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샤퀴테리 웨딩 출장뷔페 개발&생산 일기

음갤 여러분들 오래간만입니다.

글을 자주 써야지 했는데, 이거 저거 준비하고

일을 하다 보니 한 1년 만에 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대신 그만큼 내용도 많은 것 같습니다.

또 다시 역대급 여름을 갱신 하는거 같은데 모두들 건승 하시길 바라며

본론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전에 일하던 곳 사장님께서 웨딩 케이터링을 하시게 되면서

샤퀴테리 요청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사장님은 스테이크와 사이드 등의 메인 음식 담당이셨는데

혹시 샤퀴테리도 취급하시냐고 요청 들어왔다고 하더군요.

아니면 샤퀴테리 하는 사람을 아시냐고...

그래서 제가 출격하게 되었습니다.

일하던 곳 회식이나 가족 모임 때 보드를 준비 한 적은 있지만

케이터링, 더군다나 무려 웨딩 케이터링은 처음이라

참 기대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만감이 교차했네요.

너무나도 좋은 경험이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거라 신나기도 하지만

이건 무려 웨딩이니깐요.

(제가 담당 한 것들이 수준 이하로 나와서 남의 인생 중

제일 빛날 순간을 망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어휴 끔찍하네요...

위생 문제는 두말 할 것도 없구요.)

필요한 보드, 싸인,(케이터링인 만큼 제품명들을 모두 기재 해야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버터 나이프 같은 커틀러리,

제가 생산하는 육가공품들을 제외한 다른 치즈, 과일, 초콜렛류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기에

신중히 준비했습니다.

웨딩 전 신랑 신부와 미팅을 해서 사용할 제품군을 먼저 정했습니다.

전, 사람이 취향이 있으니 개의치 말고 제가 더 준비했으면 하는 것, 혹은 뺐으면 하는 것

알려주시면 맞춰서 준비한다고 했는데 모두 맛있다고 싹 다 준비 해 달라고 했었을때

짜맀 했었네요 ㅠ. 심지어 극 호불호 갈리는 양고기 살라미도 너무 좋다고 하시는데

어우 그 설렘은 말로 설명 할 수 없습니다.

신부는 싱가폴/한국인이고 신랑은 무려 프랑스인이니(제가 하는 샤퀴테리가 심지어 프랑스어입니다.)

겉으로 티는 안 냈지만 속으로는 진심 "YE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S!!!!!!"를

내질렀네요. ㅋㅋㅋ

모든 준비를 마치고 웨딩 장소에 도착하여 셋팅을 시작합니다.

거기에 전문 사진사가 계셨어서 제가 준비중인 샷도 좋은 걸 몇개 건지게 되었네요.

직접 만든 빠떼를 미리 썰어 놓고 있습니다.

프랑스 시골식 빠떼의 반응이 어떨까 궁금했는데

칵테일류를 준비한 프랑스 분이 너무 맛있다고 하시고

게스트들도 잘 집어 가시더라구요.

어떤 백인 어르신은 그냥 보드 앞에서 이쑤시개로 그 자리에서 몇개씩 계속 집어 드시고

나중에 또 와서 드시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ㅋㅋ

여지껏 피드백을 많이 받아봤지만 결국엔 제 가족 혹은 지인들 피드백이라

얼마나 정확한 피드백인지 긴가민가 했었는데

이건 찐 피드백 이니깐요.

물론 프랑스인들이 많은 웨딩이였지만 이 어르신 만큼은 프랑스인이였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혼주석에 나타나시더군요. 무려 신랑의 아버지셨습니다. (프랑스인 확정 ㅋㅋ)

엄청난 쾌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준비된 보드들의 모습을 찍어봤습니다.

이번 웨딩에 맞춰서 제품명들을 기재 할 수 있는 싸인도 구매했습니다.

ahㅏ.... 어머니가 어렸을 때 부터 글씨 좀 예쁘게 쓰라고

연습하라고 하셨었는데

왜 말을 안 들었을까요.

