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로 카약 어때?

보석처럼 빛나는 윤슬을 만나다
홍천강 카야킹

사진=월간 아웃도어

7월의 홍천강은 휴식이다. 시원한 물가를 찾아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과 캠핑족, 낚시꾼들이 자리한 모곡밤벌유원지는 벌써 인적이 가득하다. 물가에 자리 잡은 텐트 너머 낚싯대를 드리운 이들과 구명조끼를 입은 채 천렵에 나선 이들이 여럿이다. 에디터도 여름 물놀이에 합류하기 위해 밤벌유원지를 찾았다. 카약을 타고 작은남이섬에 붙어 있는 배바위까지 카야킹을 나서기로 한 것. 송강카누학교 홍천분교의 카야킹 체험은 이곳 모곡밤벌유원지에서 시작한다.
오늘 체험에 나설 이들은 총 여섯 명. 우리를 인도할 강사를 비롯해 이른 휴가를 나선 이들과 에디터는 강변 앞에서 간단한 안전수칙과 패들링 기초 수업을 숙지했다.
“일반인들은 카약과 카누를 구별하기 쉽지 않아요. 두 종목의 가장 큰 차이점은 패들이에요. 카약은 물살을 가르는 패들의 블레이드가 양쪽에 두 개 있다면, 카누는 하나만 있다고 생각하면 되요. 물론 카누도 두 개의 블레이드를 사용할 때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하나만 사용할 때가 많아요.”

사진=월간 아웃도어

각자 강변에 자리한 배를 끌고 물에 들어가 카약에 탑승했다. 이때 다리부터 들어가는 것이 아닌 시트에 엉덩이부터 앉아야 한다. 어깨 넓이보다 넓게 패들을 잡고 패들링을 시작한다.
“카약은 뒤집히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절대로 안 뒤집힌다고 보장할 수는 없어요. 배니까요. 일 년에 한 두 번은 배가 뒤집혀 빠지는 사람들도 있으니 중심을 잃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배 밖으로 머리가 나가지 않으면 배는 거의 뒤집히지 않아요. 머리가 배 밖으로 나가는 순간 중심이 흔들리죠.”
아직 큰 비가 내리지 않아 잔잔한 홍천강변은 비릿한 물 내음이 가득했다. 잔잔한 수면을 가르며 패들링 연습을 한 후 하류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패들링을 할 때는 물살을 잡아당긴다는 느낌 보다는 물 밖의 팔을 밀어준다는 느낌으로 하면 좀 더 편안해요.”

사진=월간 아웃도어

1인승 카약 4대, 2인승 카약 1대가 물살을 헤치며 홍천강을 따라 작은남이섬으로 향했다. 패들링은 힘을 세게 준다고 해서 더 멀리 나가지 않는다. 카약은 여유. 편안하게 자연을 즐기며 천천히 노를 젓다 보면 어느새 배는 수면 위를 유영한다. 배에 익숙해지자 카야킹에 나선 세 명의 친구가 물싸움을 시작했다. 패들로 강물을 퍼올려 퍼붓기를 한참, 조용한 강변에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카약이 강을 한 굽이 지나자 저 멀리 배바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작은남이섬 남단에 곶처럼 튀어나온 배바위는 아찔한 기암절벽 위 푸른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봄에는 진달래며 철쭉이, 여름에는 푸른 소나무가, 가을이면 바위 틈새로 자란 돌단풍이, 겨울이면 새하얀 눈이 서로 다른 절경을 내어주는 배바위는 카약을 타고 만나기도 하지만 모곡밤벌유원지에서 배바위 맞은편까지 산책로가 연결돼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주말이면 작은남이섬까지 배로 이동해 카약하는 이들도 많다. 배가 아니고서야 이곳까지 차로는 이동할 수 없으니 무인도처럼 고요하고 적막한 자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인기다.

사진=월간 아웃도어

“카약은 여러 가지 액티비티랑 결합해 즐길 수 있어요. 어떤 분들은 배를 빌려 작은남이섬에서 캠핑을 하기도 하고, 낚싯대를 준비해 오셔서 원하는 포인트로 이동해 하루 종일 낚시를 하기도 해요.”
강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배바위 강변에 두 대의 배가 정박한 것이 보이고, 물놀이에 한창인 이들이 보였다. 스노클을 차고 물속을 탐험하는 이도 있고, 무더위를 피해 수영에 한창인 이들도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놀던 카야커들은 다시 배에 올라타 홍천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갔다. 에디터 일행도 작은남이섬에 카약을 정박했다.
“체험 카약은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어서 운행하는 구간이 정해져있어요. 반면 개인적으로 카야킹을 하는 카야커들은 구간의 제한 없이 원하는 곳으로 배를 이끌죠. 좀 더 하류로 내려가 마곡유원지를 지나면 북한강을 만나요. 북한강을 거슬러 올라가 남이섬까지 가기도 하죠. 그럴 땐 지금처럼 초보자용 카약이 아닌 속도가 더 나는 전문적인 카약으로 가야합니다.”
다시 배에 올라타 하류로 조금 더 내려간 우리는 방향을 바꿔 모곡으로 향했다. 반대 방향에서 보이는 배바위는 더 황홀하다. 홍천강변의 울창한 숲과 작은남이섬이 어우러진 풍광에 넋을 잃는 사이, 잔잔한 강물에 몸을 맡긴 채 흘러가는 육지의 풍경이 황홀하다.

사진=월간 아웃도어

카약의 매력은 색다른 시선이다. 홍천강변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직접 두 발로 걸을 수도 있고, 에어컨이 빵빵한 차 안에 앉아 스쳐가는 풍경을 두 눈에 담을 수도 있다. 어떻게 보아도 풍경의 감동은 분명하지만 카약은 ‘수면에서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강 한 복판에 앉아 사부작사부작 흘러가는 강변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아름다웠다. 강렬한 태양이 윤슬 위로 내려앉자 일상의 번잡함과 머릿속 잡념이 어느새 사라졌다.
모곡밤벌유원지에서 배바위를 왕복하는 코스는 2km 남짓. 장마가 아직 오지 않은 홍천강은 얄미울 정도로 잔잔했지만 그래서 초보자가 체험하기에는 적합하다. 호젓한 이 강이 때에 따라, 비에 따라 잔잔하기도 하고 거칠어지기도 하니 강은 늘 새롭다. 급류 한 번 만나지 못했지만 고요한 강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물결의 출렁임만 느껴지는 수면 위에서 육지 보다 더 높고 웅장한 산세를 감상하고, 함께한 이들과 조곤조곤 이야기도 나누고, 때로는 물장난을 치며 시간을 보낸다.

사진=월간 아웃도어

도로 보다 낮은 수면에서 바라보는 산은 더 웅장하고 아름답다. 가식 없이 드러나는 자연의 품, 이것이 카약에 빠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매력이다. 수묵화 속에 직접 뛰어들어 여름을 나고픈 이들에게 카약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자연 그 자체다.

사진=월간 아웃도어