스테핑은 취재진의 질문으로 시작됐지만, 8월12일부터는 모두발언을 먼저 실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를 통해 대통령의 메시지는 더욱 부각됐고, 도어스테핑도 점차 안정적으로 변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취임 후 6개월, 어느덧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일상적인 일이 됐다. 하지만 지난 18일, 61번째 도어스테핑 과정에서 논란이 생겼고 결국 잠정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윤 대통령은 MBC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에 대해 설명했고, 이에 MBC 기자가 반발하며 자리를 뜨던 윤 대통령에게 질문했다. 윤 대통령은 질문에 대한 답변 없이 집무실로 향했고, 이후 MBC 기자와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 사이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자와 비서관이 설전을 모습은 언론에 고스란히 보도됐고 대통령실은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대통령실은 당시 논란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로 판단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이미 도어스테핑을 마치고 들어가는데 등에 대고 고성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면서 같은 얘기를 두 차례 반복했다. 그것이 정당한 취재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는 도어스테핑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고, 오히려 국민과의 소통을 저해할 수 있다고 봤다.
대통령실은 MBC 기자에 대한 출입기자에 대한 상응하는 조치를 위해 출입기자단에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기자단은 근거 규정이 미비하다고 판단,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논란으로 대통령실 출입기자와의 소통 및 관리 업무를 총괄해온 김영태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과 MBC간 충돌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뜻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20일 도어스테핑이 실시됐던 1층 로비에 나무 합판으로 된 가벽이 설치됐다. 이로 인해 기자들이 있는 복도 공간에서는 대통령실 출입구를 볼 수 없게 됐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대통령실은 '보안상'의 이유로 인해 설치한 것이지 도어스테핑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일련의 상황들로 인해 윤 대통령의 상징과도 같았던 도어스테핑은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현재로서는 도어스테핑이 언제 재개될 수 있을지 예상하기 힘들다.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윤 대통령이기에 도어스테핑을 이대로 중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에 대한 의지는 누구보다 강했다. 저희도 질문받는 대통령, 견제받는 대통령 차원에서 말씀드렸었고, 기존과 다른 진일보한 소통 방식을 정착시키려던 의지가 있었던 것"이라며 "하지만 정치공방의 장으로 변질됐다. 재개되려면 더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한 개선이 없이는 당장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이라며 "일단은 이 사안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혁적이고 용산으로 이전한 취지를 잘 살리고 혁신을 이어가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 어떤 식으로도 이어갈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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