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명품백 무혐의 결론… 김 여사·최재영 불기소
검찰 “직업적 양심에 따른 결론”
野 “특검 재표결 통과” 총공세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김 여사와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 등 관련자 5명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제공한 선물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 없고, 최 목사가 직접 복기록에 ‘청탁용이 아니다’라고 작성(서울신문 9월 30일자 1·5면)하는 등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김 여사는 불기소 권고를, 최 목사는 기소 권고 결정을 내렸으나 수사팀이 당초 수사 결과대로 두 사람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고발 10개월 만에 사건이 마무리됐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이날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여사특검법’을 재표결로 통과시키겠다고 밝히는 등 총공세에 나서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2일 ‘대통령 부부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등 고발사건’과 관련해 윤 대통령 부부와 최 목사,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 이명수 기자 등 5명을 수사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 지시로 전담수사팀이 꾸려진 후 5개월여 만이다.
김 여사는 최 목사로부터 2022년 6∼9월 300만원 상당의 명품백, 179만원 상당의 화장품 세트, 40만원 상당의 양주를 받아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물품과 대통령 직무의 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김 여사에게 제공한 선물은 김 여사와의 우호적 관계 유지 또는 접견 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명품백 등을 건네며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사후 국립묘지 안장, 통일TV 송출 등을 청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 목사 주장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최 목사가 두 차례에 걸친 검찰 조사에서 “청탁이 아니다”라고 진술했고, 김 여사와의 접견 이후 “개인적인 관계에서의 선물이지 뇌물이나 청탁의 목적과 용도로 준 것이 아니다”라고 복기록을 썼다가 갑자기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등 객관적 증거자료에 비춰 봤을 때도 선물 제공과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검찰은 결론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뒤바뀐 주장에 의지해 최 목사를 기소할 경우 공소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이 공직자 배우자의 직무와 관련된 금품수수를 금지하면서도 처벌 규정을 두지 않은 점도 무혐의 판단 근거가 됐다.
검찰은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윤 대통령도 청탁금지법상 신고 의무가 없어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뇌물수수 부분 역시 ‘혐의 없음’ 처분했다.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요구한 때에 적용되는데 김 여사는 공무원이 아닐뿐더러 윤 대통령과 공모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는 것이다.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가 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도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같은 논리로 금품을 건넨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주거침입, 위계공무집행방해도 모두 혐의가 없다고 봤다.
이날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잡음을 의식한 듯 ‘대통령 부부 청탁금지법 위반 등 사건’이란 제목의 파워포인트(PPT) 107장 분량으로 각 당사자의 혐의와 처분 근거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검찰은 “이번 결정이 국민 법 감정과 안 맞는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공소 유지와 입증의 책임을 지는 수사팀이 법률가란 직업의 양심에 따라 내린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해 검찰이 직접 수사를 벌인 첫 사례지만 최종 처분을 내리기까지 많은 논란을 남겼다. 검찰은 지난 8월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로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김 여사를 청사 외부에서 조사하면서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이에 이 전 총장은 수심위에 사건을 넘겼고 수심위는 만장일치로 무혐의 결론을 냈다. 그러나 이후 최 목사가 별도로 신청해 열린 수심위는 1표 차이로 최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것을 권고해 논란이 됐다. 검찰이 수심위의 기소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사례는 2018년 제도 도입 이래 처음이다.
김 여사가 관련된 또 다른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향후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본래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의혹에 대한 혐의도 함께 최종 불기소 처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명품백 의혹만 마무리했다. 최 목사 측은 “검찰이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위해 변호인 역할에 집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혹을 고발한 서울의소리 측은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오는 7일 항고장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송수연·이성진·박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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