진짜 엄~~~~청 심혈을 기울여 쓴 건데 좀 아쉽습니다.

어렸을 때 방학 숙제 하다가 어머니께서 글씨 못썼다고

다 지우고 다시 쓰게 하신 기억이 떠오르네요.

참 사람이 발전이 없네요 발전이. ^^

살라미류와 각종 드라이큐어류(염장 건조육들),

그리고 프랑스식 장조림이라고 생각하는 최애템 리예뜨, (정중앙 유리병)

미국인으로서 국뽕을 한사발 들이키게 만드는 수제 베이컨 어니언 잼 등이 출전하였습니다.

(베이컨 어니언 잼이 지극히 달고 짜고 프랑스 음식의 섬세한 맛이랑은 거리가 멀어서

반응이 어떨까 했는데 미팅때 신랑 신부 두분 다 엄청 좋아하시더군요.

미팅 와중에도 쉬지 않고 빵에 발라 드셨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어른이 되어도 잼민이 입맛이 완전 사라지지는 않는거 같습니다.ㅋㅋ)

또 한국인으로서 국뽕 느끼는 복분자 로즈마리 살라미도 보이네요.

나중에 일이 더 잘되면 '보해' 같은 곳과 콜라보 혹은 후원 받는 것을

김칫국 드링킹 상상해봅니다.

썰때는 막상 그렇게 안 느껴졌는데, 셋팅을 하고 보니 정말이지 어마무시한 양입니다.

신랑 신부측에서 요청한 과일과 초콜렛 치즈, 견과류, 그리고 제 직장 동료가 직접 구운 포카치아 빵 등이 추가되니

뭔가 거대 함선 느낌까지 나는 것 같네요.

웅장합니다. 보드 사이즈도 커서 보드 순수 무게만 해도 한 20키로 정도 되는거 같더군요.

그렇게 웨딩 케이터링은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준비해간 음식양이 좀 많이 넉넉했어서

'오. 한 절반 이상 남을 수도 있겠는데?' 싶었지만

견과류들이랑 초콜렛 과일류는 좀 남았어도 육가공품은 거진 다 소진되었었네요.

그리고 한번 맛 보셨다가 다시 받으러 오신 분들이 엄청 많았어서

참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그렇게 준비해갔는데 반응이 좋지 않으면 어떨까 걱정 많았거든요.

이런 대형 케이터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것과, 샤퀴테리 종주국인 프랑스인들을 포함한 많은 외국인들에게서도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것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얻은 날 이였습니다.

출장 왕복 시간까지 포함하면 제가 예상한 5~6시간이 아니라 12시간이 걸렸어서 저와 같이 도와준 동료 형님이

참 고생하였지만 정말이지 뜻 깊은 날 이였습니다.

육가공에 사용하는 A지방(단단한 돼지 지방.)을 납품 받는데 이게 너무 잘 녹는 문제가 발생하더군요.

지방이 잘 녹으면 소세지 반죽을 할 때 반죽이 기름칠 되는 경우가 생기며 반죽의 고기가 결착이 잘 안되고

살라미 만들 때도 이 문제가 발생하면 살라미가 잘 안 마르게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지방이 반죽을 코팅하면서 잘 결착 되지도 않고, 이게 무려 지방 코팅이니 살라미가 건조 되는 걸 원천 차단 시키거든요.

이러면 질감 문제부터 시작해서 내부 습도가 너무 높게 유지되면서

식품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제가 받는 A지방이 등지방이 아니라 잡지방을 주는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더군요.

하지만 전 육가공을 배웠지 정육쪽은 문외한이라 정육점을 운영하고 정육 전문가인

군대 선임의 정육점으로 견학 갔습니다.

군 생활때 2달 차이인가? 해서 친했던 선임입니다.

제가 또래들보다 한 3년? 늦게 입대했어서 선임이지만 동생이네요.

