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H공사, 11월 착공 목표
아파트 3,178 가구 공급
마포·종로 등도 재개발 가속화
서울에도 아직 판잣집이 남아 있을까?
노원구 중계본동, 불암산 자락에 자리한 이 마을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린다.
1960년대 후반 철거민들이 모여 형성한 백사마을은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도시 외곽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 백사마을이 오는 11월, 재개발 사업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뀐다.
서울시는 지난 24일 열린 제3차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에서 백사마을 정비계획을 포함한 4건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중계본동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은 2025년 11월 착공, 2029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정비 대상지는 노원구 중계본동 30-3번지 일대다. 지하 4층에서 지상 35층, 총 26개 동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전해진다.
공급 세대수는 당초 계획보다 741세대 늘어난 3,178세대로 확정됐다. 공공분양과 임대주택을 함께 포함해 공급 규모를 늘린 것으로, 주거 취약계층의 입주 기회를 고려한 조정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재개발은 서울시 도시 정비 방식의 변화를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서울시는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건축, 교통, 경관, 교육, 공원, 재해 등 7개 분야를 통합 심의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분야별 심의가 순차적으로 이뤄지며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많았지만, 통합 심의 방식을 통해 절차를 병렬화하고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서울시의 도시 정비 변화는 단지 설계에서도 드러나는 모습이다.
과거처럼 획일적인 고층 아파트 위주의 개발에서 벗어나, 백사마을에는 주변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한 설계가 적용됐다. 특히 불암산 자락에 있는 지형 특성을 반영해 통경축을 확보하고, 스카이라인을 조정해 경관 훼손을 최소화했다.
또한 저층과 고층을 혼합해 단지를 배치하고, 공공 보행로, 주민 커뮤니티 공간 등을 포함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단순한 주거 공급이 아니라 삶의 질을 고려한 설계라는 점에서 기존 정비사업과 차별화된다는 분석이다.
백사마을은 서울시가 처음 도입한 ‘개발형 도시재생’ 모델이 적용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기존 도시재생 뉴딜이 환경 개선이나 기반 시설 정비에 초점을 뒀다면, 개발형 도시재생은 공공이 직접 사업을 주도해 정비를 실행하는 방식이다. 여러 차례 사업이 지연돼 왔던 백사마을이 결국 새로운 모델 실현의 첫 무대가 된 셈이다.

이 지역은 2008년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시작으로, 2009년 주택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당시 시행자였던 LH가 사업을 포기하면서 수년간 지연된 바 있다.
이후 SH공사가 새롭게 시행자로 참여하며 사업이 재개됐고, 현재는 펜스 설치 등 실제 철거 준비가 진행 중이다. 현장 이주와 보상, 착공 준비는 본격적인 개발 단계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한편, 서울시는 백사마을 외에도 같은 날 마포로 4 구역 제1지구(북아현동), 관수동 제8지구(종로), 신안빌라 재건축(마곡동) 등 3곳의 정비계획도 함께 통과시켰다.
이들 지역은 각각 공동주택, 오피스텔, 업무시설 등으로 개발될 예정이며, 모두 통합 심의 방식이 적용된다. 서울시는 규제 완화와 심의 절차 개선을 통해 도시 정비 전반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변화의 경계에서 60년간 ‘달동네’로 불리던 백사마을은 이제 새로운 주거단지로 재탄생해 도시의 흐름 속으로 들어선다.
단순 재개발에 그칠지, 혹은 서울의 도시 정비 방향에서 어떠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그 향방에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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