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el터뷰!) 넷플릭스 '너의 시간 속으로'의 전여빈을 만나다

원작의 인기와 명성은 양날의 검과 같다. 잘해도 못해도 비교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리메이크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너의 시간 속으로] 이야기다.
1년 전 죽은 남자친구 구연준(안효섭)을 그리워하던 한준희(전여빈)가 1998년으로 타임슬립해 고등학생인 남시헌(안효섭), 정인규(강훈)와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다. 로맨스와 SF, 미스터리 스릴러가 가미된 복합장르로 12부작 시리즈다.
전여빈은 극 중 1998년의 소녀 권민주와 2023년의 직장인 한준희. 1인 2역을 소화하며 ‘역시 전여빈’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 지난 12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전여빈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의 시간 속으로>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면서 글로벌 인기를 실감하세요? <거미집>으로 칸국제영화제를 다녀오셨는데 12분간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한국에서 만든 작품이 지구촌 사람들에게 선보이게 되잖아요. 우리가 만든 문화를 국경 없이 볼 수 있어 감사하죠. 한국의 정서인데 다른 문화권에서도 통한다는 게요. 일단 반응은 너무 떨려서 일부러 찾아보지 않고 있어요. <거미집> 일정도 소화해야 해서 컨디션 조절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다만 단체 채팅방에 ‘오늘 몇 위다’ 이런 말이 있을 때나 재미있냐고 묻어 봐요. 촬영 때부터 호불호 반응이 공존할 거라고 예상했으니까요. (웃음)”
-두 남성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역할이에요. 그 중 친구이자 연인, 시공간을 넘나든 안효섭 배우, 강훈 배우와 호흡도 궁금합니다.
“효섭 배우는 동등한 입장에서 존중 해주는 매너가 몸에 배어 있어요. 현장에서는 믿음으로 주고받는 유기적인 감정을 잘 캐치하려고 노력했죠. 효섭이랑 훈이가 저에게 준 배려는 몸에 습관처럼 있지 않으면 힘들다고 봐요. 캐릭터도 두 사람의 성정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시면 되어요.”
-드라마가 공개되고 40대 안효섭 배우의 비주얼이 화제가 되었어요.
“효섭이는 멋있는 외모, 소년스러운 청량함을 갖춘 배우에요. 실제로도 훤칠하고 키도 커서 옷도 잘 어울려요. 왜 그 외모냐고 돌이켜 생각해 보면요. 아마 시헌이 잃어버린 시간을 고독으로 드러내 주길 바랐던 것 같아요. 시헌과 연준 모두 외모가 빛나던 절정의 순간이 담겼기에 잘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결과지 싶어요.”
-아무래도 대만을 넘어 한국에 ‘상친자’를 양산할 만큼의 신드롬을 일으켰잖아요. 원작과 비교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 부담감은 없었나요.
“대본이 왔을 땐 거대한 행운을 잡은 것 같았죠. 원작은 저만 봤었는데 몇 년 전에 봐서 희미해졌어요. 마치 추상화처럼 말이에요. 다시 보지는 않아서 그때의 감상과 영상만 잔상으로 남아 있을 뿐이었죠. 민주와 준희를 해석하는 데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어요. 문뜩 떠올라도 둘은 캐릭터를 이해하는 열쇠라고 받아들였어요. 워낙 가가연 배우가 두 캐릭터를 잘 소화했기에 저는 전여빈만의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죠.”

-원작의 팬이라고 들었어요. ‘상견니’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전 상친자(상견니에 미친 자)까지는 아니었고, 캐주얼하게 좋아했어요.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복합성이나 인물이나 관계도 입체적이었고요. 사랑, 관계, 시간,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런 사랑이 당신에게도 있을 거란 기대를 품게 하니까요. 시간을 뛰어 넘는 절대적인 사랑이 내게도 찾아 올 거라는 소망이요. 말하고 보니 판타지 같은데 상상해 보면 기분이 좋았어요.”
-한국식 각색을 어떻게 받아들이셨을지.
“원작에서 받은 감정이 꽤나 큰 상태였지만 한국식 각색도 마음에 들었어요. 왜 밑그림은 같은데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컬러링북처럼 ‘너시속’도 그런 작품 같아요. 여러 색깔을 채워 볼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으로 작업해 나갔어요. ‘상견니’를 첫사랑으로 생각하시는 상친자의 마음을 아우르면서 잘 만들 고민을 해나갔죠.”
-1인 2역의 극명한 차이, 뒤섞인 타임라인으로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전 대본에 충실한 배우예요. 배우는 어쨌든 감정이나 소회를 밖으로 꺼내서 표현하고 싶어하는 존재잖아요. 대본을 받자마자 음성, 동선, 표정, 리듬, 에너지가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걸 보고 상상하길 좋아해요. 그래도 둘은 너무 다른 존재라서 표현하기 쉽지 않았죠. 촬영 내내 롤러코스터 타듯이 인물을 그려나갔어요. 타임라인도 움직이니까 그때마다 섬세한 나이테처럼 모든 감각을 열어두면서 행동하려고 했어요. 물론 스트레스받고 히스테릭한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배우로서 해야 할 과제였기에 마쳤을 때 기뻤죠.”
-머리 스타일이나 행동, 말투, 글씨체 등도 다르지만 무엇보다도 민주의 목소리 톤이 달라지는 디테일이 압권이었어요.
“이번 작품에서 반드시 제가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준희는 성인이라 제 목소리 같아도 상관없지만 민주는 고등학생이라 극명하게 느껴질 정도로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어설프게 한 사람처럼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고 차별점을 주고 싶었습니다.”