혹시 가서 등지방 정육하는거 볼수 있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허락해서

인천으로 출격했습니다.

어우 유럽식 Dry cure(염장 건조육)들중 유명한 스페인의 하몽, 혹은 이탈리아의 프로슈또에

사용되는 돼지 후지 입니다. 전 미리 손질 된 것을 받아서 잠봉햄, 소세지, 살라미류 등에

사용하지만 이렇게 하몽/프로슈또 생산에 적합하게 딱 손질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신기했네요.

하몽/프로슈또는 건조 하는데만 최소 1~2년 걸리기는 데다 사이즈까지 어마어마해서 아직 제 생산실에서

제작 하기엔 무리고 나중에 잘되어서 확장 이전하게 된다면 꼭 생산해보고 싶습니다.

익숙한 삼겹살과 등심이네요. 항상 손질 되어서 진공 포장된 친구들만 받아서 썼었는데,

돼지 반마리가 이 친구의 정갈한 칼놀림에 딱딱 해체되고 제가 아는 제품군들이 나오는 걸 보니

정말 신기했습니다. 잘 웃고 착한 선임 이였는데 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서 작업 하는 걸 보니 참 멋있더군요.

전 뭐 반마리 해체하는데 몇십 분은 걸릴 줄 알았는데 훨씬 짧은 시간에 끝납니다.

좀 과장해서 눈 깜빡하니 끝나더군요.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10~15분? 그것도 안 걸렸나?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작년에 겪었던 문제들의 원흉 A지방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해체한 돼지의 등 지방이(돼지 등 지방이

소세지나 살라미류를 만들 때 받아온 A지방의 모습과 일치하네요;;.

제가 예상 했던 건 '잡았다 요놈!' 하고 여지껏 제가 눈탱이 맞았었다는 엔딩 이였는데.

아니였습니다. 여지껏 제대로 된 물건 받았었다는 거네요.

이때는 제 생산실 완공 전 이였어서 집에서 연구/개발 할 때 였는데

집안의 온도를 콘트롤 못하니 작업 중에 지방이 녹아 버리는 문제가 발생했던거였습니다.

역시 책을 백날 읽고, 동영상 찾아보고, 이론을 알아도

직접 부딪혀 보고 실패해봐야지 뭐가 얼마나 중요하고 혹은 덜 중요한지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행이 개발/작업 하는 걸 생산실에서 하기 시작 하니

(사실상 대형 워크인 냉장고 안에서 작업합니다.

좌측 상단에 냉장유닛이 보이네요.)

전에 있던 문제들은 싹~~~ 다 사라졌습니다.

군대에서도 붙임성 좋았던 선임인데, 손님들한테 츤데레 스타일로 잘 응대해주네요. 동네 단골들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특히 어르신들 위주로요.

오랜만에 만나서, 같이 맛있는 순대국밥(특)도 조지고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제가 맛보기로 가져갔던 샤퀴테리류가 입맛에 맞았었는지 추석때 장인어른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하네요.

곧 다시 놀러 갈 듯 합니다.

데쳐서 조리한 이탈리안 소세지

샌드위치용 콜드컷 햄.

(말이 햄이지 뭐 대형 소세지 입니다.)

큼지막한 고기 입자가 돋보이는 케이준 앙두이 소세지.

(음 근데 손으로 일일이 자르는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네요. 아무래도 상용화는 힘들듯 합니다.

아니면 민찌기 플레이트 구멍을 큰 걸 구해서 사용해 봐야겠네요.)

닭고기와 표고 버섯을 사용하여 만든 치킨&와일드 머쉬룸 빠떼.

한마디로 닭고기 버섯 빠떼 입니다.

환상적인 단면도에 농후한 맛이 일품입니다.

빠떼 관련 개발하면 좀 거시기한 결과물들도 잘 나오는데

(모양이 별로라던지, 식감이 별로라던지, 맛이 영 시원치 않다던지)

간만에 괜찮은걸 건졌네요.

