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창원의 문화자산 김주석을 제대로 보호하자
일제강점기 항일 애국 투사였으며, 경남지역에서 20세기 내내 활약한 근대 1세대 화가인 괴암 김주석(1927~1993년) 선생의 작품이 창원시도시재생지원센터(창원 마산합포구) 임시 보관소로 지난 28일 옮겨졌다. 지난해 11월 롯데백화점 마산점에 있는 갤러리 수장고에 급히 옮겨두었던 작품 400여 점이 지난달 갑작스러운 백화점 폐점으로 방치될 뻔한 상황은 면하게 된 것이다. '만시지탄'이긴 하나 다행이라 하겠다.
㈔괴암김주석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는 선생의 작품을 이전에는 선생이 타계 전까지 살았던 창원시 마산합포구 반월 중앙동 주택을 유족이 고쳐 만든 '괴암 김주석 기념미술관'에 보관하고 있었다. 이 장소는 옛 가옥을 고친 곳이었다. 재개발구역이어서 관리처분 대상에 포함돼 항온·항습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이 탓에 자주 곰팡이로 뒤덮여 작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었다.
기념사업회는 최악의 상황은 막았다며 한숨 돌렸다지만 임시 보관처를 찾은 것뿐이다. 스러져 가는 기념미술관에 아직 2만여 점의 기록물이 방치돼 있다.
다행히 창원시의회가 적극 시정 질문에 나서자, 홍남표 창원시장이 '보관장소'로 "유휴공간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시 수장고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여전할 수 있다. 기념관 또는 미술관 건립은 작품 소유권 문제 등 여러 방면에서 살펴봐야 하기에 별개로 봐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선생은 생전에 '그림을 파는 건 혼을 파는 일'이라는 투철한 신념을 일생 실천하셨다고 한다. 경남지역에서 한국미술을 빛낸 인물은 한두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선생처럼 공공정신을 가지고 예술을 대하며 미래 한국 문화에 대한 열정적인 신념을 보여준 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일제강점기 항일실천을 예술로 보여준 경우는 더더구나 찾기 어렵다.
선생의 작품과 자료가 훼손·유실되지 않도록 하려면 창원시와 기념사업회가 허심탄회하게 협의에 나서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선생의 작품과 자료를 공공 자산화하고 영구 보존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