-완성본을 보셨나요. 아쉽거나 기억에 남는 장면 등 소감도 들려 주세요.
“어제 정주행을 마쳤는데요. 함께한 감독님, 출연진, 제작진 등이 애쓴 시간이 들어가 있는 작품이라. 2번 정도는 더 봐야 객관적인 감상이 가능할 것 같아요. 보는 도중에 감독님께 감사 문자를 드렸어요. 무게감과 책임감이 상당하셨을 것 같은데 존경하고 훌륭한 연출자라도 다시 되새기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대학교 때 ‘인간은 왜 연기를 하고 배우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가’ 수업했던 게 생각났어요. 모든 장면을 잘하려고 노력했으니까 하나를 꼽기는 망설여지는데요.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쉬움도 남고요. 이건 시청자 분들이 평가해줄 수 있는 부분 같아요.”
-섬세한 연기를 펼쳐 내였어요. 촬영하면서 힘들었을 때가 있었다면요.
“몸은 힘들었는데 청량감 있게 나와서 만족스러워요. 비 맞으면서 뛰는 장면 찍을 때 남이섬이었는데 말도 안 되는 더위였거든요. 속옷까지 젖어 버리니까 자주 갈아입어야 했었어요. 더위 먹는 게 이런 건가 실감했어요.”
-배우님 연락에 감독님은 어떤 반응을 보이셨나요.
“저와 비슷한 반응이었죠. 모두가 노력해 준 결과물이라고 고맙다고요. 전우 같은 동료애가 생겨 오래 보자고 하셨어요.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온화한 카리스마와 다양한 리더쉽을 배울 수 있었어요. 모두 의견에 눈과 귀를 열고 있으세요. 담은 것은 담고 버릴 것은 버리면서 끝까지 끌고 나가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저도 연차가 쌓여 선배로서 행동할 날을 기대하면서 감독님의 모습을 본받고 싶다고 생각했죠.”
-현장에 철저히 준비해서 들어오는 배우라는 소문이 자자했다고 하던데요.
“배우라면 당연한 준비죠. 현장에 대책 없이 무방비로 오지 않아요. 자신 있게 준비한 걸 보여드리고자 만발의 준비를 하죠. 일단 제가 납득할 수 있어야하고, 스탭, 감독님의 해석이 다를 테니까요. 변수를 받아 들여 대처하려는 마음가짐이 먼저에요. 이 장면만큼은 고집스럽게 지키고 싶을 때도 있는데 웬만하면 피드백을 반영해서 연기해 나가요. 소통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남다른 안목을 가진 시네필로 팬들 사이에서도 인정받는 배우라고 들었어요. 올해 3월에 재정 위기 처한 신영극장 살리기로 직접 선정한 <애프터썬> 씨네토크도 진행하실 정도였고요.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좋아하면 재고 따지지 않고 이유가 명쾌해져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거죠. ‘너시속’ 대본을 받고 가장 만나고 싶었던 작품과 캐릭터였거든요. 이성, 동료, 친구 등 누군가를 좋아할 때도 단순해져서 맹목적으로 순수해집니다.”
-대세 배우, 연기 잘하는 배우, 기대되는 배우 등 수식어가 많은데요. ‘너시속’이 배우님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으며,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전 더 성장해야 하는 배우예요. 길게 가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고요. ‘너시속’을 통해 배운 기억과 감정으로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온 캐릭터 각각 존중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굳건하게 걸어가는 배우가 되자 마음먹고 있습니다.”
글: 장혜령,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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