예전에도 같은 걸 했었는데 재료 손질의 변화를 조금 주니 훨씬 예뻐 보이는 친구가 나왔습니다.

잠봉도 진짜 환상적입니다. 꾸준히 레시피를 변화를 주며 개선해 왔는데

이제 완성형이 나와서 다행입니다.

향신료 등의 배합 및 농도, 염도, 그리고 조리법에서 나오는 부들부들한 식감까지 이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오만한 말 같이 들릴 수도 있지만 진짜 프랑스에서 먹었던 잠봉들 보다 더 맛있다고 생각하네요.

다만 전 껍질이 붙어 있는 미박 후지를 사용하는것이 좋은데,

또 이 껍질 질감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꽤나 있다고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중이네요. ㅠ

음식을 할 때 너무 내가 좋아하는 것 X고집만 부려도 안되고,

아무런 특이점 없이 무조건 대중성만 따라가는 것도 안되고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 해야 하는데 어떤 것이 답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허허 그런데 결국엔 껍질 제거 버전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미박 제품을 구매하고 껍찔을 손으로 일일이 떼어내고 드신다는 분들을 많이 봐서요.)

그 햄 본체의 식감과 상반되는 껍질 쪽의 쫄깃한 식감과, 더욱 두꺼운 지방층에서 나오는 풍미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

가슴이 아픕니다.

최근엔 모타델라 라는 이태리식 샌드위치 햄을 개발 중 입니다.

이태리 놀러갔을때 컬처 쇼크 줬던 샌드위치에도 들어가 있고,

(요건 2년전 이태리 샤퀴테리 여행 때 먹었던 샌드위치의 모타델라입니다.)

미국에서 발로니(Bologna)라는 현지 버전의 모타델라가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제품이라서

그걸 먹으며 자랐거든요.

(학교에서 주는 싸구려 샌드위치 안에 십중팔구 들어 있었습니다.

진짜 식빵들 사이에 발로니 껴있고 패킷으로 된 마요네즈, 머스타드 들어있는 밤색 종이백 점심을 지겹도록 먹었었네요.

현장학습? 발로니 샌드위치

미식축구 경기? 발로니 샌드위치

학교 댄스? 발로니 샌드위치

영화관 트립? 발로니 샌드위치

쇼핑몰 트립? 역시 발로니 샌드위치.

안에 사과 하나랑 종이팩 과일주스도 하나 들어있지만 본질은 발로니 샌드위치였습니다. ㅋㅋ)

아직은 개발 중인게 질감 부분에서 아쉬운 게 있어서 한동안 이 친구만 계속 만들 예정입니다.

카페테리아에서 현재 샌드위치와 피자 메뉴는 확정인데 그 위 토핑으로 꼭 사용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ㅎ

짱짱한 훈연기로 훈연 킬바사도 만들고

아르헨티나 초리조를 사용한 초리판도 만들어봅니다.

아르헨티나에 이태리 이민자들이 많아서 일까요?

초리조하면 강려크한 향신료와 매콤함이 생각나는데(예: 멕시코식 초리조)

이건 어째 이탈리안 소세지가 생각납니다.

(미국식 소세지중 하나로 펜넬씨(회향)가 주된 향신료.)

펜넬씨 잔뜩에 와인 잔뜩이니 사실 제가 만드는 이탈리안 소세지 레시피랑 거진 동일하더군요.

초리판 특유의 반갈로 소세지를 잘라주고 직접 만든 치미추리를 잔뜩 얹어주니

맛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다만 소세지를 구워서 판매하는게 생각보다 일이 복잡해져서

상용화 될지는 의문이네요.

(소세지 굽는데 어울리는 그릴이 있어야 하고 또 누군가가 그 그릴에 상주 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수제 소세지며 치미추리며 생각하면 단가가 낮지가 않은데 보통 핫도그 하면

절대 비싼 이미지가 아니라 가격을 높게 받기도 힘들지요.)

그리고 사이드 메뉴들도 만들어보고 있네요.

수제 베이컨이 들어간 그린 빈즈

역시 수제 베이컨으로 만든 시저 샐러드.

다양한 파스타 샐러드들.

실패하긴 했지만 비건 메뉴로 샌드위치 메뉴 개발도 도전했었습니다.

다만 맛이 영 밋밋해서 사진만 건졌네요. 어휴 ㅋㅋ

미국 소울푸드하면 빼놓을수 있는 콘브레드입니다.

그리고 사진엔 없지만 또 또 또 수제 베이컨이 들어간 베이컨 콘브레드도 있습니다.

괴랄한 조합 같은데 맛있더군요. 심지어 반죽에 식용유 대신 베이컨 기름까지 들어가서

저도, 혈관도 행복의 비명을 지르는 맛입니다.

또한 주력이 될듯한 샤퀴테리류도 역시 정진 중입니다.

루리웹에 육가공으로 첫 게시물을 올린게 대략 6년 전이더군요.

배우면 배울수록 부족함이 느껴지지만

(특히 최근에 산 책이 육가공을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책 이였는데 진짜 머리 쥐어뜯고 싶게 만들더군요...

ahㅏ... 난 왜 생물/화학 시간에 더욱 집중하지 않았을까? 진짜 책 보는 시간 절반, 구글에서 생물/화학 관련 검색하는 시간 절반 이였습니다.)

그래도 한 우물만 파니 뭐가 나오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페니실린 계통의 곰팡이 종균물에 입수 시키고 말리면 이렇게 예쁘게 곰팡이가 피어오릅니다.

이 곰팡이는 풍미에도 영향을 끼치고, 살라미 발효로 생성된 유산균을 조금 먹어 치워 내려간

산도를 살~~~짝 다시 올려줘서 시큼한 맛을 조금 중성 시켜주며,

살라미 겉을 에워싼 만큼 표면이 너무 빨리 마르는 걸 방지 시켜주고, 빛을 차단해서

지방 산화를 지연 시킵니다.

이 꼬숩함을 글로 전달하기가 힘드네요. 중독되는 향입니다.

음식 얘기하다가 개 얘기 하는 게 좀 웃기지만

지금 옆에서 취침 중이신 저희 사촌형네 개가 생각나네요.

맥주 도둑 양고기 살라미 입니다.

호불호가 지극히 갈릴 것이 분명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양꼬치를 필두로 한 양고기 붐(?) 비슷한 게 있었기에

시도해 볼만 하지 않나 싶습니다.

웨딩 케이터링 때도 '양고기 살라미'라고 적혀있는데도 많은 분들이

드셨던 걸 보면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게 되네요.

(음 하객분들 대부분이 외국인 이였던건 함정이지만요.ㅋ)

집에서 가정용 충진기로 힘들게 수동으로 충진하다가 자동 충진기로 넘어오니 신세계입니다.

늘상 말하지만 육가공은 인력 갈아넣는거+장비빨입니다.

진짜 삶의 질이 달라지네요. 전에 만들던 양의 한 10배 가까이 뽑아내도 힘이 덜 듭니다.

다만... 설거지는 더욱 힘드네요.ㅋㅋㅋ

설거지/청소 싫어하는 사람이 학교 그만두고 요식업 쪽으로 갔다니...

능지 이슈가 분명합니다.

그런데 또 이게 너무 재밌어서 어쩔 수가 없네요. ㅠ

진짜 생산 할 때가 제일 행복하네요.

생산실은 모든 장비가 업소용이고 안에 냉방도 짱짱하니

드라이큐어(건조염장육)류가 특히나 더 잘 나옵니다.

기부니가 좋네요.

독일에서 먹고 컬처쇼크 받았던 Teewurst도 만들어봤습니다.

이 친구가 참 재밌는게, 생고기를 갈아서,(향신료 소금등 첨가를 한후) 한 이틀간 발효 한 뒤 훈연만 하고 끝입니다.

보통 살라미류를 생각하면 장기간 말려서 안에 수분활성도를 확 낮추는데,

이 친구는 발효만 하고 끝입니다.(물론 발효 자체도 수분활성도를 유의미하게 낮추기는 합니다.)

같은 구경의 살라미를 말린다면 보통 한달 반 혹은 그 이상을 말리는데 이 친구는 2~3일 발효하고

냉훈연 때리고 끝이죠.

그런데 진짜 맛있습니다.

부들부들한 식감에, 발효에서 나오는 적절한 산도 그리고 묵직한 훈연향까지...

빵에 발라먹으면 또 이런 극락이 없네요.

홍두깨를 사용하는 브레사올라를 와규로 만들어 봤습니다.

이태리 사람인 동생 여친과 친구는 원래 이게 담백한 저지방 홍두깨를 사용해서

특유의 철분 맛이 강한게 오리지널이라고 하는데...

전에 일하던 곳들이 모두 한우나 와규같은 높은 마블링의 고기를 사용한 것에 익숙해서 그런지

이게 더 맛있더군요.

그 특유의 철분 맛이 사라지고, 이게 무슨 간장에 쫄인건가? 싶을 정도의

감칠맛이 올라오는 데다가 지방 풍미까지 더 해지니 하늘과 땅 차이네요.

정통성과 가격 이점을 포기하고(마블링 좋은 고기가 더 비쌉니다. 압도적으로. 거진 두배 가까이 차이나더군요.)

와규로 바로 갈아탔습니다.

뭐 동생 여친도 와규 버전 먹어보더니 '흠... 맛있네...?'라고 하니 적절한 타협 같네요. ㅎ

나중에 일하는 곳에서 웨딩 장소 대여도 할 예정이라 웨딩이나 워크샵 등에 제공 할 수 있는

미국식 바비큐도 연구 병행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걸 진짜 하게 될지 안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회삿 돈과 시간으로 고기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다?

어우 전 무조건 감.사.합.니.다.죠. ㅎ

풀드 포크나 소세지(이건 뭐... 제 주력이니) 알라바마식 스모크 치킨은 완성형인데

스페어립 같은 갈비류와 브리스켓은 아직 원하는 식감이 나오질 않아서

고생하고 있네요.

사실 바베큐 시작하기 전엔 좀 '하하하 뭐 유튜브 비디오들 보고 책들 좀 읽으면 금방 배우지 않을까?'

하는 근본 1도 없는 오만한 생각을 좀 했었던 거 같은데

진짜 지극히 오만한 생각 이였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고 있습니다.

역시 기술이라는게... 책 좀 읽고 동영상 본다고 내 것이 되는게 아니라

계속 몸으로 부딪히고 막말로 좀 망해봐야 데이터 습득이 되고

내 것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당장 제가 하는 일도 무수한 실패 경험이 밑거름 되어서 그나마 여기까지 온 건데

바베큐는 왜 또 쉽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을까요 ㅋ.

수개월째 매달리고 있고 그래도 많이 발전했으니 아직 공부 중인 립 종류와 브리스켓이 곧 잘 나오길 바랍니다.

여기 게시판에도 바베큐 좀 하시는 분 들이 계신 것 같던데 부럽습니다. ㅠ

동생 녀석이 취직을 했는데 회사 분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해서 포장 준비 중인 사진을 마지막으로 인사 드리겠습니다.

전 다음에도 개발/생산중인 육가공 관련 게시물로 찾아뵙겠습니다!

다시 한번 모두들 건승!

ps - 육가공 스토리 포스트 맨날 하는 개인 인스타 : @zmbisrtsty

게을러서 업데이트 잘하는 육가공 인스타 : @seoul_sausage_dad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